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강희 감독 ⓒ연합뉴스
최강희호가 닻을 올렸습니다. 최강희호 축구대표팀 선수들은 18일 밤, 전라남도 영암에 소집돼 25일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 29일 쿠웨이트와의 브라질월드컵 3차예선 최종전을 준비합니다. 조광래 감독이 갑작스레 경질돼 난파 직전까지 몰렸다 최강희라는 새 선장을 모신 한국 축구가 새 출발을 앞두고 있는 것입니다.

최강희호에 대한 팬들의 기대는 높습니다. 이미 전북 현대 감독 시절, 보여줄 것을 다 보여준 덕도 있지만 위기에 처한 한국 축구를 구할 구원투수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잘 해낼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입니다. 꾸준한 결과도 중요하지만 많은 팬들이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한국 축구 특유의 투지와 근성 있는 축구, 그리고 기술적으로도 한층 진보한 축구를 보여줄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최강희호의 본격적인 출항을 앞두고, 최강희호가 보여줘야 하는 것, 기대하는 것은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쿠웨이트전 화끈한 승리

일단 당면 과제는 당연히 쿠웨이트전 승리입니다. 월드컵을 가느냐 마느냐의 운명이 걸린 쿠웨이트전에서의 승리는 곧 최강희호의 순항에도 힘이 실리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3차 예선 시작은 꽤 산뜻했습니다. 레바논에게 6-0 대승을 거두면서 비교적 무난하게 최종예선까지 가겠다는 예상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후 부진한 경기력을 보이더니 급기야 레바논 원정에서 1-2로 패하며 자존심을 구겼습니다. 3차 예선에서 패한 것은 지난 1985년에 가졌던 멕시코월드컵 예선 이후 26년 만의 일이었습니다. 갈수록 떨어지는 경기력에 결국 축구협회는 과감하게 조광래 감독을 경질했습니다. 물론 이에 따른 각종 잡음이 많았고,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지만 경질 여론도 만만치 않았던 만큼 결국 강력한 충격 요법을 가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새롭게 부임한 감독이 바로 전북 현대를 K리그 우승으로 이끈 최강희 감독이었습니다. 당초 "대표팀 감독은 나 같은 사람이 하는 게 아니다"라면서 거절 의사를 밝혔던 최 감독은 최종예선이 끝나는 2013년 6월까지만 하겠다는 조건으로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했고, 결국 태극호 새 선장으로 부임했습니다. '닥공 축구'라는 화끈한 공격 축구, 색깔 있는 축구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그에 대한 팬들의 기대감은 높았고, 이전에 부진했던 조광래호 모습과는 다른 면모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 역시 컸습니다.

그런 기대 속에서 26명의 최강희호 1기 선수 명단을 꾸렸고, 바로 지난 18일 전남 영암에 선수들을 소집해 첫 번째 훈련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이전과는 다르게 경험 있는 선수, 검증된 선수들이 눈에 띄는 가운데 쿠웨이트와의 경기에서 화끈한 승리를 거둔다면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 확정이라는 소기의 성과 뿐 아니라 향후 최강희호에 대한 기대와 관심도 한껏 높아지는 계기를 가져다 줄 것입니다.

색깔 있는 축구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의 운명이 걸린 아주 중요한 경기인 만큼 이번 쿠웨이트전에서 최강희 감독은 다소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펼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습니다. 무리한 공격 축구보다는 밸런스 축구, 실리 축구로 승리와 안정적인 경기력을 동시에 펼쳐보이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장기적으로 최강희호에 '색깔 있는 축구'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전북에서 보여준 닥공을 대표팀에서도 보여주기를 바라는 겁니다. 지금 당장은 결과가 중요한 만큼 어렵다 해도 장기적으로는 자신의 색깔을 입혀 보다 화끈하고 공격적인 축구를 선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쨌든 최강희식 스타일이 AFC 챔피언스리그를 통해 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수차례 확인한 바 있습니다. 어느 정도 대표팀 운영이 몸에 익고, 선수들의 장단점, 특징을 완전하게 파악한 상태에 이른다면 제 색깔이 나올 것으로 기대됩니다.

떳떳한 기회 얻는 국내파

조광래호 축구대표팀은 상대적으로 해외파가 많았습니다. 이에 대한 나름대로 변명거리는 있었습니다. 전임 허정무 감독 시절에도 그랬고, 선수 차출 문제 때문에 K리그와 축구협회가 다툼을 벌였던 적이 많았습니다. 이 때문에 선수 차출이 비교적 용이한 해외에 눈을 돌렸습니다. 하지만 차츰 날이 갈수록 해외파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해외파와 국내파 사이에 차별을 두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해외파들이 소속팀에서 주전 자리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경기력이 떨어지고, 이는 대표팀 전력에도 영향을 미치며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계기로 이어졌습니다. 실력 있는 국내파들이 많았음에도 줄곧 이어진 조광래 감독의 해외파 고집에 이에 따른 내외적인 비판은 이어졌고, 문제도 많았습니다.

최강희 감독은 이런 해외파 중용이 문제가 있다고 보고 과감하게 국내파를 대거 기용했습니다. 명단을 발표한 26명 엔트리 가운데 해외파는 단 3명에 불과하고, 그 많던 일본 J리그 출신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반면 김두현, 김치우, 최효진, 오범석, 조성환, 박원재 등 국내파 실력파 선수들이 대거 중용됐습니다.

최강희 감독이 잘 아는 선수들, 장점이 뚜렷한 선수들을 대거 소집했다 해도 이 선수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줌으로써 튼실한 경쟁체제를 앞으로 구축하겠다는 나름의 의도를 엿볼 수 있습니다. 어느 한쪽에 치우친 것보다 고른 기회를 부여하면서 대표팀 경기력을 전체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는 일단 시작 전부터 주목할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 오랜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김두현 ⓒ연합뉴스
완벽한 수준의 신-구 조화

이를 통해 최강희 감독은 기존 선수와 새로운 선수의 융화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선수를 고집한 전임 조광래 감독과는 차이가 있는 부분입니다.

김상식, 이동국 등 서른이 넘는 베테랑 선수들이 눈에 띄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젊고 기술적으로 뛰어난 선수들도 좋지만 어려운 시기에 많은 경험을 갖춘 베테랑 선수들 또한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이미 전북현대 감독을 하면서도 최강희 감독은 적절한 신-구 조화를 통해 완벽한 수준의 전력을 구축하며 2차례 K리그 우승을 일궈냈습니다. 한국 축구에 완벽한 수준의 신-구 조화를 본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던 가운데서 최강희식 신-구 조화 운영은 대표팀 경기력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진짜 아시아 호랑이의 면모를 보여달라

최강희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 나아가 브라질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목표를 이루는 것입니다. 예전 같아서는 어렵지 않은 목표처럼 여겨졌지만 이제는 아시아 축구의 수준이 워낙 높아지고 있다 보니 쉽지 않은 목표가 된 것이 사실입니다. 그 틈 사이에서 최강희호는 어떻게든 목표를 이뤄야 하고, 축구팬들로부터 신뢰를 다시 얻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딱 하나입니다. '아시아의 진짜 호랑이'의 면모를 다시 보여달라는 것입니다. 지금은 비실비실댔어도 한국 축구는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뤄낸 '축구 강국'입니다. 그 명성에 걸맞은 색깔, 실력을 보여줬을 때 한국 축구는 좋은 성적과 높은 인기를 다시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1997년 프랑스월드컵 최종예선 때처럼, 2002년 한일월드컵 본선 때처럼, 2009년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 때처럼, 투혼과 근성, 실력을 두루 겸비했을 때 한국 축구의 인기는 하늘 높이 치솟았습니다. 그 모습을 이제 최강희호 축구대표팀이 보여줄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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