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인표 하면 진지한 그 각진 표정부터 떠오른다. 그런 차인표가 가슴으로 노래한다면 정말 심각한 내용을 담을 거라 생각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이에 웬일, 해피투게더에 출연한 차인표가 말한 가슴으로 부르는 노래는 그 가슴이 아니라 얇은 사우나 티셔츠로는 절대 가리지 못할 가슴근육으로 부르는 노래였다. 그와 동시에 눈은 카메라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며 독도는 우리 땅을 불렀다.

차인표는 분노의 노래라며 눈에 포인트가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으나 정작 사람들의 시선이 자연스레 모아진 곳은 눈도 눈이지만 아무래도 그의 큼직하고 반듯한 가슴팍이었다. 노래 가사마다 마치 분노로 심장을 뚫고 나올 듯이 툭툭 가슴이 움직였다. 일본의 잦은 도발로 이 노래가 결코 희화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독립투사같은 표정으로 천연덕스럽게 가슴팍을 움직이는 차인표의 노래에는 도무지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차인표, 심혜진, 황우슬혜, 박희진이 함께 출연했으니 누가 생각해도 개그우먼 박희진이 웃음을 책임지리라 생각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웃음 유발자는 차인표였다. 어떻게 그가 시트콤을 찍을 수 있었는지를 이해하는 데 말이 필요 없는 인증이었다. 진지함의 아이콘에서 해피투게더 초반만 해도 자초지종의 아이콘이 됐다. 그의 진지함이 주는 본의 아닌 오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차인표는 내내 자초지종이 이랬었다고 해명하기 바빴다.

그러나 차인표는 의외로 웃음의 의미를 가슴 깊이 이해하고 있었다. 개콘을 울면서 본다는 차인표는 나름 웃음에 대한 욕심은 많아 보였다. 그렇지만 그의 현실은 대화의 맥을 끊는다는 맥커터라고 박희진이 폭로한 것처럼 진지함이 문제가 된다. 문제는 그 진지함 속에 부글부글 끓는 개그를 제대로 받아줄 사람이 필요한데 웃음 조련사 해피투게더에 나와서 진가를 발휘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의표를 찌른 차인표의 반전은 생각보다 사소하게 시작됐다. 해피 투게더는 유독 게스트들에게 춤을 강요하는 편이다. 게다가 차인표가 시트콤 홍보를 위해 셔플을 춘 것도 있으니 당연히 춤을 시킬 것이었다. 그러나 차인표는 춤을 춘 것이 아니라 셔플과 싸웠다면서 극구 고사했고, 대신 노래를 하겠다고 자청하게 된 것이다. 더 쎈 거를 보여주겠다며 아무도 모르는 비장의 무기라며 분노의 노래를 하겠다고 했다.

“얼토당토않은 일을 당했을 때 분노에 차서 이런 일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그 마음을 담아서 가슴으로 부르는 노래에요” 아주 진지하게 운을 뗀 후 “아직도 이것이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분노의 메시지입니다” 하면서 독도는 우리 땅을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분노보다는 당장 눈앞에서 벌어지는 대반전에 스튜디오는 발칵 뒤집어질 수밖에 없었다.

말이야 맞는 말이었다. 진짜 차인표는 가슴으로 노래를 불렀다. 단지 그 가슴이 흔히 생각하는 내면의 가슴이 아니라 근육으로 터질 듯한 가슴이라는 것이 다를 뿐이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해피 투게더를 보는 내내 가졌던 의심이 폭발했다. 차인표 이 남자 이렇게 웃겼어? 지금까지 보였던 진지함과 반듯함은 어디 가고 개그맨도 웃기는 차인표가 보이는 거야! 하고 경악하게 됐다.

사실 시트콤하면 하이킥이다. 다른 시트콤에는 어쩐지 눈길이 잘 가지 않는 법이지만 차인표의 반전 중의 반전 웃음을 보고는 그의 시트콤마저 관심이 가게 된다. 이렇게 실컷 웃고 그의 시트콤을 외면한다면 그것도 실례다. 반듯한 차인표가 목욕 중인 여자를 훔쳐보는 장면만으로도 흥미진진한 파격을 준다. 하이킥의 야동 이순재를 떠올리게 한다. 거기다가 과거 프란체스카에서 호흡을 맞췄던 심혜진과 박희진이 6년 만에 다시 뭉친 것도 기대를 갖기에 충분하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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