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의 첫 번째 운명을 좌우할 매치가 바로 오늘 밤 9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립니다.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쿠웨이트전을 맞이할 최강희호 축구대표팀은 이번 경기 결과에 따라 향후 순항하게 될지, 아니면 출범 초기부터 큰 위기를 맞게 될지 엇갈린 운명을 맞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한국의 승리가 점쳐지고 있습니다. 객관적인 전력도 그렇지만 추위, 잔디 등 경기 환경이 쿠웨이트 선수들에게 익숙지 않다보니 이 점에서 유리한 한국의 압도적인 경기 주도가 예상됩니다. 실제로 지난 2006 독일월드컵 최종예선에서도 쿠웨이트와 2월에 만나 당시 2-0 완승을 거둔 바 있습니다. 하지만 방심은 결코 금물입니다. 쿠웨이트 역시 이번 경기를 이기면 최종예선에 오를 수 있는 만큼 배수의 진을 치고 경기에 나서려 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두 팀 모두 '단두대 매치'가 될 텐데요. 이번 경기 관전포인트를 5가지 정도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 쿠웨이트와 2014 브라질 월드컵 3차 예선 B조 6차전을 앞둔 한국축구대표팀 최강희 감독이 지난 28일 오후 파주 NFC에서 훈련을 하기 앞서 선수들에게 얘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기면 된다, 하지만 내용도 중요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한국 축구의 승리를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에서도 34위인 한국이 91위인 쿠웨이트보다 앞서 있고, 최근 전적에서도 한국이 쿠웨이트를 상대로 연승을 달렸던 것이 그 근거입니다. 최강희 감독이 부임한 뒤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진데다 지난 주말 우즈베키스탄을 4-2로 꺾고 상승세 분위기를 타고 있는 것도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승리만큼이나 내용 있는 경기를 펼치는 것도 중요합니다. 조광래 감독이 대표팀을 맡았던 시절, 전과 다른 축구로 시선을 끌기는 했지만 많은 시행착오와 위기관리 능력 부족으로 벼랑 끝에 몰렸다 결국 좌초했던 한국 축구였습니다. 그 때문에 아시아에서 2류로 전락했고, 위상도 많이 떨어졌습니다. 최강희 감독은 "정신만 차리면 한국 축구를 이길 아시아 팀은 없다"고 했고, 예전 한국 축구 특유의 정신력, 경기력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에 걸맞은 경기력으로 좋은 결과만큼이나 내용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 이번 쿠웨이트전에서 최강희호 축구대표팀이 이뤄야 할 목표입니다.

이동국-이근호, 아시아 예선 사나이 면모 보여줄까

가장 주목할 선수는 아무래도 쿠웨이트에 강한 면모를 보인 선수, 중동 축구에 강한 면모를 보이면서 해결사 역할을 해줄 선수일 것입니다. 그 후보로 이동국(전북 현대), 이근호(울산 현대) 두 공격수를 꼽을 수 있습니다. 둘은 유독 중동에 강한 경기력을 선보였고, 각각 독일월드컵, 남아공월드컵 예선에서 한국 축구의 기를 살린 선수들입니다. 최근 경기력이 많이 오른 것도 공통점이며, 이번 경기에서 선발 출장도 사실상 확정된 상황입니다. 그래서 좋은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경기에서 골폭풍을 과시하고, 최강희호의 첫 번째 황태자로 우뚝 설 수 있기를 기대하는 시선이 많습니다.

이동국은 이미 지난 주말 열린 우즈베키스탄전을 통해 골감각을 과시했습니다. 이동국다운 공격적인 플레이로 2골을 몰아넣으며, 겨우내 몸을 잘 만들었음을 몸소 보여주었습니다. 이근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측면과 중앙을 수시로 오가면서 공격 기회를 만든 이근호는 결국 이동국의 골을 도우면서 또 한 번 존재감을 과시했습니다. 특히 올 시즌 K리그로 복귀해 새로운 마음가짐을 갖고 1년을 보내야 할 이근호 입장에서는 K리그 개막을 앞두고 갖는 이 경기가 상당히 남다르게 다가올 것입니다.

박주영, 기성용...해외파의 힘을 보여라

최강희호가 국내파 위주의 선수들로 구성돼 있어 상대적으로 해외파의 영향력이 줄었다고 하지만 최강희 감독은 '오로지 실력, 당일 컨디션에 따라 결정된다'면서 향후 해외파 선수들의 컨디션이 오르면 언제든 중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그런 만큼 최강희 감독 앞에서 직접 경기력을 펼칠 해외파 두 대표, 박주영(아스널)과 기성용(셀틱)이 얼마만큼 제 역할을 다 할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기성용은 그나마 최근 골도 넣고,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등 기대하는 바가 크지만 박주영에게는 물음표가 달려 있는 게 사실입니다. 소속팀에서 완전히 외면 받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력 저하 논란이 나왔고 최강희 감독이 마지막까지 고심했다 겨우 발탁한 박주영이었습니다. 그런 만큼 기회가 주어졌을 때 뭔가를 보여야 하는 입장이 됐습니다. 자신에게 달린 물음표를 떨어트리게 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펼칠 이번 쿠웨이트전 활약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자신을 위해서, 팀을 위해서 모두 중요합니다.

▲ 박주영과 기성용 ⓒ연합뉴스
또 다른 영웅이 탄생할까

'난세에 영웅이 탄생한다'는 말이 있듯이 새로운 영웅 탄생 여부도 관심사입니다. 지면 끝인 상황에서 의외의 선수가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 최종 예선 진출을 이끌고, 최강희호의 황태자로 떠오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가장 기대를 모으는 선수는 선발 출장이 점쳐지는 측면 공격수 한상운(성남 일화)입니다. 지난 우즈베키스탄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렀던 한상운은 날카로운 왼발 킥 능력과 기민하고 감각적인 움직임으로 공격의 활로를 뚫으며 합격점을 받았습니다. 이미 지난 달, 홍콩 챌린지컵에서 가공할 만한 득점력을 과시하며 올 시즌 맹활약을 예고했던 한상운이 이번 쿠웨이트전을 통해 존재감 있는 활약상을 보여준다면 최강희 감독의 꾸준한 부름을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돌아온 스타'들의 활약 여부도 눈길을 끕니다. 지난 우즈베키스탄전을 통해 달라진 대표팀 적응을 마친 김두현(경찰청), 김상식(전북 현대), 김치우(상주 상무) 등은 이번 쿠웨이트전에서도 큰 몫을 해내기를 기대하는 선수들로 꼽힙니다. 경험도 많고, 나름대로 월드컵 예선 경험도 풍부한 이들이 위기에 빠진 한국 축구의 구세주 역할을 톡톡히 해내면서 대표팀 롱런도 이끌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주전 골키퍼' 정성룡이냐, 김영광이냐

최강희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골키퍼 포지션에 경쟁 체제를 도입할 뜻을 내비쳤습니다. 정성룡 1인 체제보다 충분히 정성룡에 버금가는 능력을 갖춘 김영광을 경쟁자로 붙여 경쟁의식을 불러일으키고, 이를 통해 골키퍼 경쟁력을 강화시키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지난 우즈베키스탄전에 김영광을 선발 골키퍼로 출장시켰던 최강희 감독이었습니다. 2년 3개월 만에 선발 출장한 김영광은 비록 2실점하기는 했지만 안정된 경기 운영으로 오랜만에 뛴 대표팀 수문장 역할을 잘 해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에 따라 이번 쿠웨이트전에 김영광이 나올지, 아니면 원래대로 정성룡이 나올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경험으로 따지면 정성룡이 우위에 있지만 김영광 역시 충분히 주전 자격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와 최강희 감독의 최종 선택에 따라 두 선수의 희비가 엇갈릴 전망입니다. 첫 경기 선택을 받은 김영광이냐, 아니면 2년 가까이 주전 골키퍼로 활약한 정성룡이냐, 뚜껑은 경기 직전 열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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