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티아라와 관련해 “아리가또” 논란이 있었습니다. 사건인즉슨 티아라의 은정이 “아리가또”라고 말했는데, 거기에 소연이 “아리가또 고자이마쓰”라고 받아친 것에 대해 논란이 일어난 것입니다. 그에 대해 티아라의 소속사 코어측은 “은정이 불어로 ‘아비앙또’라고 이야기한 것을 소연이 ‘아리가또’로 잘못 알아듣고 고쳐주기 위해 ‘아리가또 고자이마스’라는 표현을 쓴 것이다”라고 해명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비난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 이야기만 나오면 흔히 따르는 민감한 반응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뼛속까지 일본인이다” “친일파다”라는 댓글과 함께 “아예 일본가수라고 광고를 하고 다니네” 등등의 비난을 볼 수 있습니다. 거기에 더해서 소연에 대해서는 무식하다, 개념이 없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소연이 불어인 “아비앙또”를 못 알아들었기 때문에 "그 나라를 여행하면서 기초적인 불어도 모르냐?"라며 무식하다는 반응을 나타낸 것이지요.

그것에 대해 제 생각을 좀 적어보고자 합니다. 일단 네이트 등의 올라온 디스패치 기사는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 기사였습니다. 기사는 티아라를 위해 해명해준다는 걸 아예 소설처럼 그려내서 더 욕을 부르는 듯한 말투로 느껴졌습니다. 기사를 읽어보면 마치 소연이 말하고 자랑스러워하는 것처럼 그려놔서 오히려 더 욕을 먹도록 유도하는 느낌을 줍니다. 그냥 상황을 설명하면 될 것을 상황극을 그려넣음으로 인해 오히려서 티아라가 욕을 먹는 데 더 일조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소연이 “아비앙또”를 “아리가또”로 알아들은 것이 잘못한 것일까요? 무대에 올라가본 사람이라면 무대에서 마이크의 역할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큰 무대에서 마이크를 사용하다보면 오히려 옆에 있는 사람들은 마이크가 울려서 소리가 더 안 들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비앙뜨”를 “아리가또”라고 알아들을 수 있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특히 앞의 “아”하고 끝의 “뜨”만 들렸다면 “아XX뜨”가 “아XX또”로 들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만약 잘못들은 것이라면 “불어를 몰라서 무식하다. 머리가 비었다”라는 공식이 성립되지 않습니다. 한국어 같은 경우도 발음이 비슷한 단어들이 많고 아예 잘못 알아듣는 경우도 있습니다. 무언가를 잘못 알아들었을 경우 그 단어를 모르는 무식한 사람이 되는 것일까요? 이를테면 “자리”라는 단어를 “다리”로 알아들었다고 “자리”를 모르니 무식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자리”를 알고도 잘못 알아들었다면 “다리”로 들을 수 있는 것이고 그것을 가지고 “자리”라는 단어를 모르는 무식한 사람으로 몰아갈 수는 없을 것입니다. 소연의 경우 “아비앙뜨”를 알고도 “아리가또”로 잘못 들었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럼 잘못 알아들은 건 그렇다고 치고 일본말을 했다고 무조건 친일파가 되어버려야 하는 것일까요? 개인적으로 영어와 한국어를 동시에 쓰는 사람으로서 아무 생각 없이 이야기하다가 미국 사람에게도 한국말이 툭 튀어나오는 경우가 있고, 한국 사람과 대화하는 경우에도 영어가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실제로 가수들은 여러 나라 공연을 다니다보면 실수할 때가 많다고 하네요. 소녀시대의 티파니와 써니 등은 중국에 가서 중국어로 인사하다가 실수로 일본말도 끝낸 적도 있다고 하며, 원더걸스의 예은도 원더걸스 투어에서 애틀란타에서 “Hello, Washington”을 외친 적도 있다고 했습니다.

이런 경우 소녀시대 써니, 티파니는 친일파, 예은은 한 마디로 워싱턴파가 되어버려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해야 하는 것일까요? 누구를 끌어들이는 게 아니라 가수들은 그런 해프닝이 잦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아리가또”라는 단어가 나왔다고 해서 그것을 근거로 친일파니 뼛속까지 일본인이니 하는 것은 과장이라도 한참 과장입니다.

티아라가 한국어를 쓰기 싫어서 일부러 일본어를 쓰거나 아니면 프랑스어를 사용한 것도 아닌데 그것을 가지고 “어지간히 한국이 싫었으면 한국어를 안 썼냐?”라고 비꼬는 것은 심한 비약이지요. 한국 사람이 일본말을 했다고 해서 “친일파”로 몰아가는 것을 억지스럽지 않다고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이번 같은 경우에는 은정이 실수로 일본어를 한 것도 아니고, 프랑스니까 프랑스 팬들에게 프랑스어로 인사하고 싶었던 것이었고, 그것을 잘못 들은 소연이 그 자리에 있었던 “일본팬에게 인사하나보다” 생각하고 이왕할 거 좀 더 정확한 표현으로 하고자 했던 것이지요.

어떤 사람들은 “한국가수가 왜 공연하러 가서 한국말로 인사할 수 없었냐?”라고 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현지 공연이니 그 나라 팬들에겐 그 나라말로 인사해주는 게 더 반갑고 기분 상으로도 더 좋은 일입니다. 외국인이 한국에 방문했을 때 서투른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해주는 게 “Hello, What’s up?”하는 것보다 더 듣지 좋지 않을까요?

외국인이 한국에서 한국어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상당히 좋게 생각하면서, 은정이 프랑스에 나가서 왜 한국말을 쓰지 않았냐고 추궁하는 것은 조금 외골수적이며 한국 사람은 어디가나 한국어를 써야한다는 삐뚤어진 생각은 아닐는지요?

대체로 모국어를 증오하고 기피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은정, 소연을 비롯한 티아라는 한류 가수로서 한국 가요를 프랑스에 알리러 간 사람들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일본 가수로 둔갑을 해서 그렇게 “일본 가수”라고 알리고 싶었다고 생각하는 게 상식적으로 맞는 이야기입니까? 그녀들을 비난한 사람들은 본인들만 애국자이고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요?

아직도 일부 네티즌들은 “일본”이라는 단어만 보면 너무나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습니다. 티아라가 한국보다 일본을 더 좋다고 한 것도 아니요, “나는 일본 가수입니다”라고 한 것도 아니요, “나는 일본을 정말 정말 사랑한다”라고 한 것도 아닙니다. 그저 말을 잘못 알아들었기에 일어난 해프닝이며, 사람이라면 말귀를 잘못 알아들을 수 있기에 일어날 수 있는 작은 해프닝인것이지요.

어쨌든 애국심도 좋지만 솔직히 일본이라는 단어만 보면 무조건 신경을 곤두세우며 몰아세우는 건 삐뚤어진 애국심이라고 봅니다. 거기에 말귀 잘못 알아들었다고 “무식하느니” “골이 비었느니”라고 몰아가는 역시 이성적이지 못한 비난에 불과합니다.

체리블로거의 나만의 생각, 나만의 리뷰! ( http://kmc10314.tistory.com/ )
해외 거주자의 입장으로서 자신만의 독특한 세상으로 사물을 바라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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