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봉중근의 개막 엔트리 합류가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작년 6월 미국에서 팔꿈치 수술을 받은 봉중근의 복귀는 빨라야 올 7월이 될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하지만 경과가 빨라 5월 복귀설이 제기되더니 최근에는 3월 시범 경기 등판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거의 모든 선수들이 국내에서 휴식을 취하는 지난 연말에도 귀국하지 않고 사이판에서 재활에 매진한 봉중근은 지난 1월 15일 사이판으로 출발한 LG 투수조를 기다려 합류해 현재는 오키나와로 옮겨 훈련 중입니다. 휴식도 없이 복귀에 대한 강한 의욕을 불태우고 있습니다.

봉중근은 승부욕과 책임감이 유난히 강한 선수입니다. 2009년 제2회 WBC 1라운드 첫 번째 일본전에서 선발 김광현이 난타당하며 대한민국 대표팀이 콜드 게임의 치욕을 당하자 봉중근은 이틀 뒤 리턴 매치의 선발 등판을 자청해 일본 대표팀을 상대로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1:0의 짜릿한 승리를 견인한 바 있을 정도로 승부욕이 남다릅니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 연속 10승 투수의 반열에 오른 바 있으며 LG의 포스트 시즌 진출이 좌절되어도 팔꿈치가 좋지 않은 가운데에서도 시즌 막판까지 1군에서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할 정도로 책임감이 뛰어납니다. 2010 시즌 막판 무리한 등판은 결국 팔꿈치 수술의 빌미를 제공했습니다. 봉중근의 지나친 책임감이 화를 부른 것입니다.

▲ 작년 3월 16일 KIA와의 잠실 시범 경기에 등판했다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며 강판되는 봉중근. 부상에 신음한 봉중근은 6월 수술대에 올랐습니다.
3년 간 에이스를 역할을 굳건히 다져온 봉중근은 2011 시즌 부상으로 단 4경기에 등판해 1승을 얻는 데 그쳤고 연봉도 3억 8000만 원에서 무려 61%인 2억 3000만 원이 삭감된 1억 5000만 원에 계약했습니다. 매년 10승을 꼬박꼬박 찍었을 때에는 찔끔찔끔 올라가던 연봉이 팀을 위해 희생한 끝에 얻은 부상으로 인해 왕창 삭감되었습니다. LG 프런트가 자랑하는 신연봉제의 희생자로 전락한 것입니다.

봉중근이 부상에 신음하며 수술과 재활을 거치는 사이 LG는 하위권으로 추락해 9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 실패의 오점을 남겼습니다. 봉중근으로서는 자신이 부상만 당하지 않았다면 LG가 포스트 시즌 진출에 성공하고 연봉 대폭 삭감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회한이 남았을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올 시즌 복귀를 서두르는 이유일 것입니다.

김기태 감독으로서도 팀 성적과 무관하게 봉중근의 빠른 복귀를 원할 것입니다. LG의 성적이 좋지 않으면 봉중근이라는 구원자가 나타나야 팀 분위기가 반전될 수 있으며 반대로 성적이 좋으면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하듯 치고나가기 위해 봉중근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성적이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구실을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자칫 외적인 이유로 투수진에서 이탈자가 발생할 수 있기에 김기태 감독의 입장에서 봉중근의 빠른 복귀는 더욱 절실합니다.

하지만 팔꿈치 수술을 받은 32세의 투수가 단 9개월 만에 재활을 완료해 실전에 투입된다는 것은 납득하기 쉽지 않습니다. 만일 재활이 성공적으로 완결되어도 나이로 인해 한창 좋았던 2009년과 같이 145km/h를 넘는 직구 구속을 회복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이미 2010년부터 봉중근의 직구 구속은 140km/h를 간신히 넘는 수준으로 저하되어 구위보다는 노련미로 타자들을 상대해 어려움을 겪은 바 있습니다. 만일 봉중근의 구속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김기태 감독의 구상대로 시즌 초부터 필승 계투조에 합류한다 해도 큰 도움은 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구속을 회복하지 못하면 일부에서 제기되는 마무리론은 성사되기 어려워집니다. 게다가 마무리 보직은 매일 같이 불펜에 대기하며 짧은 이닝을 자주 소화해야 하기에 팔꿈치에 무리가 될 수 있습니다. 책임감과 승부욕이 유달리 강한 봉중근이기에 재활이 완전하지 않아도 빠른 복귀를 고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스럽습니다. 복귀를 서두르다 부상이 재발할 경우 나이를 감안하면 자칫 선수 생명의 중대 위기에 봉착하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봉중근에게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는 1군에 남아 팀과 개인 성적에 대한 부담을 안고 등판하기보다 2군에서 차차 투구수를 늘려 완벽하게 몸을 만든 뒤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리즈와 주키치를 제외하면 마땅한 선발 투수가 없다는 것 또한 감안해야 합니다. 성급한 복귀로 선수 개인은 물론 팀에도 악수가 되지 않도록 장기적 관점에서 봉중근의 재활과 복귀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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