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승우 칼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5일 배우자 김건희 씨의 허위 경력 관련 질문에 대해 “시간강사는 공채가 아니다. (시간강사는) 무슨 교수 채용하듯이, 전공 이런 거 봐서 공개 채용하는 것이 아니다. 어디 석사과정에 있다, 박사과정에 있다 하면 (채용 담당자와) 이야기하는 것으로 (위촉하지) 시간강사는 공채가 아니다. 겸임 교수라는 건 시간강사다. 자료를 보고 (겸임 교수를) 뽑는 게 아니니까 이런 현실을 좀 잘 보라.”라고 답변했는데 이는 대학교육 현장의 실상과 너무 달라 대단히 실망스럽다.

윤 후보는 시간강사에 빗대어 겸임교수의 채용 절차가 일반 교수와 같지 않다며 배우자 김 씨의 허위 경력 기재에 대해 납득하기 어려운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몇 시간 후 김 씨의 ‘사과 의향’ 발언 이후 태도가 누그러졌다. 윤 후보나 김 씨의 태도는 세 개의 직역에 대한 채용절차 부분만 부각시키는 인상을 주고 있는데 이는 교육 전수, 즉 강의를 담당하는 스승의 무한 책임과 올바른 교육을 받을 대학생의 권리라는 점을 도외시한 답변이었다.

YTN 12월 14일 <[단독] 김건희 단독 인터뷰...교수지원서에 '허위 경력'·수상 경력도 거짓> 보도화면 갈무리

윤 후보의 말대로 시간강사나 겸임교수 모두 대학교수 임용 절차와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윤 후보는 시간강사‧겸임교수 모두 대학생들을 가르치는, 강의실에서는 교수와 동등한 스승이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세 개의 직역은 채용절차나 그 신분, 처우에서 차이가 있지만 시간강사‧겸임교수가 강단에서 대학생들을 교육하는 것은 교수와 마찬가지다. 강의하고 성적 평가를 하는 것 역시 대학교수와 동일한 직무이다. 대학교수가 시간강사‧겸임교수의 강의계획이나 강의 내용, 성적 평가를 지휘하거나 간섭, 개입하는 일은 찾아보기 힘들다.

시간강사나 겸임교수 모두 대학 강단에서는 동일한 교육자란 점에서, 그 채용 과정이 문제가 있어도 별것 아니라는 투의 윤 후보 발언은 무자격자가 학생들을 교육하는 데서 생기는 심각한 문제를 전혀 고려치 않은 것이다. 윤 후보의 이런 인식 태도는 현상이나 사물의 전체를 두루 살펴야 하는 리더의 자질이라는 측면에서도 부정적인 평가를 자초하는 것이다.

시간강사와 겸임교수의 차이를 보면, 전자는 대학원 과정에서 석박사 과정을 거친 경력자이고, 겸임교수는 전문지식이나 기능을 지니고 있어 대학교수보다 현장의 생생한 지식을 전달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두 직역 모두 대학생들에게 지식 등을 전수할 수 있는 덕목과 자질을 갖춰야 한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윤 후보는 대학교육을 담당하는 시간강사와 겸임교수, 교수가 채용 과정은 물론 그 전문성 등에서 차이가 있는 것처럼 언급했는데 이는 전체 대학교육 담당자들에게 심각한 결례를 범한 것이다.

지난 6월 윤석열 전 검찰총장 대선 출마 선언 기자회견 현장 (사진=연합뉴스)

윤 후보의 이런 인식은 대학 내 ‘강사 처우 문제’의 갈등에서 빚어진 사회적 통념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대학 시간강사의 처우는 생존이 어려울 정도로 심각해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으로 2년 전 강사 관련 법 개정이 이뤄지게 되었다. 그러나 대학당국은 법 개정이 이뤄지자 시간강사 채용 숫자를 줄이는 등의 방법으로 법 개정의 취지를 흐리게 만들기도 했다. 정치권도 그 실태를 파악해야 할 대학 강사법 개정과 관련한 현실의 일부를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2019년 8월 1일 시행된 강사법은 1년 이상 계약, 3년까지 재임용 절차를 보장하고, 겸임교수와 초빙교수 등도 모두 1년 이상 임용기간을 보장하며, 방학기간 중에도 강사에게 임금을 지급하도록 명시하게 되어 있다. 또한 이 법의 시행령에는 한 대학에서의 책임시수를 6시간 이하로 하며, 특별한 경우 학칙으로 정할 때에만 9시간까지 강의가 가능하도록 개정되었다. 그러나 대학 강사법이 시행되면서 대학강사 7843명이 실직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학들이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강사들을 대량 해고한 것으로 분석된다. 교육부는 강사법이 적용되는 399개 대학을 대상으로 강사 고용현황을 분석한 결과, 조사 대상 대학의 강사 재직 인원은 총 4만6925명으로 지난해 1학기 5만8546명에 비해 19.8%가 감소했다고 밝혔다. 교육부에 따르면 강사 감원 중 3787명은 전임교원이 되거나 초빙교원, 겸임교원 등 다른 교원 직위로 옮겨 강의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따라서 실제 고용 감소는 7834명으로 전체 강사의 13.4% 수준이다. <한국경제 2019년 8월 29일일 자 보도>

강사법이 개정된 이후에도 대학교육을 담당하는 시간강사, 겸임교수의 급여 등 처우는 여전히 열악하다. 특히 시간강사는 교수 신분을 목표로 하고 있는 전문직으로 학문연구와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당연한 데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겸임교수 또한 교수들이 지니지 못한 전문성을 지니고 있어, 이른바 백면서생이라는 단점을 보완할 수 있기 위한 제도로 그 중요성이 매우 크다. 이런 문제를 정확히 살피지 않을 경우 대학교육의 부실로 나타나게 된다는 점을 정치권 등은 명심해야 한다. 윤 후보와 김 씨, 국민의힘은 이런 점을 두루 살피는 차원에서 이번 문제에 접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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