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이선희 멘토스쿨이 독점해온 골든티켓이 50kg에 의해 주인이 바뀌게 됐다. 밴드 주제라고 하기에는 대부분 발라드한 노래를 선보인 반면 산울림의 ‘아니 벌써’를 선택한 50kg는 일단 선곡에서 다른 멘티들과의 차별성을 가져간 것이 시선 끌기에 성공했다.

그렇지만 멘토들의 평가는 썩 좋다고 할 수는 없었다. 이승환 8.9 점, 이선희 9.1 점 그리고 윤상은 8.8점으로 미세하지만 가장 낮은 점수를 주었다. 그러나 마지막 박정현에게서 위탄 생방송 사상 가장 놀라운 반전이 일어났다. 윤상의 평가를 정면으로 부정하면서 아직까지 나온 적 없는 9.8점의 점수로 다른 멘토와 무려 1점의 차이를 보였다. 지금까지 멘토들의 점수차가 거의 없다고 해도 좋을 만큼 비슷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물론 그렇게 해서도 멘토 점수 총점에서는 배수정에게 밀렸지만 이어 터진 전문심사위원 총점에서 배수정을 무려 4점 넘게 따돌리면서 골든티켓을 손에 쥘 수 있었다. 헌데 박정현이 9.8 점이라는 점수폭탄을 던질 때 윤상의 표정을 주목할 필요가 있었다. 다른 멘토들 모두 점수에 놀라는데 유일하게 윤상만 아무런 표정 없이 정면만 주시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속담처럼 그리고 다음 순서인 장성재에게 준 윤상의 점수는 8.6점으로 이날 멘토들에게서 나온 최저점수였다. 물론 그 전에 구자명에게 박정현도 역시 8.6점을 주었지만 앞서 박정현의 심사평과 점수에 윤상의 반응을 보면 감정이 들어간 점수일 가능성도 전혀 배제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그렇지만 장성재에 대해서는 다른 멘토들 역시도 낮은 점수를 주었기 때문에 그렇게 크게 표시가 나지는 않았을 뿐이다.

일단 위탄2 4차 생방송의 주제는 박정현의 반란이라고 할 수 있다. 위탄2가 갈수록 인기를 잃어가는 이유 중 하나가 멘토들의 지나친 친목이라 할 수 있다. 서로를 배려하다 보니 멘티들에 대한 평가가 냉정하게 이뤄지지 않아 시청자에게 긴장감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간혹 좋지 못한 평가를 하더라도 점수는 서로가 비슷비슷해서 더욱 김빠진 오디션이 되고서는 무대 위의 멘티들에 대한 대중의 평가마저 하락하고 있다는 점은 오디션 자체의 인기가 떨어지는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라 할 수 있다.

누군가 하나는 총대를 멨어야 할 분위기였다. 보통은 가수가 아닌 작곡가 윤일상이거나, 예선 때 냉정한 평가로 눈길을 끌었던 윤상이 먼저 치고나올 것이라 생각했지만 결과는 의외로 순하디 순한 박정현이 용기를 냈다는 점이 흥미롭다.

어쨌든 오디션은 좀 시끄러워야 제 맛이다. 그러기 위해 슈퍼스타K는 악마의 편집을 사용했고, K팝스타는 심사위원끼리 치고받는(?) 모습을 연출했다. 물론 그런 면에서 위대한 탄생은 누구보다 강했었다. 시즌1의 멘토들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자기 하고픈 말은 참지 않았다. 그것이 설혹 다른 멘토에 대한 공격이 되더라도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그 결과 위대한 탄생은 멘토 오디션이라는 자기 정체성을 인정받게 됐다.

헌데 지금의 위대한 탄생은 물에 물탄 듯 서로가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투로 흘러왔다. 어떻게 보면 착한 것이겠지만, 국민의 관심이 쏠린 오디션을 끌어가기에는 무책임하고, 솔직하지 못하다고 할 수 있다. 좋은 평을 했으면 높은 점수를 주고, 나쁜 평을 했으면 낮은 점수를 주는 일관된 행동도 보여주지 못했다. 좀 더 심하게 말하자면 비겁한 것이다.

위대한 탄생 시즌2는 시청자 관심이 줄어들 것을 각오하고 문자투표 비중을 대폭 줄였다. 그만큼 멘토들에게 더 많은 권한을 준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멘토들은 시즌1의 멘토들처럼 치열하게 고민하고 심사하려는 것보다 서로에게 누가 되지 않으려고 하는 복지부동의 자세에 더 가까웠다.

이에 여린 박정현이 반기를 든 것이 무엇보다 흥미롭다. 박정현이 50kg에게 준 9.8점이라는 점수에 대한 타당성을 떠나 지루하게 흘러가고 있는 맥 빠진 위대한 탄생에 돌을 던졌다는 것만은 절대 반길 일이다.

한편으로, 이번에 탈락한 장성재의 경우 온라인 사전투표에서 5위였었다. 이제 톱 5이 겨루는 다음 주부터는 온라인투표의 순위와 점수도 당락에 미치는 영향도 조금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자투표도 한쪽으로 크게 몰리는 것 같지는 않아 모든 점수에 고루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