소문난 잔치 먹을 것 없다더니 K팝스타 첫 생방송은 예선을 통해 흥미진진했던 그 오디션이 맞나 싶을 정도로 실망스러웠다. 큰 무대 때마다 반복해온 음향사고도 있었으며, 전반적으로 발라드로 무장한 참가자들의 선곡은 지루한 기대 이하의 무대를 보였다. 박지민 말고는 대체로 예선 때 보여준 감동을 주지 못했는데, 팝송이 아닌 가요 선곡이 가져온 생긴 결과였다. 그동안 지적되던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셈이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고, 킨텍스 현장의 방청석은 여느 오디션과 달리 차분하게 가라앉은 분위기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이를 보다 못한 윤도현이 로커답게 소리질러를 외쳤지만 그때뿐이었다. 게다가 슈퍼패스나 골든티켓 같은 제도가 없어서 심사위원 점수에 대한 긴장감도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잠시 후에는 눈물도 주루룩 흘렸다. 이를 두고 박진영의 눈물은 손미진을 떨어뜨린 죄값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그나마 싱거웠던 생방송의 마지막을 장식해준 흥행적인 눈물이었다.
오히려 김나윤은 총점 251점으로 이하이와 공동 5위에 해당하는 점수를 받았다. 점수를 인정할 수 있고 없고는 나중 문제고, 점수에 대한 팩트는 정확해야 한다. 클럽 소동으로 밉상이 된 김나윤이 마지막에 남아서 더 오해를 할 수 있는 장면이었지만, 정확히 박진영이 말한 심사위원의 뜻은 이승훈이었다. 그러나 이런 오해는 그나마 실망스럽다는 것 외에는 별달리 할 말이 없었던 K팝스타 첫 생방송의 이슈가 됐으니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헌데, 이승훈의 생존과 이정미의 탈락으로 문제가 하나 발생했다. K팝스타는 문자투표의 비중을 30%로 대폭 낮췄다. 대신 심사위원 점수 비중을 60%까지 끌어올려 기획사 오디션답게 심사위원 중심의 오디션을 꾸리고자 했으나 박진영의 마지막 멘트처럼 심사위원의 뜻이 꺾이고 만 것이다.
예컨대, 총점 1위인 박지민의 점수는 270점이고, 최하위 이승훈의 점수는 235점이었다. 총점에서 차이가 불과 35점밖에 나지 않으며, 심지어 5위하고는 고작 16점 차이가 날 뿐이었다. 결국 심사위원 점수 꼴찌가 문자투표에서 1,2위를 한다면 얼마든지 생존이 가능하다는 공식이 나온다.
인기투표를 방지하고 심사위원 중심의 오디션을 만들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심사위원들의 뜻을 꺾은 것은 다름 아닌 심사위원 자신들이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등위별 점수차가 크지 않을 경우 인기투표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어쨌든 심사위원의 색깔을 더욱 강하게 지켜내기 위해서는 다음 생방송부터는 점수에 더 많은 격차를 둘 것으로 보인다. 그러기 위해서는 톱 9은 좀 더 확실한 실력을 보일 수 있어야 하는데, 한 주만에 얼마나 달라진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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