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신년 여론조사 결과들이 쏟아진다. 흐름은 대체로 일관된다. 윤석열 후보 지지율이 유의미하게 빠졌고 그 영향으로 이재명 후보와의 격차는 오차범위 밖이 됐다. 반사이익은 안철수 후보가 보고 있다. 언론은 이제 본격적으로 단일화 얘기를 한다.

정치 참여 선언을 하던 때만 해도 윤석열 후보는 정권교체를 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평가됐다. 혹자는 “가만히 있기만 해도 이길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보수층 내에서도 후보교체 여론이 상당하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정치 참여 이후 윤석열 후보가 최악의 선택만 거듭한 결과다. 정권교체의 기본 공식은 과거와 결별하고 달라진 보수정치가 중도와 손잡고 선거에서 승리하는 거였다. 따라서 윤석열 후보는 정치참여 선언 직후 중도적 정치인으로서의 모습을 보이면서 국민의힘과 상당 기간 갈등 관계에 있었어야 했다.

하지만 윤석열 후보는 오히려 우파적 정체성에 치중하며 국민의힘과의 경계선을 스스로 허물어뜨렸다. 입당을 안 할 명분이 없어졌기 때문에, 조기 입당을 해야 했다. 조기 입당을 불가피하게 선택했더라도 당이 변해야 한다는 주장을 앞세워 기층 조직과 갈등했더라면 또 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 후보가 불필요한 방식으로 이준석 대표와 갈등을 키우고 경선을 퇴행적 방식으로 치르면서 국민의힘 스스로가 재보궐선거 당시 변화의 모습을 이전으로 되돌리는 결과를 만들어 버렸다.

경선 이후 ‘본선에선 다를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으나, 마찬가지였다. 경선에서 보인 모습이 본질이란 평가는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배우자 김건희 씨의 허위 이력 논란에 대응하는 윤석열 후보의 태도는 ‘공정과 상식’을 내세운 것과는 달리 본인부터가 공정하지도, 상식적이지도 않다는 평가를 남겼다.

‘처가 리스크’는 이미 널리 알려진 상태였다. 따라서 배우자와 처가의 ‘비상식’을 윤석열의 ‘공정’이 어떻게 다루는지가 관건이었다. 윤석열 후보가 기자들에게 “시간강사를 어떻게 채용하는지 알아보고 질문하라”며 신경질적으로 대응하면서 ‘공정’은 ‘제 식구 감싸기’로 전락했다.

김건희 씨 사과가 미진했더라도 윤석열 후보가 그간의 대응을 진심을 다해 사과했다면 정권교체를 바라는 유권자들은 용서했을 것이다. “제 부족한 배우자를 용서해주십시오. 앞으로 처가 문제는 우려가 없도록 확실히 대책을 세우겠습니다”라고 했으면 달랐을 것이다. 그러나 아니다. 새시대준비위라는 존재의 이유도 의미도 알 수 없는 기구의 셀프-인터뷰를 통해 윤석열 후보가 보여준 것은 국민이 아니라 김건희 씨에 대해 미안해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음식점에서 열린 코로나19 자영업 피해 현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건희 씨 사과로 한 고비 넘긴 국면에서 대여투쟁을 통해 분위기를 다잡고 돌파구를 열겠다는 계산은 이해가 간다. 국민의힘이 공수처의 통신자료 조회 논란을 붙든 것은 모양새가 좀 우습긴 해도 시점과 조건을 볼 때 그럴 수도 있는 문제 같다.

그러나 윤석열 후보가 주체사상이니 사회주의니 하는 평가를 동원해 자유한국당 시절로 돌아간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은 변화를 향한 기대를 다시 한 번 저버리는 행위다. 대구경북 출신 인사도 아니면서 해당 지역에 가서 이념 행보를 한 게 그 지역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춰질까. 동정표조차 얻기가 쉽지 않다.

사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대단히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든지 “건강이 회복되면 뵙고 싶다”고 한 것은 ‘윤석열’ 캐릭터의 완전한 붕괴로 이어졌다. 적어도 수사는 어쩔 수 없었다는 식이 아니라 국정농단은 범죄이므로 수사는 정당했다고 했어야 했다.

이제 윤석열 후보는 정책 행보를 강화한다는데, 이렇게 후보 이미지가 완전히 훼손된 상태로는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메시지와 정책을 모두 틀어쥐겠다고 선언했지만, 그런 문제는 총괄선대위원장을 맡기면서 이미 해결했어야 한다. 됐어야 할 게 안 된 배경에는 후보의 고집이 있다. 그 고집을 자해적 방황을 거듭하는 이준석 대표 말고는 꺾으려는 사람도 없다는 것 역시 문제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1월 안에 문제를 바로잡으면 상황을 충분히 반전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뒤집어 말해 1월 안에 가시적 변화를 보여주지 못하면 선거는 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쌓아 놓은 부정적 요인이 너무 많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놀랄만한 충격적 조치 없이 분위기 일신은 어려워 보인다.

더 문제는 지지율을 키운 안철수 후보가 윤석열 후보의 앞을 가릴 수밖에 없게 됐다는 점이다. 강한 쪽이 내줄 게 많아지는 협상은 타결이 쉽지 않다. 더군다나 안철수 후보는 ‘단일화의 무덤’이다. 지난 재보선에서 경험한 바대로 기선제압으로 일관해도 쉽지 않은데 주도권을 일정 부분 내준 상태라면 어떻겠는가. 다시 정권교체를 바라는 유권자 내에서 윤석열 후보가 압도적 우위를 갖는 구도를 복원하지 않으면 단일화 협상은 쉽지 않다.

이쪽이든 저쪽이든 가리지 않는 일관된 기준을 외압에 굴하지 않고 관철해낸다는 이미지와 이를 바탕으로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경쟁력은 윤석열 후보가 가진 정치적 자산의 두 축이었다. 그런데 이 두 축이 모두 무너졌다. 이게 위기의 핵심이다. 결국 윤석열 후보 본인이 변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빨리 깨닫지 않으면 기회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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