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인터넷에 흥미로운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바로 미스에이의 막내이자 <청춘불패2>에서 막내로 활동하고 있는 수지에 관한 기사였는데요. 사실 이 기사의 근원지는 <청춘불패2> 홈페이지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청춘불패2> 기사를 발행하는 KBS 사이버실에서 그날 촬영기사를 냈는데, 그 중 수지에 관한 기사가 관심을 끈 것이지요.

미스에이의 수지를 비롯한 <청춘불패2> 멤버들이 영광의 일꾼을 뽑기 위해 기초학력평가를 봤는데, 거기에 적힌 수지의 답이 네티즌의 표현을 빌리자면 참으로 “무식했던” 것이지요. 아직 방송되지 않았지만 공개된 시험지의 질문과 수지에 대한 답은 다음과 같습니다.

한국을 빛낸 위대한 인물 100인에 노래 중 다음 빈칸을 채우시오.
1. _______________ 해골물 혜초 천축국
바다의 왕자 2. ____________
발해 3. _____________

여기에 수지는 1번 법정스님, 2번 박명수, 3번엔 빈칸으로 두었습니다. 그리고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친구와 부딪혀 넘어진 상황에서 다치지 않았냐는 친구에 걱정에 무슨 말을 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에 “네가 보기에 너는 어때 보이니?”라는 엉뚱한 답을 적어놓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기사가 인터넷에 퍼지자 수지의 답변에 대해 비난 글이 올라왔습니다. “진짜 무식하다”, “연예인들이 골이 비었다더니…”, “무슨 예능이냐.”하면서 수지를 두고 마치 정말 머리가 텅빈 무식한 아이처럼 이야기하고 있더군요. 3번 발해를 빈칸으로 놓은 것을 이야기하면서 “만약 예능이라면 발해 질문에 대한 답은 더 재미있게 썼어야 했다”라는 말로 예능이 아니고 수지가 멍청한 바보인 양 글을 올렸습니다.

그렇다면 수지는 정말 무식한 바보돌일까요? 일단 예능에서 나온 이런 답변을 가지고 “무식하다” “골이 비었다” “연예인이 그렇지 뭐”하고 평가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어리석은 행위라는 생각이 드네요. 수지의 저런 답변들과 비슷한 것을 한두 번 봅니까?

<연애편지>에서 “텅텅커플 [머리가 비었다고]”의 주인공이기도 하고 오랫동안 어리바리 순박한 “바보 캐릭터”로 사랑받아온 김종민은 알고 보면 똑똑한 인물이었습니다. 김종민이 실제로 순박한 면도 있지만 예능의 재미를 위해서 그렇게 캐릭터를 잡았던 것이지요.

유세윤 같은 경우는 어떠할까요? <퀴즈 육감대결>에서 유세윤은 퀴즈를 많이 틀려서 “무식한 개그맨”이라고 이경규에게 많은 놀림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 역시 “캐릭터를 잡기 위함이었다는 것”임이 증명되었습니다. 이경규가 그 캐릭터로 밀자고 제안했고, 유세윤은 어떨 때는 정말 아는 문제도 틀려야 해서 민망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었지요.

<청춘불패> 시즌1의 선화 같은 경우도 “백지 캐릭터”를 위해서 구구단에서 유난히 약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면 선화도 똑순였던 것이지요. 예능에서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해 일부러 모르는 척 틀리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예능에서 나오는 퀴즈(그것도 방송되지도 않고 사진으로만 나온) 장면을 보고 무식하다니 골이 비었다느니 비난하는 것은 방송의 메카니즘도 예능의 특성도 모르는 짧은 견해에서 비롯된 행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렇다면 수지는 왜 문제를 저렇게 써서 틀렸을까요? 이 논란이 일어나자 흥미롭게도 수지는 본인의 트위터에 아주 짧게 두 글자로 “대본”이라고 올린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그 트위터는 <1억 퀴즈쇼>에서 나온 김수현과 관련된 말이 “대본”이었다고 이야기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예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요(실제 이 퀴즈와 관련돼서 대본이라는 증거가 돌아다닌다 하더군요). 현재 <청춘불패2>에서 가장 분량이 적은 사람이 다름 아닌 미스에이의 수지입니다. 어떤 이들은 “수지는 외모가 되니까 가끔 TV에 얼굴만 잡아줘도 빛이 난다”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긴 합니다.

그러나 방송에 참여하는 본인으로서는 방송에 많이 나오고 싶을 것이기도 할 것입니다. 기껏 가지고 있는 캐릭터라고는 발이 커서 "대발이" 그리고 수지방이 고시생 방 같다고 해서 "고시생" 정도가 다입니다.

그런 수지를 위해서 제작진 측에서 대본을 직접 만들었든지 아니면 각본을 그렇게 잡아서 수지를 “백지캐릭터”로 잡기 위함이든가 아니면 이 게임에서 져서 수지가 “영광의 일꾼”이 되어서 분량을 늘려주려는 제작진의 의도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실제로 수지가 “영광의 일꾼”이 되었는지 아닌지 알 수는 없겠지만, 수지의 “대본”이라는 단어가 그런 쪽으로도 해석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데 수지가 이번 에피소드를 통해 “백지캐릭터”를 노린다면 반갑지 않은 부분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첫 번째로는 바로 시즌1에서 선화가 우려먹었던 캐릭터라는 점이지요. 게다가 선화는 여러 방송에서 나와서 자신이 실제로는 “백지”가 아님을 증명했어요.

그렇기에 수지가 “백지캐릭터”를 잡으려고 한다면 벌써 시청자들은 저게 진짜 백지가 아니라, 오히려 선화의 캐릭터를 따라한다는 느낌을 받을 것입니다. 선화가 너무나 백지 캐릭터를 잘 살려놔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오히려 선화의 선전은 백지캐릭터의 약점을 충분히 증명하고도 남았거든요.

바로 백지가 백지가 아님이 증명된 이후로 전혀 써먹을 수가 없다는 것이지요. 자칫 잘못 사용하면 억지스러워 보이기도 하구요. 그렇기에 시즌1에서 써먹었던 백지캐릭터를 다시 수지가 쓰는 것은 식상한 컨셉입니다.

또한 백지 캐릭터를 하려면 정말 남들이 눈치 챌 수 없게 은밀히 해야 합니다. 사실 선화 전에는 “백지돌”이라는 컨셉이 없었고, 여자 연예인이 “백지”내지 “바보” 캐릭터를 잡은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선화는 그 점을 이용하여 자신의 “백치미”를 잘 살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선화는 그 점에 있어서 굉장히 지능적으로 했는데 함께 활동했던 효민마저 “선화가 정말 백지인지 아니면 백지 캐릭터를 잡는 건지 모르겠다”할 정도로 선화는 줄타기를 아슬아슬하게 잘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수지 혹은 <청춘불패2>에서 “나는 백지다”라는 식의 광고를 해버리면 오히려 “백지캐릭터”가 더 어필되지 못하며 식상해지는 역효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나는 백지다”의 각본은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청춘불패2>의 리얼리티 요소만 빼는 역효과만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지요.

선화가 이미 다 소비해버린 “백지캐릭터”를 수지가 사용한다? 수지의 예쁘장한 외모에 “백치미”까지 더해진다면 잘 어울릴 수도 있겠지만 현재 상태에서는 맞지 않는 캐릭터를 덧입힌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해프닝에서 수지가 건진 건 별로 없는 것 같네요. 욕만 무지하게 먹고 게다가 수지 스스로가 조금 억울했는지 “대본”이라는 두 글자를 올려놓음으로 인해, 퀴즈를 틀린 수지의 답변이 “대본에 의한 것”임이 암시되며 <청춘불패2>도 약간의 홍보 효과를 제외하고는 많은 것을 얻지 못한 해프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실제 그 대본이 그 대본을 말한 거라면).

지극히 예능스러운 현상을 가지고 “무식하다” “바보스럽다”라고 비난하는 건 예능을 모르는 태도라고 생각이 듭니다. 수지도 자신이 멍청하지 않다는 것을 다른 방송에서 증명해야 할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됐네요. 무엇보다 수지가 얼른 <청춘불패2>에서 캐릭터를 잡는 모습을 봤으면 합니다.


체리블로거의 나만의 생각, 나만의 리뷰! ( http://kmc10314.tistory.com/ )
해외 거주자의 입장으로서 자신만의 독특한 세상으로 사물을 바라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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