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발영상> 무력화, 보도국장 추천제 폐기, 해직사태 장기화 등을 주도한 배석규 YTN 사장의 연임이 사실상 결정된 가운데, YTN노조의 총파업 찬반투표가 오늘(29일) 종료된다.
총파업 전운이 감도는 YTN 내부에서는 젊은 기자들을 중심으로 "하루를 살더라도 진짜 기자로 살고 싶다" "우리가 정말 기자가 맞냐" "(6명이 해직된)2008년 이후 한 걸음도 떼지 못했다"는 '자기 고백'이 사내게시판에 잇따르고 있는 양상이다. 해직사태 장기화, 매체환경 변화를 바라보는 YTN 젊은 기자들의 복잡한 속내와 고민들이 '총파업'으로 수렴될지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YTN 국제부의 김수진 기자는 최근 YTN사내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단 하루를 살더라도 '진짜 기자'로 살고 싶다"고 '고백'했다.
입사 10년차인 김 기자는 "선배들이 해직당한 1200일 전쯤부터 저의 정신은 파업상태였던 것 같다"며 "뉴스타파 첫회가 방송된 날 부끄러움과 울분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마이크를 강제로 빼앗긴 사람들도 저렇게 애쓰는데, 아직도 멀쩡한 마이크를 쥐고 있는 나는 왜 이렇게 비겁한가 하는 생각이 잠을 앗아갔다"며 "우리 모두 데스크들에게 취재 아이템이 매번 킬 당하거나 축소되고, 싸우고 하는 과정을 거치다 못해 이젠 지쳐서 남들 하는 것만 따라가고 딱히 크게 이슈가 될 만한 보도는 알아서 피하는 '면피 전문 기자'가 돼가고 있다"는 것이다.
김 기자는 "그러는 사이 FTA 반대 집회를 취재나간 후배 기자와 중계팀이 사람들의 질타와 위협을 견디다 못해 철수하는 일까지 생겼다"며 YTN 사측을 향해 "YTN 이름을 숨겨야만 취재가 가능한 현장이 늘어나고 있는데, 그래도 자랑스러운가"라고 반문했다.
김 기자는 "내가 가장 앞장서서 기꺼이 돌팔매를 맞겠다"며 "나 역시 함께 그 돌을 맞아 마땅할 정도로 부끄럽게 살아왔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 싸움은 YTN의 미래 세대를 위한 싸움이라는 단단한 확신이 섰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입사 10년차인 최모 기자 역시 "우리가 함께 탄 배가 가라앉고 있다"며 "(입사 이후) 이 시절만큼 혼란스러웠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최 기자는 "비정상적인 취재 시스템과 자기검열 탓에 '특종'이 없는 언론이 진짜 언론사인가? 우리가 정말 기자인가?"라고 물으며 "종편 출범 이후, 되레 YTN의 시청률이 몇 %포인트 올랐다고 우리가 정말 방송 잘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계신다면 오산이다. 그렇다면 정말 언론사의 수장이 될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른 기자 역시 "젊은 기자들이 신음하고 있는데 이를 일부 의견으로 치부할 작정이냐"며 "2008년 이후, 우리는 한 걸음도 떼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BBK 단독보도 불방사태에 대한 회사의 입장을 읽으며 제가 그동안 고수했던 조심성이 단순한 용기없음이었고, 그렇지 않더라도 충분히 이용될 수 있는 성질의 것임을 다시 느꼈다"고 전했다.
전모 조합원도 "의욕도 없고, 희망도 없는 YTN이 돼버린 지금 뭐가 불안하고 두렵겠느냐"며 "파업찬반투표가 압도적인 수치로 가결됐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해직 사태 이후) 3년이 훌쩍 지났지만 YTN은 무엇이 달라졌느냐"며 "회사는 시청률 올랐다고 자랑하기 바쁘지만, (MBN이 빠진 뒤) 반짝 특수를 누리고 있는 것이고 그나마 이것도 이미 거품이 빠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디지털TV 시청가구 시청률 조사에서는 YTN과 뉴스Y의 시청률에 별반 차이가 없다고 한다. 충격적이지만 당연한 결과"라며 "우리의 콘텐츠에는 아무런 힘도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YTN 사측은 젊은 기자들의 이 같은 글이 사내 게시판에 올라올 경우 삭제를 반복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편, YTN 선임사원 협의회는 YTN노조의 총파업 움직임에 대해 27일 입장을 내어 "KBS와 MBC노조의 ‘정치적’ 파업과 때를 같이해 YTN노조가 파업에 들어갈 경우 과연 누구에게 이익이 되는지를 잘 판단해주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선임사원협의회는 "3년여 전 사장 선임을 둘러싸고 빚어졌던 노사 갈등의 심각한 후유증과 이에 따른 회사의 위기를 극복하고, 제2의 도약을 위해 새롭게 시작해보려는 의지에 가득 차있는 이때 이토록 스스로를 폄하하고 구성원 모두의 노력을 비하하면서 오직 회사를 투쟁의 상대로 몰아가려고하는 일부의 의견에 대해 너무나도 참담한 심정과 깊은 자괴감을 금할 길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