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가 겨울잠을 깨고 돌아옵니다.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가 3일 전북-성남, 포항-울산 경기를 시작으로 10개월간의 대장정에 돌입합니다. '열정 놀이터 352'라는 모토로 많은 축구팬들에 즐거움과 감동을 선사할 2012 K리그는 어느 때보다 박터지고, 흥미진진한 레이스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다양한 변화, 새로움이 가득한 K리그를 주목하는 시선이 많아질 것이라는 겁니다.

어느 때보다 변수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종잡을 수 없는 시즌, 박 터지는 전쟁 같은 시즌이 펼쳐질 것이라고 예상한 감독, 선수들이 많았습니다. 올 시즌 K리그를 주목할 만한 키워드 10가지를 꼽아 소개합니다.

스플릿 시스템

올해 K리그의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스플릿 시스템(Split System)이라는 다소 생소한 제도가 도입된다는 것입니다. 스코틀랜드 리그에서 사용되고 있는 이 제도는 승강제 이전 단계로 1~30라운드까지 정규리그를 치른 뒤에 우승팀과 강등팀을 가리는 나머지 14라운드(31~44라운드)를 치르는 방식을 말합니다. 1~30라운드까지 성적을 갖고 1~8위, 9~16위를 가린 뒤에 승점을 그대로 연계해서 나머지 라운드에서 우승팀 1개 팀, 강등팀 2개 팀이 가려지는 것입니다.

스플릿 시스템 도입에 따라 올 시즌 16개 팀 모두 매 경기 박터지는 싸움을 펼칠 것으로 예상합니다. 지난 달 27일 미디어데이에서 만난 K리그 감독, 대표 선수들 역시 올 시즌 K리그에 대해 전쟁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면서 한 경기가 결승전같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만큼 선수들의 의지, 부상 관리, 체력 문제 등을 얼마나 잘 다루느냐에 따라 각 팀의 성패가 엇갈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 올해는 K리그를 사랑하는 팬들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해본다. (사진: 김지한)
7-8월

특히 30라운드가 끝나는 시점인 7-8월, 여름이 아주 중요해졌습니다. 올해 컵대회가 폐지되고 단일 리그 방식을 채택함에 따라 리그에만 올인할 수 있는 기회는 분명 생겼습니다. 그러나 초반에 부상, 체력 문제로 주전 자원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경우, 순위 싸움이 가장 치열할 7-8월에 힘든 싸움을 펼칠 공산이 큽니다.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특히 AFC 챔피언스리그 본선에도 출전하는 4개 팀은 이 관리 부분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지난해 우승팀 전북 현대와 준우승팀 울산 현대, FA컵 우승팀 성남 일화와 정규리그 준우승팀 포항 스틸러스는 두터운 스쿼드를 보유해 K리그와 AFC 챔피언스리그를 동시에 거머쥐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어느 때보다 선수 관리가 더욱 철저하게 요구되는 만큼 새로운 자원들을 영입해 전력 강화를 꾀했습니다.

하지만 다수 감독들은 AFC 챔피언스리그와 K리그를 동시에 제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내다보며, 이에 부담이 덜한 수원 삼성과 FC 서울의 우승을 점치고 있습니다.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어쨌든 AFC 챔피언스리그가 하나의 변수가 될 가능성은 높습니다. 물론 이 AFC 챔피언스리그에 올인할 K리그 팀들의 도전이 올해도 아주 불꽃 튈 가능성 역시 높습니다. 지난해 카타르 알 사드에 '뺏겼던' 아시아 왕좌 타이틀을 다시 거머쥘 지도 관심사입니다.

이적생

새 제도 도입에 따라 16개 팀 모두 전력 보강이 대대적으로 이뤄졌습니다. 리빌딩급 전력을 구축한 곳도 있고, 이적 선수 때문에 다툼을 벌였던 팀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절박한 심정에서 나타난 일들이었습니다.

전북 김정우, 성남 윤빛가람, 한상운, 황재원, 강원 김은중, 수원 서정진 등은 이번 이적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이적생들이었습니다. 또 해외에서 돌아온 울산 이근호, 김승용, 인천 김남일, 서울 김진규 등도 꼭 주목해야 할 이적생들입니다. 저마다 팀의 필요에 따라 이뤄진 것들이어서 그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하는 상황입니다. 투자한 만큼 결과를 낼지 여부는 선수들이 얼마나 활약하느냐에 따라 달려있습니다.

외국인 선수

외국인 선수들의 면면도 화려해졌습니다. 브라질 출신 선수들이 다소 줄어든 대신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루마니아 등 동유럽권 선수들이 많아졌습니다. 또 호주 출신 선수들이 작년 4명에서 올해 7명으로 늘어난 것도 특징입니다. 성남의 요반치치, 제주의 호벨치, 강원 아키, 인천 번즈 등이 새로운 외국인 선수 가운데 눈에 띄며, 기존의 서울 데얀, 전북 에닝요, 수원 라돈치치 등의 활약도 기대됩니다. 특히 K리그 출범 후 역대 최장신 공격수(201cm)로 기록될 광주 FC 보그단 밀리치(복이)의 활약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큰 키를 활용한 제공권과 타점 높은 공격력을 바탕으로 광주의 돌풍을 이끄는 자원이 될지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닥공 시즌 2

지난해 우승팀 전북 현대는 최강희 감독을 국가대표로 보내야만 했던 아쉬움이 있었지만 최 감독 아래서 오랫동안 보좌한 이흥실 코치가 감독대행으로 승격해 맡게 되면서 '닥공 시즌 2'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공격 축구를 지향하는 것은 똑같으면서 볼 점유율을 높이고, 패스의 질을 향상시켜 보다 질 높은 공격 축구를 보여주는 것이 닥공 시즌 2의 특징이라고 이흥실 감독대행은 설명했습니다. 기존 자원들을 최대한 지키면서 김정우, 이강진이라는 중원, 수비의 핵심 요원들을 영입해 전력이 더욱 강화된 전북이 '닥공 시즌 2'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줄지 주목됩니다.

▲ 전북 현대 (사진=김지한)
키워드 축구

지난해 '닥공 축구'가 K리그 뿐 아니라 AFC(아시아축구연맹)에서도 모범 사례로 소개됐을 정도로 키워드 축구가 각광받았습니다. 또 정규리그에서 6위를 차지했다 강력한 수비 축구로 챔피언십 준우승까지 오른 울산 현대에 '철퇴 축구'라는 팀 키워드가 따라 붙었습니다. 그 팀의 정체성, 특징을 알리는 데 키워드만 한 것이 없다고 본 것일까요. 올 시즌 K리그 16개 팀은 저마다 키워드를 내세워 선전을 자신하고 있습니다.

성남 일화는 '전북에 닥공이 있다면 우리는 신공이 있다'면서 신나게 공격하라는 의미의 '신공 축구'로 승부를 걸겠다는 각오를 보였습니다. 또 FC 서울은 '무조건 공격해'라는 뜻의 '무공해 축구'로 우승하겠다고 벼르고 있으며, 제주 유나이티드는 서서히 침투해서 한방에 제압하는 의미의 '방울뱀 축구'를 키워드로 내세웠습니다. 또 광주 FC는 선수들끼리 조화를 잘 이뤄 매운 맛을 보여주겠다는 의미의 '비빔밥 축구'를, 상주 상무는 밸런스, 볼 점유율, 퀄리티를 뜻하는 'BBQ 축구'를 내세웠습니다. 기발하게 나온 키워드 축구는 올 시즌 K리그를 더 재미있게 만드는 힘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물론 빈 말에 그칠지, 실제 경기력과 잘 연결될지 여부는 그 팀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젊은 감독

언젠가부터 40대 감독이 득세를 이룬 K리그. 올해도 40대 감독이 힘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신태용 성남 감독, 최용수 서울 감독, 황선홍 포항 감독, 유상철 대전 감독 등 4명의 40대 감독은 올해 패기 넘치는 축구로 또 한 번 일을 내겠다며 벼르고 있는 지도자들입니다.

모두 지난 시즌 나름대로 성과는 냈습니다. 신 감독은 지난해 FA컵 우승을 거머쥐었으며, 최용수 감독은 벼랑 끝에 몰렸던 서울을 중간에 맡아 3위까지 끌어올리며 지도력을 인정받았습니다. 또 황선홍 감독도 친정팀을 맡아 2위로 선전했고, 유상철 감독은 승부조작 파문 등으로 패배의식에 젖어있던 대전의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 한 몫 했습니다. 올해는 더욱 업그레이드된 결과를 내야 하는 만큼 어떤 감독들이 더욱 자기 색깔을 분명히 드러내고 안정된 시즌을 보낼지 지켜볼 일입니다.

모아시르 페레이라

K리그 감독 가운데 유일하게 외국인인 대구 FC 모아시르 페레이라 감독도 주목할 면이 많습니다. 페레이라 감독은 지난해 브라질 U-20(20세 이하) 대표팀 수석코치를 맡아 U-20 월드컵 우승을 이끌어낸 지도력을 인정받은 감독입니다. 페레이라 감독의 성공적인 K리그 정착을 위해 대구FC는 감독이 원하는 코칭스태프, 선수들을 모두 거둬들이는 파격적인 결정을 하기도 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한국 문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는 페레이라 감독이 빠른 템포 축구로 초반부터 돌풍을 일으키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대구 FC는 의외의 돌풍 팀으로 주목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용수 서울 감독이 대구 FC를 올해 우승후보로 꼽았을 정도로 기대가 큰 팀, 대구 FC의 행보를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 올해 이 우승 트로피의 주인은 누가 될 것인가. (사진: 김지한)
2부 리그

경기 내적인 측면에서 여러 가지 키워드를 꼽아봤지만 어쨌든 올해 K리그는 승강제 전 단계로 많은 것을 새로 시작하고, 또 새로 구축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개막을 맞게 됐습니다. 진통 끝에 강등팀 2개를 정하고, 단계적으로 승강제를 정착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이와 더불어 내년에 도입될 2부 리그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하느냐가 K리그의 먼 미래를 내다보는 관점에서 아주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저마다 이익을 챙기는 데 급급해 하면 절대 K리그 승강제는 제대로 정착될 수 없습니다. 한국 축구의 건강한 미래, K리그의 희망을 위해서 2부 리그 제도의 완전한 구축은 올 시즌 순위 레이스만큼이나 꼭 이뤄야 할 목표입니다.

대학생 스포츠 블로거입니다. 블로그 http://blog.daum.net/hallo-jihan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스포츠를 너무 좋아하고, 글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