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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향형 집순이 전성시대[주관적이고, 사적이고, 사소한 이야기] 이제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김은희 | 승인 2022.01.06 13:22

[미디어스=소설가 김은희] 작년 한 해 MBTI가 대유행하였다. MBTI는 개인, 사회, 인간관계에서 어떤 패턴을 보이는지 알려주고 일상생활에 적용할 수 있도록 고안된 성격유형지표이다. MBTI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MBTI 자격증을 취득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MBTI를 기반으로 상담을 해주는 기관도 생겼다. 

MBTI는 16가지 성격 유형으로 나눠진다. 선호 경향에 따라 에너지 방향이 외향형에 속하는지 내향형에 속하는지, 인식 기능이 감각적으로 작용하는지 직관적으로 작용하는지 알 수 있다. 또 판단 기능이 사교형에 속하는지 감정형에 속하는지 알 수 있으며, 생활 양식이 판단형인지 인식형인지 알 수 있다. 인터넷에는 MBTI 성격 유형에 따른 해석에 맞춰 개인의 생활과 성격을 정리해 놓은 자료도 많다. 

이젠 취업때도?…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연합뉴스 유튜브 영상 갈무리)

사적이든 공적이든 만나는 사람마다 MBTI를 해 보았냐고 묻고 성격 유형이 어디에 속하는지 묻고는 그럴 줄 알았다고 즐거워했다. 나는 낯선 자리, 낯선 사람 만나기를 어려워해 MBTI로 대화가 이어질 수 있어 고마웠다. 나는 INFJ로 일명 인프제로 불리는 성격 유형이다.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꼭 필요한 유형이다. INFJ 유형을 보니 내 성격, 생활 양식과 닮아 있었다.

나는 전형적인 집순이다. 며칠, 몇 주, 몇 달을 집에 있어도 답답하지 않고 불편하지 않다. 혼자 놀기에 특화된 사람이다. 영화를 볼 때도 영화관보다 집에서 보는 것을 선호하고, 밖에서 혼자 밥을 먹게 되어도 괜찮다. 가볍게 산책하며 생각을 정리하고, 햇살이 곱게 드는 조용한 카페에 혼자 앉아 가만히 앉아 있을 것을 좋아해 대부분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많은 사람을 만나 부딪치며 에너지를 나눌 체력이 되지 않는다. 에너지가 많지 않아 사람이 많은 곳,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모임에 가면 집에 가고 싶어지고 쉽게 피곤해진다. 

물론 사람들을 전혀 만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가끔 낯선 사람들을 만난다. 가끔 만나는 사람들은 내가 활발한 사람이라고 착각할 때도 있다. 어색한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에너지를 쏟고 오는 경우가 간혹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계로 인간관계는 넓지 않고, 몇 안 되는 친구를 오래 만나고 있다. 그런데 인터넷을 보다 알게 된 사실이 있는데 생각보다 나와 같은 유형의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다. 

이미지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전에는 타의에 의해 사회적 가면을 쓰고 활발하고 활동적인 사람처럼 생활했던 집순이들이 뜻하지 않은 집순이 지향 시대를 맞으며 집에만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시대가 되어 자신의 성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집순이 지향 시대에 접어들며 집에서 혼자 할 수 있는 운동, 집에서 혼자 할 수 있는 공부, 집에서 혼자 할 수 있는 놀이와 취미생활, 사람들을 직접 초대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랜선 집들이 등 다양한 방법의 집순이 모드가 만들어지고 보편화되고 있다.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집에만 있는 집순이를 게으르고 소심한 사회 부적응자로 생각하며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는데 현재는 집순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집구석에서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는 인간이 아니라, 혼자서도 잘 놀고 혼자서도 씩씩하게 잘 살고, 혼자만의 창의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긍정적인 인간으로 생각한다. 사실 집순이들은 밖이 아니라 내 집, 내 방 안이라는 공간의 차이만 있을 뿐 예전부터-남들은 나무늘보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나름 내 안은 치열하고 전투적이고- 열정적으로 살고 있었다. 시대가 인정해 주지 않았을 뿐이다. 집순이 시대를 맞아 이제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나는 집순이야,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모임에 가고 싶지 않아.

이미지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시대와 맞물려 내향형 집순이 전성시대가 열렸지만 언제 다시 시대가 바뀔지 모른다. 하지만 시대가 바뀐다고 하여도 집순이에 대한 시선이 예전처럼 부정적이지 않을 것이다. 우리 모두 집순이를 경험해 보았기 때문이다.

2022년을 조용히 맞았다. 2022년은 떠들썩한 뉴스에 묻혀 숨죽이고 조용히 새해를 열었다. 2022년은 마치 시끄러운 분위기를 싫어하는 소심한 내향형 같다. 호랑이 해라고 하는데 아주 내향적인 호랑이인 게 분명하다. 그런데도 2022년은 변화와 이동이 많은 해라고 한다. 내향적 호랑이 해를 맞이해 집에서 열정적으로 움직이게 된다는 뜻. 내향형 집순이 전성시대가 당분간 계속된다는 말.

그렇다면, 방구석 내향인 힘내라!

김은희, 소설가, (12월 23일 생) 대전일보 신춘문예 소설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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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  postboat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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