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국가대표 축구 평가전에서 수훈 역할을 한 선수는 '라이언킹' 이동국(전북 현대)이었습니다. 가벼운 몸놀림을 보이며 2골을 뽑아낸 것 자체도 돋보였지만 쿠웨이트와의 브라질월드컵 3차예선 최종전이라는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쾌조의 컨디션을 보였다는 데서 많은 부분을 기대하게 했습니다. 2010년 3월, 코트디부아르와의 평가전 이후 2년 여 만에 A매치 골을, 그것도 멀티골을 넣은 이동국은 쿠웨이트전 승리의 선봉장 역할을 톡톡히 수행해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이동국이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은 아무래도 '스승' 최강희 축구대표팀 감독의 덕도 컸습니다. 3년 동안 함께하면서 누구보다 이동국을 잘 아는 최 감독은 강점, 특징을 살린 전술 운영으로 K리그 최고 스트라이커 이동국의 기를 살려줬습니다. K리그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그 모습 그대로였고, 살아줘야 할 공격수의 신명나는 플레이에 최강희호 축구대표팀은 A매치 첫 판을 기분 좋은 승리로 장식했습니다.

그동안 침묵했던 이동국이 최강희 감독 부임으로 처음부터 두각을 나타내면서 관심은 이제 또 다른 '최고 스트라이커' 박주영(아스널)에게 모아지게 됐습니다. 얼마 전까지 대표팀 주장직을 수행하고, 한국 축구의 확실한 해결사 역할도 톡톡히 해냈던 박주영. 하지만 출전 시간 저하, 이로 인한 경기력 하락 문제로 도마에 올랐습니다. 최강희 감독이 결국 마지막에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 발탁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박주영의 입지가 이전처럼 확고하지 않아 보이는 건 사실입니다.

박주영 입장에서는 그동안 자신을 향한 부정적인 시선, 의문 등을 확 털어버리고 쿠웨이트전 맹활약을 다짐하고 있을 것입니다. 물론 실제로 맹활약을 펼쳐 팀 승리에 영향을 준다면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이라는 소기의 성과뿐 아니라 이동국, 박주영이라는 최고의 공격 자원을 복수로 보유하게 된 계기를 만들 것으로 기대를 모읍니다. 결국 박주영이 얼마나 좋은 활약을 펼치느냐에 따라 박주영 개인이나 한국 축구의 운명도 결정될 것으로 점쳐볼 수 있습니다.

▲ 박주영 ⓒ연합뉴스
잇따른 하락세에 급격하게 흔들린 박주영

월드컵 3차예선을 치르면서 박주영이 보여준 활약상은 엄청났습니다. 레바논전 6-0 대승을 거뒀을 때 해트트릭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출전한 4경기에서 모두 골을 집어넣으며 해결사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습니다. 경기력 저하라는 주변 평가를 확 날려버리기라도 하듯 대표팀에서 박주영의 활약상은 분명 큰 힘이 됐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레바논 원정 패배 이후 박주영의 신세는 그리 밝지 못했습니다. 본인은 괜찮다고 했지만 소속팀 내 입지가 계속 줄면서 제대로 뛴 경기가 손에 꼽을 정도였습니다. 임팩트 있는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다보니 경기력 저하 논란이 나왔고 이는 자연스레 대표팀 경기력, 입지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조광래 감독 사퇴 이후, 곧바로 박주영의 입지 문제가 흘러나왔고, 새로 부임한 최강희 감독 역시 박주영에 대해 의문 부호를 달았습니다. 부동의 스트라이커로 주목받던 박주영의 입지가 급격하게 흔들린 것입니다.

그래도 '박주영은 박주영이다'라는 인식에 최강희 감독은 마지막까지 믿음을 보였고, 그 믿음에 박주영은 부응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쿠웨이트전 한 경기를 치르게 됐습니다. 하락세를 보이던 선수를 다시 살리는데 조예가 깊은 최강희 감독과의 첫 만남이라는 점에서 흥미를 끄는 부분도 있지만 어쨌든 이번이 박주영에게 반전의 기회를 살릴 절호의 경기, 사실상 마지막 기회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박주영이 쿠웨이트전에서 풀어야 할 과제들

일단 박주영이 쿠웨이트전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는 한둘이 아닙니다. 주축 공격수답게 골을 뽑아내 최종예선 진출을 이끄는 것, 본인의 입지, 명예를 다시 살리는 것, 그리고 새로 부임한 최강희 감독으로부터 절대적인 신뢰를 이끌어내는 것, 잃어버렸던 자신감을 완전히 회복하는 것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대표팀 전체에도 힘을 불어넣고, 공격진의 경쟁의식 강화, 경기력 향상 등에도 영향을 미치도록 해야 합니다. 그만큼 박주영이 대표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대단하다는 얘기며, 3차예선 최종전 '유종의 미'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이 중에 제일 중요한 것은 자신감 회복입니다. 실전 경험이 떨어져 있고, 주전 경쟁에서 밀려 있는 상황에서도 대표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다면 스스로 회복해 조금이나마 힘을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시즌 막판에라도 기회를 잡는다면 될 텐데 그렇기 위해서는 국가대표 중요한 경기에서 중요한 활약상을 보여주는 것이 필수입니다.

스스로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소속팀 아스널의 원칙론에 따라 박주영은 27일 귀국해서 48시간 뒤에 경기를 치러야 합니다. 하지만 이마저 극복하고 어떤 상황에서든지 활약을 펼쳐야 박주영은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쿠웨이트전에서 박주영 활용에 대해 몇 가지 생각을 갖고 있다는 최강희 감독. 그의 머릿속에서 생각한 그대로 활약을 펼친다면 박주영이 가져다줄 다양한 효과, 영향은 분명 상당할 것입니다. 물론 반대의 경우라면 또다시 논란에 휩싸일 수 있습니다. 박주영 스스로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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