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가 많으면 그만큼 자신감이 붙게 마련입니다. 서서히 출전 기회를 높여가던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이 드디어 임대 이적 후 3경기 만에 리그 데뷔골까지 터트리며 주가를 한층 더 높였습니다. 그동안의 아쉬움을 훌훌 털고, 새롭게 떠오를 수 있는 희망을 보여줬던 멋진 골이었습니다.

구자철은 19일 새벽(한국시각), 2011-12 독일 분데스리가 22라운드 바이엘 레버쿠젠과의 경기에서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장해 풀타임 활약했고, 후반 5분 리그 데뷔골까지 터트리며 존재감을 알렸습니다. 비록 팀은 약한 수비 조직력으로 이후 3골을 내주며 1-4로 대패했지만 구자철은 이날 현지 언론으로부터 팀내 최고 평점을 받는 등 좋은 평가를 받으며 분데스리가 진출 이후 최고의 하루를 보냈습니다.

▲ 독일 레버쿠젠의 바이아레나에서 열린 레버쿠젠과의 원정 경기에서 동점골을 성공시킨 구자철(EPA=연합뉴스, 자료사진)
공격 첨병 역할 톡톡히 해낸 구자철

그동안 중앙 지역에서 뛰다 아우크스부르크로 임대 이적해 측면에서 활약하며 적응기를 보냈던 구자철은 입성 단 3경기 만에 경기력을 마음껏 발휘하며 아우크스부르크의 주축 선수 자격이 있음을 입증했습니다. 특히 팀에 빠르게 적응해 어느 정도 수준을 끌어올린 것이 돋보였습니다. 향후 더 좋은 경기력으로 예전의 모습을 회복한다면 축구대표팀에도 도움이 될 만한 자원으로 다시 중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습니다.

레버쿠젠 전에서 구자철은 아우크스부르크 공격의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진가를 보였습니다. 측면에 국한하지 않고 공간이 보이는 곳마다 활발하게 움직이며 기회를 만든 구자철은 동료들과의 유기적인 패싱, 움직임으로 후반 초반까지 대등한 전력을 보이는 데 기여했습니다. 아직 완벽하게 자신의 장점을 유감없이 발휘한 것은 아니었다 해도 빠른 시일에 새로운 팀에서 동료들과 호흡을 맞추며 이 정도의 경기력을 보여준 것은 충분히 칭찬할 만했습니다. 그만큼 새로운 팀에서 뭔가 해보겠다는 의지와 자신감이 붙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모든 것이 일품이었던 아름다운 데뷔골

그리고 구자철은 마침내 통쾌한 오른발 중거리포로 데뷔골을 터트렸습니다. 0-1로 뒤진 후반 5분 왼쪽 측면에 있다 페널티 지역 좌측 부근으로 이동해 있던 구자철은 동료의 발뒤꿈치 패스를 받아 곧바로 오른발 감아차기로 골문 구석을 정확하게 꽂아넣으며 동점골을 뽑아냈습니다. 해설자가 "아름다운 골"이라고 극찬했을 정도로 연계 패스, 타이밍, 슈팅 폼, 궤적 모두 일품이었던 멋진 골이었습니다. 이전에도 과감하고 위협적인 중거리 슈팅으로 상대 골문을 정조준했는데 마침내 타깃을 맞추는 데 성공했습니다. 비록 결과적으로는 이후 흐름이 급격하게 무너지면서 패하기는 했지만 뒤진 상황에서 확실하게 해결사 역할을 한 인상적인 장면이었습니다.

상승세 유지 잘하면 더 뜬다

분명히 구자철은 페이스가 올라오고 있습니다. 자신의 주포지션이 아닌 위치에서도 최대한 활발한 움직임으로 공격 루트를 뚫는 데 제 몫을 다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에 대해 논란과 아쉬움이 있기는 하지만 이는 좀 더 창의적이고 다양한 공격력을 장착하기를 바라는 한국 축구에 적지 않은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차세대 에이스 역할을 할 선수가 그만큼 더욱 위협적인 공격력을 무기로 갖는다면 낯선 포지션에 대해 크게 나빠 할 이유도 없습니다.

아직 팀 성적이 좋지 않은 것이 마음에 걸리지만 그렇다고 좌절할 필요도 없습니다. 아직 분데스리가 마지막 경기까지는 3개월가량 남았고, 강등권 탈출을 위한 승점 차 역시 크게 차이가 나지 않고 있습니다. 그만큼 구자철이 보여줘야 할 것, 기대되고 있는 것은 무궁무진합니다. 그동안 쌓은 기량, 어느 정도 비축해 둔 체력을 바탕으로 더 많은 장점을 보여주고 팀 성적을 끌어올리는 데 큰 보탬이 된다면 그만큼 구자철의 가치는 더 높아질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적절한 시기에, 대단히 인상적인 페이스를 보여줘 미소 짓게 하고 있는 구자철입니다. 당장 다음 23라운드는 강등권 싸움을 벌이고 있는 15위 헤르타 베를린과의 경기입니다. 이 경기를 이기면 아우크스부르크는 잠시나마 강등권 탈출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그 탈출의 중심 역할을 구자철이 한다면 더없이 좋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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