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교내 학보사 언론탄압 논란에 휩싸인 숭실대학교 총장이 총학생회와 간담회에서 숭대시보 편집국장을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에 비유·비교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석찬 숭대시보 편집국장은 “본인을 조주빈과 비교해 표현했다”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모욕을 당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었다. 학교 측은 미디어스에 총장이 실제로 발언한 내용인지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25일 숭실대 총학생회 홈페이지에 장범식 총장의 조주빈 발언이 포함된 간담회 회의록이 공개됐다.

2일 숭대시보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게재된 숭대시보 주간과 기자 입장문(출처=숭대시보 홈페이지)

“조주빈은 여러분과 같은 대학생이고 학보사 기자였고..."

공개된 회의록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장범식 총장, 학사부총장과 총학생회장, 단과대 학생회장들은 대면수업 전환, 숭대시보 기자 전원 해임 사태 등에 대한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장범식 총장은 “숭대시보는 개인 SNS가 아니므로 정확한 사실을 기재해야 하는데 어떤 형태로든 간에 사실과 사실에 근거한 다양한 의견을 게시하는 게 언론”이라면서 “지난번 학교 성적(평가방식), 코로나(관련 대면 수업 결정) 등에 대해 신문(학보사)에 전부 엉터리로 되어 있었지만 얘기하지 않고 넘어갔다”고 말했다.

장 총장은 이어 총학생회장, 단과대 학생회장들에게 조주빈을 아느냐고 물었다. 그는 “조주빈은 25살로 여러분과 같은 대학생이고 학보사 기자였고 그 학교를 위하는 편집국장이었다”며 “학교에서 끊임없는 마찰을 일으켰지만 학교에서 단 한 번도 제지를 받지 않았고 그 학교는 그 악마를 양성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장 총장은 ‘N번방’ 문형욱 등을 언급하며 “그 짓에 가담한 162명 상당수가 대학생이었다”며 “N번방, 박사방 입에 담기도 싫은 일을 얘기하는 건 대부분 대학생들로 이뤄졌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숭대시보는 여러분들보다 내가 애착이 더 강한 것처럼, 우리 학교에 방향성을 이어가는 데 있어 여러분들이 밖에서 시위한다고 그걸 받아주는 식으로 학교는 운영되지 않는다”며 “여러분들은 앞으로 학칙을 따라주라”고 말했다.

숭대시보 전원 해임 결정에 대해 장 총장은 “해임은 내가 승인했다”며 “주간 교수가 전체 발행인의 위임을 받고 있기에 지도를 안 따르면 오늘 임명했어도 내일 해임할 수 있는 것이 주간교수”라고 말했다.

언론탄압 논란, 숭대시보 기자 전원 해임

현재 숭실대 내에서 학보사 숭대시보를 둘러싼 언론탄압 논란이 일고 있다. 숭대시보 기자들이 전원 해임되고 하루 만에 복귀했으며 이로부터 한 달 뒤 제1282호를 끝으로 올해 발행이 종료됐다. 강석찬 숭대시보 편집국장은 6일 교내에 ‘이것이 사실이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붙여 일련의 과정을 설명했다. 숭대시보 이승복 주간교수와 전영철 신문방송국 전문위원은 8일 미디어스에 언론탄압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주간교수는 숭대시보를 “반은 언론이고 반은 관보”라고 말했다. 전문위원은 “숭대시보는 총장, 학사부총장이 발간을 결재한다”고 말했다.

양측 주장을 종합해보면, 숭대시보 기자 전원 해임 사태는 매일경제 <대학가 위드코로나...숭실대 “100% 대면강의”>(10월19일) 기사에서 시작됐다. 장 총장은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수도권 대학 중 최초로 11월 전면 대면 수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총장의 대면 수업 결정은 학내 구성원이 몰랐던 내용으로 숭대시보 기자들은 편집회의에서 취재 결과를 온라인 기사로 먼저 올리겠다고 발제했다. 주간교수와 전문위원은 “현재 휴간기간이니 우리가 온라인 기사로 선제적으로 나서지 말자”며 기사화를 말렸다. 기자 전원이 이에 반발하며 제1282호 1면 백지화를 주장하자, 주간교수는 10월 27일 숭대시보 기자 8명 전원을 해임했다. 이에 대해 편집국장은 숭실대 신문방송 규정에 따라 주간교수는 임원(편집국장) 해임권만 있을 뿐 기자 전원에 대한 인사권은 없다며 ‘명백한 규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다음날 기자들이 주간교수와 협의를 진행한 결과, 해임을 철회하는 대신 해당 기사 위치를 2면으로 옮겨 주간교수가 직접 기사를 퇴고하기로 합의돼 일단락되는 듯 했다.

이와 관련해 주간 교수는 징계권에 따른 규정에 바탕해 내린 정당한 결정이었으며 1면 백지발행은 집단항명으로 학보사 기강과 운영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관련 기사는 사실관계가 잘못됐고 시정을 요구했지만 ‘최후통첩’, ‘백지발행’ 등을 언급해 지도권 거부로 간주하고 해임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사설 수정 거부예산 이유로 숭대시보 발행 조기 중단 통보

11월 22일 발행 계획인 제1282호 제작을 위해 숭대시보 기자들은 지난달 16일 총장의 대면 수업 재개 방침을 규탄하는 교내 피켓시위를 취재했다. 기자들은 1면에 교내 피켓시위 사진을 배치하려고 했으나 주간교수는 숭실대 논술시험에 응시한 수험생들의 모습으로 바꾸라고 했다.

협의 끝에 1면은 논술 사진 기사, 3면에 학생 대표자의 시위 사진, 7면에 사설 <대대적 각성이 필요한 시점> 등의 편집안이 확정됐다. 배포 전 1282호를 확인한 학사부총장은 11월 21일 편집국장에게 전화해 사설에 담긴 사실관계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기자들이 수정요구에 응하지 않자 1282호 배포가 중단됐다. 다음날 주간교수는 기자들에게 예산문제로 1283호 제작이 어렵다고 말했다.

주간교수와 전문위원은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입장이다. 숭대시보는 매년 12회 발행을 원칙으로 하는데 2017년 20회, 2018년 21회, 2019년 21회, 2020년 19회 발행됐으며 2021년에 이미 21회가 발행됐다는 설명이다.

또한 숭대시보 발행 예산이 부족하다는 사실은 전영철 전문위원이 지난달 16일 발령을 받고 예산을 살펴보다 알게 됐다고 한다. 지난 4월 우체국에서 숭대시보 발송비용에 대한 할인 혜택 종료를 알려와 올해 추가적인 제작비용이 부족한 상황으로 주간교수와 기자들이 함께 회의를 가진 결과 1283호는 내년 2월 종간호와 졸업호를 합해 발행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이승복 주간교수는 사설의 사실관계가 왜곡돼 1282호 배포 중지를 결정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주간교수는 “숭실대는 대면 수업 준비를 6월부터 해왔다. 교무위원회를 들어가는 저로서 급작스레 11월 대면 수업이 결정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여러 차례 설명했지만, 기자들은 계속 ‘급작스럽게 결정됐다’는 내용으로 기사를 썼다”면서 “비판 기사를 썼다고 신문을 막은 게 아니라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어 내보낼 수 없다고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숭대시보는 기자 8명 중 4명이 개인사정으로 내년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는 8일 “숭실대학교 대학당국은 학보사 숭대시보의 기자 전원을 해임하고, 발행을 제지하는 등의 언론탄압을 자행했다”며 “숭대시보에 대한 숭실대학교 대학당국의 언론탄압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관련기사 :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 “숭대시보 탄압 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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