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 지드래곤과 대성이 힐링캠프에 출연했다. 과연 지드래곤과 대성에게 지금 필요한 것이 힐링일까 싶은 의문이 들었지만 근래 힐링캠프의 콘셉트에 푹 빠져있던 터라 습관 때문에라도 보게 됐다. 지금까지 힐링캠프에 출연했던 게스트들과는 달리 아주 가까운 근래에 벌어진 일들이기에 대단히 민감한 시도였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처음부터 힐링캠프는 수순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대성의 늦은 밤 교통사고로 사람이 죽었고, 지드래곤은 모르고 핀 대마초 몇 모금 때문에 검찰수사를 받았다. 사실 여부는 따지지 않기로 하자. 그렇지만 적어도 사람이 한 명 죽은 일이다. 그리고 아직 일 년도 되지 않은 일이다. 사법적으로 처벌받지 않았다고 도의적인 책임까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다른 말보다 가장 먼저 고인의 명복을 비는 말로 시작했어야 옳다.

대성의 잘못이 아니라 할지라도 어쨌든 피해자의 죽음에 관련된 이상 처음 방송에서 그 이야기를 하면서 “웃어도 될까요?”는 너무 성급하게 자기 목적만 생각한 것이다. 그보다는 먼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하는 것이 필요했을 것이다. 대성 본인도 잊지 못하겠지만 피해자의 가족만큼 사무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죽은 이는 듣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 유가족들을 위해서라도 먼저 피해자에 대한 예를 갖췄어야 했다.

대성이 못했더라도 제작진이 그렇게 하도록 지도를 했어야 했다. 그리고서 다음 이야기를 꺼내도 1시간 10분의 시간은 결코 부족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죽은 이에 대한 예를 차리지 못하고 서둘러 용서 받고, 치유 받고자 하는 태도는 많이 아쉬웠다. 물론 산 사람은 살아야 하기 때문에 대성이 언제까지나 어두운 그늘에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다시는 오지 않을 사고 후 첫 방송이니 많은 준비를 했을 텐데 그것이 고인이 아니라 자기 자신만을 위한 것이라는 점은 많이 아쉬웠다.

지드래곤은 더 했다. 대성은 무혐의에 전방주시태만이라는 벌금형에 불과하지만, 지드래곤의 경우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다. 혐의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오히려 억울하다는 말을 했다. 그러자 이경규가 일반 담배와 대마초의 차이를 피우면서 몰랐느냐고 묻자 그에 대해 해명하는데 뭔가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그것으로 무엇인가를 단정 짓는 것을 금물이겠지만 자연스럽지 못한 모습이었다.

천주교 신자는 아니지만 고해성사를 위해서는 먼저 자기 잘못을 솔직하게 고백하는 것이 선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힐링캠프에 나온 대성과 지드래곤의 말은 결국 자기 잘못은 아니라는 것을 굳이 강조하는 것에 불과했다. 잘못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당연히 용서가 필요 없다. 심지어 지드래곤은 억울하다는 말까지 했다. 과연 잘못에 대해서 용서를 빌고 싶다던 말이 진심인지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어쨌든 힐링은 무사(?)히 이뤄졌고, 후반부에 다른 빅뱅멤버들까지 가세해서 결국은 화기애애하고 즐거운 분위기로 예능다운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대성도, 지드래곤도 처음과는 달리 활짝 웃을 수 있었다. 본래 하고자 했던 목적은 이룬 셈이다. 그러나 여전히 이들에게 힐링이 필요했을까에 대한 의문을 풀리지 않았다. 괜히 진솔한 반성과 사과를 기대하게 해놓고는 자기 상처만 아프다며 이기적인 힐링을 원한 것은 아닐지 모를 일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