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빈곤하면 자유를 모르고 필요성도 못 느낀다"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망언 논란이 조선일보 지면에선 발언 사실과 해명 위주로 다뤄졌다. 윤 후보의 망언은 자유권을 보장한 헌법을 부정하고 빈곤층, 저학력자를 비하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조선일보는 23일 지면 기사 <호남 방문한 尹, 586운동권 출신 함운경씨 만나>를 통해 전날 전북지역을 방문한 윤 후보 동정을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윤 후보가 군산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함 씨를 만나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비판하고, 이어진 전북 선거관리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전북 홀대론'을 비판했다는 내용을 중점적으로 전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기사 말미에 "윤 후보는 이날 전북대 학생들과 간담회를 하면서 '극빈 생활을 하고 배운 게 없는 사람은 자유가 뭔지 모를 뿐 아니라 자유가 왜 개인에게 필요한지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며 "윤 후보는 간담회 후 기자들을 만나 자기 발언 취지에 대해 '그분(극빈층 등)들을 무시한다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분들을 도와 드려야 한다고 한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석간 문화일보에서 23일 오전까지 온라인·지면에서 관련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22일 전북대 학생들과 만난 자리에서 "극빈한 생활을 하고 배운 것이 없는 사람은 자유가 뭔지도 모를 뿐 아니라 자유가 왜 개인에게 필요한지에 대한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윤 후보는 헌법상 기본권인 자유권을 '가난하고 배운 게 없는 사람'은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한다는 말로 부정하고, 빈곤층을 비하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더불어민주당 김우영 선대위 대변인은 "가난하고 못 배우면 자유로운 인간이 될 수 없고 자유롭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는 말이냐"며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망언"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 오현주 선대위 대변인은 "자유권은 가장 오래된 기본권으로 천부인권이라 불리는 권리"라며 "윤 후보는 아마 모든 국민에게 일정 수준의 교육과 기본적인 경제 역량이 필요하다는 좋은 의도였다고 해명하며 말꼬리 잡는다고 또 언론 탓을 할 것이다. 하지만 국민에게 필요한 무언가를 말하기 위해 늘 일부 국민들을 깎아 내리는 모습에서 윤 후보의 천박한 인식만 확인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트위터에 "가난하고 가방 끈 짧은 시민들을 보는 오만한 시선이 느껴진다"며 "그들은 자유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니 후보 본인과 같은 엘리트가 알려주고 보장해줘야 한다는 시혜적 관점"이라고 썼다.

이러한 조선일보의 보도 태도는 주요 보수언론과 차이가 선명하다. 같은 날 중앙일보는 기사 <윤 "배운 게 없는 사람은 자유가 뭔지도 몰라" 논란>에서 "발언 취지는 개인의 자유 확보를 위해 경제·교육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지만, 일부 표현에 극빈층과 저학력자는 자유의 의미를 알지 못한다고 들릴 수 있는 부분이 포함돼 있었다"고 보도했다.

오병상 중앙일보 칼럼니스트(전 중앙일보 뉴스총괄)는 칼럼 <윤석열의 자유론, 절반만 맞다>에서 "가난하거나 배움의 기회를 얻지못할 경우 진정한 자유를 누리기 어렵다. (중략)그런데 '가난하고 배우지 못하면 자유를 모른다'는 완전히 다른 얘기"라며 "가난이 자유를 제약하는 건 맞지만, 가난한 사람이 자유와 그 필요성조차 모른다는 건 맞지 않다.(중략)빈곤이 사회적 문제이지, 가난한 사람이 문제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기사 <尹 "극빈하고 배운것 없는 사람 자유가 뭔지도 몰라" 발언 논란>에서 "국민의힘이 지켜야 할 가치로 자유를 강조하면서 '자유의 본질은 일정 수준의 교육과 기본적인 경제 역량이 있어야만 존재하는 것'이라는 취지에서 나온 발언이지만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적 시각을 드러냈다는 비판이 나왔다"고 비판했다.

또 동아일보는 '기술이 발전하면 학생들이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구직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윤 후보 발언에 대해 "구직·구인을 위한 모바일 앱이 이미 유통되고 있음에도 이를 파악하지 못한 발언을 한 것도 논란이 됐다"고 짚었다.

이 밖에 한국일보 <'또 실언' 윤석열 "극빈하고 배운 게 없으면 자유가 뭔지 몰라">, <윤석열만 몰랐던 '구직 앱'.. "혼자 교차로 채용 공고 시대에 사느냐">, 서울신문 <“극빈하고 배운 게 없으면 자유가 뭔지 몰라”…윤석열의 ‘자유론’>, 한겨레 <윤석열 "극빈하고 못 배우면 자유 몰라" 빈곤층 비하 논란>, 경향신문 <윤석열 "극빈 생활에 배운 게 없는 사람은 자유가 뭔지 모르고 필요성 자체를 못 느껴">등의 보도가 이어졌다.

한편, 조선일보는 지난 8월 윤 후보가 부정식품과 페미니즘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을 당시에도 동정보도 기사에 윤 후보 해명을 짧게 싣는 방식을 택했다. 당시 윤 후보는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없는 사람들은 부정식품이라도 선택할 수 있게, 더 싸게 먹을 수 있게 해줘야 된다", "페미니즘이 건강한 페미니즘이어야지 선거에 유리하고 집권 연장에 악용돼선 안 된다" 등의 발언을 했다.

8월 3일 조선일보 지면 갈무리

윤 후보는 이번 망언 논란에 '극빈층을 도와드려야 한다는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최근까지 반노동적 발언으로 노동계와 정치권 안팎에서 비판 받았다. 윤 후보는 "주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쉬는 게 좋다"(7월), "손발 노동은 아프리카나 하는 것"(9월) 등의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이어 지난 달 최저시급·주52시간 제도를 '비현실적 제도'로 규정하며 철폐를 주장했다.

윤 후보는 지난 3일 경기도 안양에서 발생한 노동자 사망 사고현장을 찾아 "간단한 시동장치를 딱 끄고 내리기만 했어도, 그 간단한 실수 하나가 정말 엄청나게 비참한 사고를 초래했다"고 말해 산업재해 책임을 오롯이 노동자에게 전가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6일 시민사회연대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 운동본부는 공동성명에서 "노동자 죽음 앞에서도 막말하는 국민의힘 대선후보 윤석열은 상식부터 갖추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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