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 버라이어티는 남자들의 전유물이다. 패밀리가 떴다가 유일하게 남녀가 어울리는 반야생 버라이어티를 성공적으로 런칭했으나 장수하지 못하고 말았다. 패떴을 통해서 여성도 얼마든지 야외 버라이어티를 할 수 있음을 증명했지만 여전히 남자 연예인들로만 꾸려지고 있다. 그러나 유재석이 다시 도전한 런닝맨에서 다시 여성 멤버를 고정으로 배치했다. 그리고 보기 좋게 성공을 거두었다.

남자들 사이에 여자는 홍일점 혹은 꽃으로 대접받는다. 그렇지만 런닝맨의 송지효에게 꽃이라고 부르는 대신 사람들은 에이스라고 일컫는다. 능력자 김종국조차도 송지효의 영리함을 따라잡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패떴에서도 에이스는 이효리 아니면 박예진이었듯이 SBS 야외 버라이어티의 전통이 이렇게 만들어져 가고 있다는 느낌도 받게 된다.

그런데 에이스 송지효의 별명은 정작 멍지효이다. 에이스면서도 멍한 것이 송지효의 캐릭터다. 그런가 하면 불량지효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이렇듯 불량하면서도 에이스인데 더 자주 멍한 모습을 보여주는 송지효는 이제 런닝맨에 유재석만큼이나 꼭 필요한 멤버로 자리잡았다. 보통 예능 초보들이 초반에 캐릭터 잡기도 급급한데 송지효는 하나가 아닌 여러 개의 캐릭터를 굳혔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이처럼 송지효가 예능에 빠르게 적응하고 또 인기를 얻게 된 비결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꾸미지 않는 솔직함이 가장 주효했다.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살 것만 같은 여배우의 신비주의 따위는 런닝맨 속 송지효에게는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차안에서 이동할 때 티셔츠 안으로 팔을 넣고 잠든 모습은 송지효에게 열광케 했던 장면이었다. 아이들처럼 송지효는 차만 타면 졸음과 싸우는 모습이 귀엽기만 한 것이다.

그나마 그때는 잠잘 것을 작정했기에 다소 참한 모습일 수 있었다. 그러나 26일 방영된 부산편에서 송지효는 유재석이 이동하는 차 안에서 평소와 달리 앞자리에 앉았다가 졸음에 무방비로 당하고 말았다. 헤드뱅은 물론이고 입을 헤벌쩍 벌리고 조는 모습이 그대로 방송을 타게 된 것이다. 보통의 여배우라면 이미지를 생각해 제작진에게 편집을 요구했을 것이다. 송지효가 전문 예능인도 연기가 본업인 이상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제 여배우가 아닌 동네 친근한 처자가 돼버린 송지효는 이미지 따위 안중에도 없다. 그저 런닝맨에 출연하는 동안은 여배우가 아닌 멍지효일 뿐이라는 생각이 분명했다. 여배우에게는 치명적이라 할 수 있는 장면까지 쿨하게 내보내게 한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박예진만 해도 여배우치고는 과감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송지효에 비하면 아주 얌전한 것에 불과하다. 송지효 같은 여배우는 아마도 다시는 없을 것이다.

그렇게 자기 자신을 놓아버릴 수 있는 적극적인 태도가 남자들 속에 그저 한 송이 꽃이 아니라 남자들을 앞지르는 에이스의 자리에 올려놓았을 것이다. 이처럼 투명할 정도로 담백하고 털털한 여배우 송지효는 런닝맨을 보는 커다란 즐거움이 됐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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