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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스=박정환] 다른 이의 뇌에 접속해 기억을 읽는다는 ‘뇌 동기화’란 작중 설정은 ‘컨닝’, '치팅(cheating)'의 서사다. 누군가가 나의 기억을 읽을 수 있도록 허락하기란 쉽지 않다. 다른 사람의 살아있을 당시 기억을 읽는 주인공 고세원(이선균 분)의 뇌 동기화라는 테크놀로지는 ‘기억의 엿보기’다. 고인의 동의 없이 주인공 마음대로 엿볼 수 있다는 설정이기에 컨닝으로 간주할 수 있다.

‘Dr. 브레인’은 뇌 동기화를 통해 미완의 퍼즐을 맞춘다는 점에서 독창성을 갖는다. 고세원의 주변에선 잃어버린 아들을 찾기 위한 단서를 찾기 어려운 나머지, 죽은 사람의 뇌 엿보기를 통해 단서를 맞춘다는 점에서 ‘Dr. 브레인’은 여타 추리물과는 다른 독창성을 추구한다.

Apple TV+ 오리지널 시리즈 'Dr.브레인' (사진제공=Apple TV+)

‘Dr. 브레인’은 원작 웹툰을 그대로 드라마로 만들지 않고 각색을 도모했다. 각색으로 인해 원작과는 다른 결말이 도출됐는데, 시청자의 눈높이와는 이질감 있는 결말로 마무리돼 호불호가 갈린다. 4회까지 팽팽한 긴장감이 돋보이던 전개가 5회부터 텐션이 확 풀리는 맥 빠지는 결말로 치닫기 때문이다.

웹툰과 달라진 결말은 리처드 K. 모건이 2002년에 공개한 SF 소설 ‘얼터드 카본’을 떠올리게 만든다. ‘얼터드 카본’은 한 개인의 생전 기억과 자아를 보관할 수 있는 ‘저장소’란 설정을 통해 SF적 불로불사라는 개념을 창출한 소설이다.

인간의 육체가 수명을 다하더라도 저장소에 이상이 없으면 다른 육체로 저장소를 옮겨 제 2의 인생을 누릴 수 있는, 소설 ‘얼터드 카본’의 설정이 ‘Dr. 브레인’에선 명박사(문성근 분)가 고세원에게 털어놓는 본심을 통해 드러난다.

Apple TV+ 오리지널 시리즈 'Dr.브레인' (사진제공=Apple TV+)

‘Dr. 브레인’ 속 각색된 결말의 문제는 엉성한 가족주의다. 고세원이 아들을 되찾기 위해선 정신적 아버지인 명박사를 극복하고 뛰어넘어야 한다. 살부(殺父) 신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작동해야 아들을 구할 수 있다. 드라마의 문제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풀어가는 과정에 있어 시청자가 동의 가능한 궤적으로 서사가 진행돼야 함에도 이를 가족주의로 해결하는 과정이 설득력 있게 다가서지 못한단 점이다. 치밀하게 직조되지 못한 가족주의가 드라마의 완결을 위해 향해나간다.

애플 TV+는 다른 OTT 경쟁자인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Disney+)에 비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옥자’를 필두로 다양한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를 축적해온 덕에 ‘지옥’이나 ‘오징어 게임’처럼 화제작이 나올 때마다 신규 가입자가 추가로 유입되는 넷플릭스, 마블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다수의 오리지널 드라마 ‘완다비전’과 ‘팔콘과 윈터 솔져’ 등을 보유한 디즈니플러스에 비해, 애플 TV+는 시청자를 사로잡을 콘텐츠가 절대적으로 열세인 상황에서 한국에 상륙했다.

Apple TV+ 오리지널 시리즈 'Dr.브레인' (사진제공=Apple TV+)

그 첫발을 내디딘 작품이 ‘Dr. 브레인’이고, 드라마의 마지막을 통해 시즌2를 암시하지만 시즌1의 전개만 본다면 의문부호가 남는다. 이런 결말이었다면 차라리 웹툰 전개대로 각색 없이 드라마로 만드는 것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Dr. 브레인’이 왓챠피디아에서 평점 2.9, 프랑스 평론 사이트 알로시네에서 전문가 평점 3.3을 기록(왓챠피디아와 알로시네 모두 5점 만점)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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