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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대하사극의 영리한 선택 ‘태종 이방원’, 관건은?[미디어비평] 톺아보기
미디어평론가 이정희 | 승인 2021.12.13 20:48

[미디어스=이정희] '사극'은 품이 많이 드는 장르이다. 출연진도 많고 로케이션 만만치 않으며, 당연히 제작비도 많이 든다. 고증이란 통과의례도 녹록지 않다. <장영실> 이후 KBS 드라마의 상징과도 같았던 대하사극 제작이 중단되었었다. 그로부터 5년여 시간이 흘러 KBS 대하사극 40주년이 되는 2021년 마지막 달, <태종 이방원>이 시작되었다. 

KBS 대하사극의 대표 작품은 <용의 눈물>이다. 최고 시청률 49% 기록, 무려 1년 6개월 방송 기간 159부작이라는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분량의 작품이었다. 고 김무생 배우가 연기한 태조 이성계부터 유동근 배우의 태종 이방원, 그리고 이민우, 안재모 등 배우들을 사극 레전드로 만든 작품이기도 했다. 

20년이 훌쩍 지났음에도 시청자들이 여전히 <용의 눈물>을 사극의 대명사로 기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말 선초, 격동기를 살아간 인간 군상의 모습을 진솔하고 적나라하게 다루었기 때문 아니었을까. <용의 눈물>은 조선이라는 새 국가의 창출이라는 대의명분과, 그 권력의 쟁투 과정에서 드러난 인간의 욕망을 가감 없이 보여주었다. 

조선 창업은 '용비어천가'를 통해 미화된 대의명분 아래, 이성계라는 변방의 무장 세력과 고려 말 새로이 대두된 신흥 사대부라는 정치 세력의 결합이 만들어낸 새로운 권력의 탄생이다. 그리고 <용의 눈물>은 그런 새로운 정치 세력의 탄생을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를 통해 잘 보여주었다. 

다시 돌아온 조선 건국사 

KBS 1TV 대하드라마 <태종 이방원>

그런 면에서, 여말선초의 격동기를 배경으로 <용의 눈물>의 추억을 소환하는 <태종 이방원>은 5년 만에 부활한 KBS 사극으로서는 영리한 선택이다. 하지만 동시에 부담이기도 하다. 

그 부담을 <태조 왕건>의 궁예 역을 통해 걸출한 연기로 인정받은 김영철 배우를 태조 이성계로 캐스팅하며 상치시킨다. 김영철 배우의 묵직한 연기는 오랜만에 돌아온 KBS 사극의 무게감을 느끼게 하는 데 손색이 없었다. 

또한 김영철 배우가 맡은 태조 이성계와 함께, 그의 아들로 출연한 엄효섭, 김명수, 홍경인, 조순창 배우, 그리고 정도전 역 이광기 배우, 정몽주 역 최종환 배우 등 중진급 연기자를 앞세워 극의 중심축을 세운다. 거기에 주상욱 배우가 태종 이방원으로 분한다. 

물론 100부작이 넘는 드라마와 32부작의 드라마를 스케일 면에서 비교하는 건 애당초 무리다. <태종 이방원>은 그래픽을 더한 역사적 배경 설명과 함께, CG를 활용한 위화도 회군과 개성 탈환 장면을 최대한 사실감 있게 그려내며 대하사극으로서의 면모를 살려내고자 한다.

지금까지 '태종 이방원'이 전면에 나선 적은 없어도, <용의 눈물> 이래 그의 캐릭터가 중심이 된 사극은 여러 번 있었다. 그런 면에서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의 관건은 과연 태종 이방원이란 인물을 어떻게 해석하고 구현해 내는가에 달려있을 듯하다. 

태종 이방원의 재해석 

KBS 1TV 대하드라마 <태종 이방원>

<태종 이방원>은 이성계와 그의 아들들 사이의 관계로 재조명하고자 한다. 위화도 회군을 결단한 무장 이성계, 두 아들 방의(홍경인 분)와 방간(조순창 분)이 그를 따른다. 또한 개경에 인질로 잡혀있던 방우(엄효섭 분)와 방간(김명수 분) 역시 방간의 기지로 탈출, 아버지와 합류한다. 

반면 성균관 유생인 이방원은 강직한 관리로 등장한다. 위화도 회군으로 위기에 처하게 되자 아버지 곁으로 달려간 형들과 달리, 그는 한 수 앞서 포천으로 가서 두 어머니와 동생들을 구한다. 이렇게 드라마는 이성계의 아들이지만 형제들과 다른 길을 간 이방원의 행보에 주목한다. 당연히 그의 다른 행보는 형제들 사이에서 분란이 된다. 그의 동생인 방간은 과거 급제한 그에 대한 아버지의 편애를 불편해한다. 또한 자신들처럼 무장이 아닌 이방원을 견제한다. 

하지만 그런 동생들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이방원은 그의 아내 민씨(박진희 분)의 도움을 받아 아버지 보필에 여념이 없다. 드라마는 이방원을 아버지 이성계 앞에서 두려움을 솔직하게 밝히는 고뇌하는 인물로 그리는 한편, 실질적인 킹메이커로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재해석한다. 또한 이성계의 개성 천도를 두고 '나라를 위한 충직한 결정'과 '새 권력을 향한 역심'이라는 해석으로 형제들 사이에서도 갈라진 의견을 통해, 조선 건국을 향한 서로 다른 길의 단초를 마련한다. 

KBS 1TV 대하드라마 <태종 이방원>

1회 8.7%에서 2회 9.4%로(닐슨 코리아 지상파 기준) 상승세인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은 남는다. 20여년 전 <용의 눈물>에서도 하지 않은, '용비어천가' 식의 결단으로 이성계의 행보를 해석하려는 설정들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마찬가지로 이방원이란 인물에 대해서도, 훗날 아들 세종에게 양위를 하며 회한에 차서 울부짖던 광기 어린 태종과는 달리, 위인전 속 인물처럼 그리려는 듯한 단선적인 캐릭터 해석이 종종 드러난다. 

우국충절 혹은 건국의 일념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스승이었던 정몽주의 목을 벨 수 있는 권력지향적 인물 이방원을 어떻게 설득해내는가. 거기에 태종 이방원이란 캐릭터의 성패가 좌우될 것이다. 드라마 포스터의 알 수 없는 표정의 다크한 이방원. 모처럼 돌아온 KBS 대하사극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는 이방원이란 인물에 대한 입체적 분석과 여말 선초 정치사의 새로운 해석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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