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17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배우자 김건희 씨의 허위경력 논란에 대해 결국 대국민 사과했다. 정치 공작설이 국민 여론 악화를 넘어서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YTN의 김건희 씨 허위 경력 검증을 '여권의 정치공세'로 몰아세운 바 있다. 또 윤석열 후보 측은 언론이 제기한 고발사주 의혹을 정치 공작이라고 일축했다. 이처럼 언론 검증보도에 여권을 끌어들여 '정치 공작'으로 규정하는 것은 언론인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는 지적이다.

필요시 꺼내는 '언론-여권 공작기획' 음모론

윤 후보는 15일 오전 부인 김건희 씨 허위경력 논란을 두고 언론에 "저쪽(여당)에서 떠드는 걸 듣기만 하지 말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시간강사라는 건 공개채용하는 게 아니다. 무슨 채용 비리라고 하는데 이런 자료를 보고 뽑는 게 아니다"라고 말해 공개채용이 아니면 허위경력을 지원서에 기재해도 된다는 식으로 해명했다.

이후 같은 날 김 씨가 "사실관계 여부를 떠나 국민께서 불편함과 피로감을 느낄 수 있어 심려 끼쳐드린 점에 대해 사과할 의향이 있다"는 입장을 밝히자 윤 후보는 "여권의 기획공세"라는 주장을 폈다. 윤석열 후보는 김건희 씨 사과 의향에 대해 "그런 태도는 적절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평가한 뒤 "여권의 이런 공세가 기획공세고 아무리 부당하다 느껴진다고 하더라도 국민이 높은 기준을 가지고 바라봤을 때 미흡하게 처신한 게 있다면 송구한 마음을 갖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YTN 15일 <[현장영상] 윤석열 "언론 보도, 우연이라 보긴 어려워...여권의 기획 공세"> 보도화면 갈무리

취재진이 '기획공세' 주장의 의미를 묻자 윤 후보는 "그건 여러분이 판단하라. 아침부터 '뉴스공장'(TBS '김어준의 뉴스공장')부터 시작해서 줄줄이 이어지는 것을 보니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16일에도 "공세의 빌미라도 준 것 자체가 저는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어떤 비판도 겸허히 받아들이지만, 과도한 정치공세엔 소상히 설명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윤 후보의 '기획공작설'에 힘을 더했다. 이수정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은 1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김 씨 허위경력 논란이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사망 사건을 덮으려는 '공작'일 수 있다고 음모론을 주장했다.

이수정 위원장은 "제가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20년 했다. 세상 흘러가는 게 상당히 눈에 보인다"며 "갑자기 몇몇 언론이 카메라를 들이밀고 집중적으로 쥐몰이를 해서 어텐션은 다 김 씨한테 가 있지만 저는 유 씨 마지막 통화자가 누구인지 더 궁금하다"고 말했다.

'김 씨를 의도적으로 띄워 유 씨를 덮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건가'라는 진행자 질문에 이 위원장은 "그렇다. 그런 것들이 윤 후보가 기획이라고 지칭했던 내용일 수 있겠다"고 답했다. 김 씨가 YTN과 인터뷰 하면서 허위경력 논란이 불거진 것이라는 진행자 질문에 이 위원장은 "왜 하필이면 이번에 했나. "YTN은 왜 김 씨에게 지금 이 타이밍에 유달리 관심이 생겼나"라고 시점을 문제삼았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같은 날 YTN '뉴스가 있는 저녁'과의 인터뷰에서 윤 후보 등이 주장하는 '기획공작설'에 근거가 있느냐는 질문에 "보통 연말은 여론조사 블랙아웃 기간이다. 공교롭게 여론조사 블랙아웃 기간을 앞두고 논란이 있는 것에 대해 당연히 의심할 수 있는 지점이 있다"고 말했다.

17일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14일 보도가 됐다. 15, 16일 민주당 의원들이 들고 일어나서 이력서 막 흔든다"며 "이미 다 준비해놨다가 보도해주기를 기다리면서 흔든 것이다. 때문에 윤 후보가 기획공세라고 얘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행자가 'YTN 기자와 민주당이 짜고 쳤다는 말인가'라고 묻자 성 의원은 "거기까지 얘기를 안 하겠지만 사전 각본에 의했다는 걸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왼쪽부터)국민의힘 이수정 공동선대위원장, 이준석 대표, 성일종 의원 (사진= CBS, YTN 유튜브 방송화면 갈무리)

"언론인 명예훼손"

성 의원 주장에 대해 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참 큰일날 말을 막 한다. 취재·보도 기자들이 들으면 명예훼손감"이라며 "김 씨의 허위 이력, 경력, 수상실적, 수상실적 부풀리기 등을 기획공세라고 하면 없는 걸 민주당이 만드는 건가"라고 따져 물었다.

전 의원은 "이미 언론에서 크로스체킹해 보도한 여러 사실이 있음에도 '여당의 기획공세'라는 윤 후보의 의식은 공작정치가 횡행했던 1980년대 상태에 머물러 있다"며 "대한민국 기자들과 언론에 대한 성 의원과 윤 후보의 인식이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같은 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최경영 진행자는 "윤 후보의 사과·해명 방식과 관련해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던 점은 언론사를 끌고 들어가 '기획공세'라고 얘기하는 것"이라며 "언론인들에 대한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최 기자는 "그런 식의 주장은 언론사가 특정 정당과 짜고 정치공세를 한다는 얘기"라며 "한국 언론을 자꾸 정치에 끌어당겨 정치화하는 정치인들 때문에 언론이 힘든 것"이라고 말했다.

패널로 참여한 김민하 시사평론가는 "윤 후보는 의혹이 제기되면 첫째 '사실이 아니다', 둘째 '사실이어도 문제가 없다', 셋째 '여권의 공작기획' 방식으로 간다"며 "이런 방식은 유권자들에게 충분히 해명되는 방식이 아니다"라고 했다.

고발사주 의혹 땐 인터넷매체 비하 '정치공작 통로'

윤 후보는 뉴스버스가 '고발사주' 의혹을 보도했을 때도 '괴문서 정치공작'을 주장한 바 있다. 윤 후보는 지난 9월 8일 "앞으로 정치공작을 하려면 잘 준비해서 하고, 인터넷 매체에 하지 말고, 국민들이 다 아는 언론을 통해 하라"며 "어디 인터넷 매체가 한 번 보도하면 정당의 전현직 대표, 의원, 위원장이 벌떼처럼 나서서 떠든다. 치사하게 숨어서 의혹제기하지 말라"고 했다.

9월 10일 '국민 시그널 공개면접'에서 언론관에 대한 질문에 나오자 윤 후보는 "1단계 인터넷 매체, 2단계 메이저 언론, 3단계 정치인 출연, 이런 식으로 하는데 제발 그런 규모가 작은 인터넷 매체를 공작에 동원하지 말라"고 답했다.

김준일 뉴스톱 대표가 뉴스버스와 뉴스타파 소속 기자들이 '메이저 언론'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본인에게 불리하면 '찌라시', 이런 언론관을 대선 후보가 가질 수 있는 것인가"라고 묻자 윤 후보는 "김웅 의원은 유도심문을 당했다고 하더라. 왜 그렇게 보도를 하느냐는 것"이라고 했다.

이후에도 윤 후보는 자신이나 가족 등에 불거진 의혹을 '정치 공작'이라고 했다. 윤 후보는 지난 10월 전두환 옹호 발언에 대한 비판이 일자 "제가 얘기한걸 앞뒤 빼고 얘기한다. 곡해해서 말하지 말라"고 말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유감표명 끝에 사과했지만 이후 인스타그램 계정에 '개 사과' 사진을 올려 추가 논란을 빚었다.

지난 10월 MBC가 윤 후보 장모 최모 씨 아파트 개발 특혜 의혹을 보도했을 당시 윤석열 캠프 김병민 대변인은 "MBC가 확인되지도 않은 특혜 여부를 윤 후보와 연결시켜 보도함으로써 선거에 부정하게 개입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MBC 보도는 윤 후보 관련 의혹이 아닌 장모의 의혹이었다.

또 윤 후보는 지난 14일 열린 관훈토론회에서는 장모 최 씨가 요양급여 22억원을 불법 수급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사건에 대해 '과잉수사'를 주장했다. 윤 후보는 "5년 전에 기소가 안 되고 무혐의 판단 받은 사안을 다시 끄집어내 관련자 한 사람의 진술이 바뀌었다고 기소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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