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KBS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등 논쟁적인 이슈를 정치적 셈법으로 다루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외부 미디어 전문가들로 구성한 대선 모니터링단은 10일 “KBS 뉴스9 보도에 정치공학 보도가 너무 많다”며 8일 <윤석열이 던진 '여가부 폐지' 한 줄 공약...커지는 논쟁> 보도를 거론했다.

8일 KBS 뉴스9의 <윤석열이 던진 ‘여가부 폐지’ 한 줄 공약…커지는 논쟁> 보도 화면 (사진=KBS)

대선 모니터링단은 “해당 리포트는 윤 후보의 입장과 의중을 전한 뒤 민주당과 정의당의 반응을 소개하는 데 그치며 지나치게 피상적인 접근을 취했다”며 “이슈에 대한 해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최근 지지율 하락세에 대한 반전 카드로 휘발성이 강한 젠더 이슈를 건드려 젊은 남성들의 표심부터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와 같이 지지율 득실과 진영의 정치적 셈법을 따지는 ‘정치공학 보도’에 머물렀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티 페미니즘 진영의 백래시는 매우 중요한 문화정치적 함의를 가지고 있고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젠더 이슈의 엄중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며 “이런 사안을 맥락을 배제한 채 정치공학적 논리로만 접근하는 건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모니터링단은 “이런 보도만 한다면 중요한 사회적 과제나 현안을 놓고 ‘표 계산’만 하는 정치인들을 언론이 비판할 수 있는 명분도 사라진다”고 말했다.

모니터링단은 “당내 경선 때 내걸었던 공약과 달리 폐지라는 극단적 방향으로 급선회한 이유, 구체적 내용과 배경 설명 없이 SNS에 선언만 하는 방식 등 부차적 문제들은 차치하더라도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은 그 자체로 대단히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모니터링단은 “여성가족부는 오랫동안 이른바 ‘이대남’을 중심으로 한 안티 페미니즘 그룹의 ‘상상 속 주적’ 가운데 하나로, 여성가족부의 예산 규모나 운용 방식, 선진국의 여성 업무 전담 부처 현황에 대한 이해가 결여된 상태에서 각종 허위조작정보가 난무하면서 ‘남성을 역차별하고 여성이 무임승차할 수 있도록 돕는 막강한 힘을 가진 여성가족부’라는 허구적 세계관이 만들어졌다”며 “이들의 비이성적 요구사항을 여과 없이 받아들이고 반목과 혐오를 조장해 지지율 하락을 모면하겠다는 야당의 저열한 캠페인 전략이 사회적으로 미칠 부작용은 결코 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니터링단은 “뜨거운 논란이 벌어진 온라인 공간과 달리, 전통적 언론에서 이러한 문제를 지적하고 비판하는 보도는 많지 않았다”며 “중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논란을 의식해 윤 후보의 공약을 정면으로 비판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하더라도 여성가족부와 관련된 다양한 사실관계, 여성가족부에 대한 비판적 여론 및 폐지 공약의 현실성과 타당성, ‘젠더 이슈’가 선거 국면의 핵심으로 떠오른 의미와 맥락에 대한 분석 등은 충분히 가능하고 필요한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공학’ 담론, KBS 콘텐츠에 침투

같은 날 정치부 기자가 스튜디오에 나와 앵커와 대담을 나눈 <D-60, 이제부터 본격 승부> 보도 역시 정치공학 보도로 지적받았다. 모니터링단은 “특정 후보의 지지율 반등 가능성,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가능성과 후보들의 의중, 캠페인 전략 등 지나치게 선거의 승패에만 치중하는 논의들이 이어졌으며 대담 속에서 현안, 정책, 유권자에 대한 관심은 찾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모니터링단은 “선거가 전 국민의 스포츠이자 오락이 되어버린 사회에서 이러한 논의들이 시청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건 사실이지만 정치공학 중심 보도는 ‘경마 저널리즘’과 마찬가지로 정치를 선거의 승패만으로 환원시키며 우리 삶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는 정책 생산과 조정의 영역을 거세함으로 광범위한 정치 행위의 의미를 경쟁과 게임이라는 협소한 영역으로 가두어버리는 문제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대선특집기획 KBS <정치합시다2>도 여론조사 추이에 따른 후보의 전략적 득실과 전략 위주의 담론을 전달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모니터링단은 “문제는 한국사회에 이미 과잉된 ‘정치공학’ 담론이 KBS 콘텐츠 내에도 지나치게 많이 침투해 있다”며 “남은 기간 동안 KBS 뉴스가 정치공학 중심의 보도를 극복할 것을 주문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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