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은 무식하다. 그러나 발랄했다.

근사한 외모와 달리 허술한 지식을 가진 연예인들의 굴욕장면은 예능의 단골 소재가 되어왔다. 아이돌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번번이 이슈가 되곤 했다. 예능 끌어내기가 무척 고민인 청춘불패2가 꽃처럼 예쁜 걸 그룹들의 낮은 지식을 폭로하였다.

이날 메인 이벤트였던 대부도 초등학교 졸업식과 연결 지을 수 있으니 무리한 시도는 아니었다. 기초학력평가 꼴찌가 영광의 일꾼이 되어 이날 졸업하는 13명의 아이들에게 짜장면을 해주기로 한 것이다. 다만, 자주 써먹은 소재라 식상하지 않을까가 더 문제였다. 그저 아이돌의 무식함(?)이나 까발려서 억지웃음을 자아냈다면 오히려 걸 그룹 팬들의 기분만 상하게 할 뿐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일이 될까 걱정스러웠던 장면이었다.

헌데, 청춘불패2 G8의 무식함은 좀 달랐다. 특히 무서운 막내 94년 아이돌 미쓰에이 수지의 기상천외한 오답은 무모할 수도 있었던 기초학력평가를 예능으로 승화시킬 수 있었다. 물론 오답 퍼레이드라 할 만큼 수지의 성적은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외국인 엠버에게 미리 가산점 30점을 준 것이 주효해서 1등을 했고, 본래 남다른 아이돌 써니가 2등을 했다. 그러나 상위권이라 하더라도 아주 높은 점수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굳이 칭찬해봐야 애먼 팬심을 의심받을 따름일 것이다.

청춘불패2 걸그룹들의 한심한 성적표에도 불구하고 유쾌할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이 써넣은 답안이 단순한 오답이 아니라 한때 큰 인기를 끌었던 초딩 답안지를 떠올릴 정도로 기발하고도, 자유로운 발상이었다는 점 때문이다.

먼저 무서운 막내들 수지와 지영. 미쓰에이의 수지의 오답 퍼레이드가 한심함 대신 유쾌할 수 있었던 것은 적어도 공부와 상식이 떨어져도 상황을 읽는 기발함과 센스가 돋보였다는 것 때문이다. 청순함의 대명사 수지에게서 전혀 청순치 않은 오답을 발견하는 것도 시청자의 못된 즐거움이기도 했다.

그림을 보고 말풍선에 알맞은 말을 써넣는 문제였는데, 사실 이런 문제에 정답이 있다는 것이 놀랍기도 했다. 그림은 간단했다. 넘어진 남학생을 보면서 여학생이 “어! 다치지 않았니?”라고 묻는 것에 대해서 남학생의 대답을 생각해내면 되는 문제였다. 이에 대한 청순한 수지의 답은 “니가 보기엔 어때 보이니”라는 거친 리액션이었다.

지영도 결코 만만치 않았다. 만화와 만화영화의 다른 점 두 가지를 쓰라는 문제에 지영은 만화는 두 글자, 만화영화는 네 글자라는 간단한 답을 적었다. 그러나 지영이 몰랐던 것은 답을 두 줄 썼다고 해서 그것이 두 가지는 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러고도 해맑게 웃을 수 있는 것을 보면 천상 막내라는 생각을 들게 했다.

막내들에 비길 만한 막강한 무식함(?)을 보인 멤버는 소녀시대 효연이었다.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 노래가사의 빈칸을 채우는 문제였다. 위인을 상징하는 키워드를 보고 누구라도 금세 알 만한 위인들이었지만 효연은 완벽하게 틀렸다. 원효로 써야 할 곳에 미네랄, 바다의 왕자 박명수는 장보고의 오답이었고, 발해 대조영의 자리에는 김해, 송해로 라임을 맞추는 센스(?)를 보였다.

걸 그룹들의 아주 부족한 상식이 드러난 결과이긴 했지만 일부러 틀린 문제는 아니었다. 진지하게 풀었어도 점수는 차이가 나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이제 G8들이 예능에 눈을 떠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고, 적어도 아주 자유로운 상상력을 가졌다는 것도 엿볼 수 있었다. 적어도 이번 청춘불패2의 기초학력평가는 아이돌의 무식함이 유쾌함으로 해석될 수 있는 요소들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블락비 사태가 경고하듯이 아이돌들은 좀 더 교양을 쌓을 필요가 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물론 걸그룹들이 그런 행동을 할 리는 없겠지만 K-POP의 위세가 높아질수록 더 많은 경쟁국의 미디어들이 지켜보게 된다는 점에서 청춘불패2 기초학력평가는 아이돌들의 교육의 필요성도 느끼게 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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