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의 영결식이 11일 예정된 가운데 그가 노력해온 ‘민주유공자예유에 관한 법률’(민주유공자법) 제정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고 배은심 여사 장례위원회는 빈소를 찾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등에게 민주유공자법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한동건 이한열기념사업회 이사장은 11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배은심 여사가 생전에 노력한 활동 중 하나는 ‘민주유공자법’ 제정”이라며 “민주유공자법이란 군사독재정권 시절부터 지금까지 민주화의 길에 희생되신 분들을 위한 법이다. 아주 오랫동안 어머님들이 나서서 싸우고 계시는데 아직 제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한열 열사 모친 고(故) 배은심 여사의 빈소가 9일 오후 광주 동구 조선대병원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사진=연합뉴스)

배은심 여사가 별세 2주 전까지 국회 농성장을 찾아 제정을 요구했던 민주유공자법 제정안은 1998년 15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됐다. 해당 법안은 민주주의 회복에 앞장섰던 고 박종철·이한열·전태일 열사 등이 보훈 대상이 아닌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분류돼 국가적 예우가 부족했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입법이 매번 좌절된 이유에 대해 한 이사장은 “사망자·희생자 등에 국한해서만 보상하자는 법인데 민주화운동 관련자 전체를 보상하자는 것으로 잘못 전달돼서 일명 ‘셀프 보상법’으로 프레임이 잘못 갖춰졌다”고 설명했다.

한 이사장은 “잘못된 시각으로 관련 논의가 진척되지 않고 있지만, 어머님은 20여 년 동안 민주화유공자법 제정을 위해 헌신적으로 활동해오셨다. 결국 그 끝을 보지 못하고 운명하셨는데 살아남아 있는 저희들에게 남긴 유지”라고 밝혔다.

2020년 9월 23일 관련법을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했지만 1년 넘게 정쟁에 휘말려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지난달 26일 국회 민주유공자법 제정 농성장을 찾은 배 여사는 광주로 돌아온 지 일주일 만인 3일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졌다. 이후 사흘 뒤인 9일 타계했다.

지난 10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배 여사 빈소를 방문하자 장례위원회는 “어머님이 마지막까지 외쳤던 민주유공자법을 국민의힘에서는 ‘셀프보상법, 586 노후보상법, 자녀입학 취업 특혜법'이라고 했다”면서 민주유공자법 제정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이에 윤 후보는 “처음 들은 법안이다”, “모르는 법안 내용에 대해 약속하라는 것이냐”고 답한 뒤 조문을 마쳤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0일 오후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배은심 여사 빈소를 방문하자 이한열기념사업회 관계자가 민주유공자법 제정에 대한 생각을 묻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이사장은 “이 법안을 상정하기 위해 국회에 여러 작업을 하지만 국민의힘 같은 경우는 아예 만나주지를 않는다”며 “어머니가 최근에도 야당 측을 만나 의견을 전달하려 했는데 아예 접수도 받지 않아 돌아서는 황당한 경우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아직도 사회가 민주화운동을 그릇된 시각으로 자꾸 좌익이라든가 색깔론으로 보는 분들이 꽤 있어서 그게 가장 고질적인 문제가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며 “물론 이쪽 진영에서도 민주화운동 유공자 범위를 어떻게 정할지 논의하며 지연되긴 했지만, 결국 철저하게 자격, 희생자, 사망자 부분에 국한하는 거로 합의됐기에 내부 의견차 문제는 해결된 상태”라고 말했다.

한 이사장은 “결국 입법이 중요하기 때문에 지금 민주당에서는 우원식 의원이 안을 발의한 게 있는데 그 범위를 최대한 엄격하게 해놨기 때문에 야당만 동의한다면 언제든지 제정될 수 있는 상태에 와있다”고 밝혔다.

한편 배은심 여사의 영결식은 11일 광주 동구 5·18 민주광장에서 열린다. 노제를 마친 배 여사의 유해는 망월묘역 8묘역에 안치될 예정이다. 배 여사의 남편이 안장된 곳으로 이한열 열사의 묘소를 마주 보고 있다.

배 여사의 별세 소식에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이재명, 윤석열 대통령 후보 등이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유족 측 추산 7천 명 이상이 장례위원으로 참석했다.

배 여사는 1987년 아들 이한열 열사가 민주화 운동 중 최루탄에 머리를 맞고 숨진 후 1988년부터 전국민주화가족실천협의회(민가협)에서 활동하는 등 민주화를 위해 생애를 바쳤다. 민주화 운동 현장을 지원하고 민주화 운동의 계승과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했다는 공로를 인정받아 2020년 문 대통령으로부터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한 이사장은 배은심 여사에 대해 “이한열 열사는 대학교 2학년 때 희생당하셨지만 어머님은 오늘까지 35년째 하루도 쉬지 않고 약자들이 있는 곳이라면 전국 어디라도 마다하고 달려가셨으니까 평생을 우리나라 민주화를 위해 헌신하셨고 아들의 뜻, 이상을 갖다가 우리에게 주신 분”이라고 했다.

한 이사장은 “실제로 우리에게 훌륭하신 어머님들이 많으신데 전태일 열사의 어머님 이소선 여사 이후 우리에게 정신적인 지주가 되어주고 어떤 활동과 행동 지침까지 제공해주시는 커다란 울림을 주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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