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차기 방송통신위원장에 전 정통부 차관이자 KT 사장을 역임한 이계철 씨를 내정한 것에 대한 시민사회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미디어행동, 전국언론노동조합은 20일 오전 청와대 앞(청운동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권 꼭두각시에 불과한 이계철 내정 철회와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의 구속수사를 촉구했다. 이들은 이 씨의 내정을 두고, ‘최 전 위원장의 방송장악을 이어가려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 미디어행동, 전국언론노동조합이 20일 오전 11시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계철 방송통신위원장 내정 철회 및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의 구속수사를 촉구했다ⓒ권순택
기자회견에서 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는 “KT사장으로 그리고 정통부 고위관계자였던 이계철 씨를 이 시점에 방통위원장으로 내세운 이유가 무엇인지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와 관련해 전 대표는 “4년간 공영방송의 표현의 자유를 붕괴시킨 정권이 그 허수아비인 정통부, 통신자본 출신에게 또 어떤 역할을 떠맡길 것인가, 통신공공성 훼손이 명약관화하다”고 주장했다.

전규찬 대표는 “차기 방통위원장에 대한 우리의 요구는 이념에 관계없이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인물이었다”면서 이계철 씨는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전규찬 대표는 또 “최시중 위원장을 고발했고 지난주 조사를 받았다”며 “그런데 조사관이 최 전 위원장에 대한 부패자료로 가지고 있던 것은 관련 언론기사 몇 개가 전부였다”고 지적했다. 전 대표는 “최 전 위원장을 조사할 능력이 없는 것인가 외부압력이 있었던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조사할 의지가 없는 것이냐”라며 “이 상황에서 이계철이라는 듣보잡을 내정한 것을 어떻게 봐야 하느냐. 청와대는 이계철 파견을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이강택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MBC는 벌써 파업 3주차이고 KBS는 파업찬반투표에 돌입했다”며 “YTN에서도 곧 파업찬반투표가 진행될 것이다. 이것이 이 나라 방송계의 현실이다. 최시중 체제의 방통위로 인한 피해는 너무도 컸다”고 개탄했다.

이강택 위원장은 “최근 <뉴스타파>에서 낙동강 보 균열에 대한 보도가 나갔다. 그동안 숨겨져 있던 4대강 사업의 실상”이라며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사이 용산참사, 쌍용차 사건으로 국민들이 죽어나갔다. 이 사태를 초래한 것은 최시중과 그 하수인 김인규(KBS 사장), 김재철(MBC 사장), 배석규(YTN 사장)를 비롯한 간부들”이라고 지적했다. 방송장악의 결과가 고스란히 국민들의 피해로 드러났다는 비판이다.

이강택 위원장은 “그렇기 때문에 차기 방통위원장에는 언론장악의 실태를 밝히고 사죄하고, 최시중 수족들을 몰아내는 일을 해야 할 자가 와야 한다”며 “그런데 이계철이라니…. 그 자가 과연 방송에 대해 한 것이 뭐가 있느냐”고 쓴소리를 던졌다.

이강택 위원장은 “(최시중 위원장이 주도적으로 추진한) 종편의 경우, 100억대 드라마에 이 나라 유수의 공기업들이 할당액을 나눠 협찬하고 있다”며 “그런데 방통위는 지금 뭘 하고 있느냐”고 비판했다.

또, “통신은 어떤가. 방통위가 통신재벌과의 유착으로 강제적 2G서비스 종료 등 특혜를 주는 대신 KT 등은 종편에 투자를 하는 등 협작이 이뤄지고 있다”며 “이계철 내정은 사실상 지금까지 방통위 실정을 연장하겠다는 뜻”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이계철 내정자에 대해 “이 씨는 KT 퇴직자 사우회장을 맡을 만큼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아들은 현재 KT에 근무 중”이며 “또, 정통부 차관으로 있을 당시에는 이석채 현 KT 사장을 8개월간 지근에서 모신 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편향인사라는 지적이다.

부정부패추방실천시민회 박흥식 상임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가 끝나는 날까지 자기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이계철 내정을 통해 국민의 귀와 입을 막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민주전역시민회 정인섭 대표는 “한 번이라도 국민들이 동의할 수 있는 상식적인 인선을 할 수는 없는 것인가”라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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