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신지예 전 한국여성정치 네트워크 대표의 국민의힘 합류는 '상징자본의 사유화'라는 언론 비판과 함께 여성 정치에 대한 '백래시'(반동·역습) 우려를 낳고 있다. 국민의힘은 표계산만 따진 '마구잡이식' 청년·여성인사 영입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반면 주요 보수언론은 신 전 대표의 국민의힘 합류를 윤석열 대선 후보의 공으로 돌리거나,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으로 엮었다.

2018년 녹색당 '페미니스트 서울시장 후보'로 이름을 알린 신 전 대표는 20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직속 '새시대준비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합류했다. 여성에 대한 폭력, 기후위기, 양당체제 폐해 등을 지적해 온 90년대생 정치인의 국민의힘 합류는 '자기부정'에 가깝다는 언론·시민사회 평가가 나온다.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은 20일 성명에서 "'새 시대'는 양당체제의 반페미니즘 정치와 함께 오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운데)와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회 위원장(왼쪽)이 20일 서울 여의도 새시대준비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영입인사 환영식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은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으로 영입된 신지예 한국여성정치 네트워크 대표.(사진=연합뉴스)

21일 경향신문 김민아 논설실장은 칼럼 <신지예와 윤석열, 그 '환상의 콜라보'>에서 "신지예의 돌연한 선택은 '상징자본'의 사유화라 부를 만하다. 여성·청년·페미니스트 정치인이라는 상징자본은 혼자 쌓아올린 성취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예컨대 4·7 서울시장 보선 당시 신지예를 찍은 1만 8039명은 지금 신지예의 선택에 동의할까?"라며 "페이스북 글에 따르면 그가 국민의힘으로 간 이유는 '문재인 정권에 실망했으니 이번엔 윤석열의 약속을 믿어보겠다'는 것뿐이다. 윤석열의 약속이란? 구체적으로 드러난 바 없다"고 했다.

윤 후보를 비롯한 국민의힘에 '청년 갈라치기', '여성 비하' 등의 비판이 제기된다. 윤 후보는 성폭력특별법에 '무고' 조항을 신설하고, 여성가족부를 '양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는 청년정책을 발표했다. 성폭력특별법 무고조항 신설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제도적으로 용인하는 공약이자 젠더갈등에 편승한 것이란 비판이 일었다. 여가부 개편은 지난 7월 국민의힘 내에서마저 '분열의 정치'라는 비판이 나왔던 여가부 폐지 논란을 소환한 것으로 해석됐다.

국민의힘 인사들은 여성비하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김병준 국민의힘 상임선대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영입인재 1호였던 조동연 서경대 교수를 '브로치'에 비유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수정 경기대 교수 영입에 반대하는 여성혐오 극우유튜버들에게 "쳥년 목소리를 무시한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것에 대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윤 후보, 이준석 대표 등은 N번방 방지법을 '검열법'으로 몰고 당차원의 재개정 추진을 공언했다.

신 전 대표는 20일 열린 국민의힘 새시대준비위 간담회에서 n번방 방지법에 대해 "검열 문제를 한 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탈핵을 주장했는데 국민의힘 탈원전 반대 주장과 어긋나지 않느냐'는 주장에 신 전 대표는 "대한민국 에너지 정책은 충분한 토론과 숙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김민아 논설실장은 "권력 자체만을 목표로 삼으면 길을 잃고 표류하게 된다. 스스로도 설명하기 힘든 선택은 불쏘시개로 이용되기 십상"이라며 국민의힘이 신 전 대표를 영입한 노림수를 언급했다. 김 실장은 신 전 대표 합류 이슈가 이미 윤 후보 배우자 김건희 씨 허위경력 의혹을 덮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봤다. 또 김 실장은 "윤석열로서는 이준석으로 '이대남' 지지를 확보했으니, 이제 신지예로 '이대녀'를 노려보겠다는 심산일 터"라며 "그러나 정치는 '1+1=2'식의 산수가 아니다. 20대 여성은 신지예가 표방한 가치에 동의했을 뿐, 팬이나 추종자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 12월 21일 <[김민아 칼럼] 신지예와 윤석열, 그 '환상의 콜라보'>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 <윤석열의 청년·여성 대표 영입이 진정성 있으려면>에서 "보수당의 정체성과 어울리지 않는 영입이라며 2030 남성의 지지를 받아온 당내 일부 세력이 반발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며 "이달 초 청년을 대표하는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됐다 과거 부적절한 극우 발언이 드러난 노재승 씨처럼 마구잡이식 영입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고 썼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젠더 갈등은 촛불이 아니라 산불"이라며 신 전 대표 영입에 반대했다. 이준석 대표는 20일 MBC '뉴스외전'에서 ""만약 저와 충돌한다면 대표 의견이 우선하기 때문에 (신 전 대표가)강한 비판을 받을 것"이라며 "당 기본 방침에 위배되는 발언을 할 시에는 제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신 부위원장 한 명 영입한다고 해서 윤 후보의 여성·청년 정책이 180도 달라졌다고 볼 아무런 근거가 없다"며 "외부 인사를 영입하려면 그 사람의 상징적 메시지를 당의 정책에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아무런 변화 없이, 기존의 공약·발언과 배치되는 인사의 영입은 사탕발림으로 표를 얻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신문 임병선 논설위원은 칼럼 <젊은 지도자>에서 "이준석 대표를 앞장서 비판하던 '90년생 페미니스트' 신 대표가 윤 후보 측에 전격 합류한 것도 참 뜬금없다"며 "중진급 의원이 이 대표에게 반말투로 말했느니 안 했느니를 놓고 한참 옥신각신하는 것만 봐도 장유유서의 틀에 여전히 갇힌 것 같고, 정당이 젊은 피를 이미지로만 이용하는 데 급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같은 날 한겨레는 <윤석열 캠프로 간 '페미' 신지예의 자기부정>에서 "여성계는 신 전 대표의 국민의힘 합류로 여성정치에 대한 냉소 또는 '백래시'가 강화되는 상황을 우려한다"고 보도했다. 20일 이경민 국민의힘 서울시당 부대변인은 페이스북에 "페미 진영의 대표 인사라는 사람들도 자리만 좋은 데 준다면 언제든 국민의힘 쪽으로 투항할 준비가 됐다"며 "누가 좀 소위 뜨면, 국민의힘이 영입하고 사실 몇 번 쓰고 버리면 된다. 페미 소멸까지 얼마남지 않았다"고 썼다.

권수현 여·세·연 대표는 한겨레에 "신 전 대표가 아무 활약도 못 하면, 페미니스트 정치인은 아무것도 못하는 존재로 치부될 수 있고, 더 나아가 페미니스트 정치가 형해화되는 결과로 이어질까 우려스럽다"며 "신 전 대표는 하나의 케이스일 뿐, 모든 페미니즘의 실패로 환원하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빨간 목도리를 들고 청년들과 대선 승리 기원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주요 보수언론은 신 전 대표를 영입한 윤 후보와 국민의힘을 평가하고, 신 전 대표 발언을 통해 정부여당을 비판하는 기사를 내놨다. 조선일보는 기사<신지예 파격 영입… 尹 "생각이 다른 사람도 있어야">에서 "기존 국민의힘과 생각이 다른 분이 와서 정체성이 흔들리는 거 아니냐는 말도 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끼리 토론하고 결론이 도출돼야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정당"이라는 윤 후보 발언을 전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여성을 살해한 사람에 대해 '심신미약'이라고 변호했던 후보, 권력형 성범죄와 2차 가해로 끊임없이 피해자를 공격하는 민주당의 후보, 그들이 다시 정권을 잡으면 안 된다"는 신 전 대표 발언을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관련 기사의 제목을 <신지예 "박원순 사태 보며, 이들이 또 정권 잡는 게 두려웠다">로 달고 신 전 대표와의 일문일답 내용을 보도했다. 신 전 대표는 '왜 합류했나'라는 질문에 "조국·윤미향·박원순·오거돈·안희정 사건 등 일련의 일을 계속 지켜보면서 (현 집권 세력이)촛불혁명 당시와 달라진 걸 느꼈다"며 "특히 박원순 사태 때 피해자에게 어떤 사과도 없이 당헌·당규를 손바닥 뒤집듯 바꾸는 걸 보고 '저 사람들은 약속을 지킬 수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사람들이 또 정권을 잡는 게 두려웠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기사 <尹, 90년생 페미니스트 신지예 깜짝 영입… "철학-진영 확장해야">에서 "윤 후보는 '새로운 영입 인사들을 통해 국민들의 지지 기반을 넓히고 철학과 진영을 더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동아일보는 "윤 후보에 대한 지지가 가장 취약한 2030세대 여성 유권자층을 겨냥한 영입이지만, 당내에서는 적잖은 반발이 일었다"고 썼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