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월이 연우를 되찾는 날이 왔다. 얼마나 기다렸던 순간인가 감격스럽기까지 하지만 그 과정도 대단히 기발해서 감탄이 절로 나왔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활인소로 쫓겨나가는 월에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또 다른 음모가 기다리고 있었다. 어차피 액받이까지 했으니 은월각의 원혼은 못 받겠냐는 투였다. 그러나 그것이 절묘하고도 기발했다. 기억상실은 흔하디흔한 드라마 소재인데, 그 기억이 돌아오는 것까지도 판에 박힌 방법이었다면 많이 실망스러웠을 것이다.
대왕대비와 중전의 귀에만 귀곡성이 들리게 한 것은 월이를 구해내기 위한 도무녀 장씨의 주술일 것이다. 좀 더 신비하게 만들자면 월이를 지켜달라며 죽어간 아리의 혼령이 한 짓으로 할 수 있겠지만, 아리의 무덤을 찾아간 장씨가 봉인이 풀렸다는 말을 한 것을 보면 누가 귀곡성을 만들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월이가 연우의 기억을 되찾는다고 당장 달라질 것은 없다. 오히려 아무것도 모르고 당할 때보다 더 괴롭고 고통스러운 일만 남았다. 더 이상 월이가 아니라 연우이기 때문에 멀리서 바라만 봐야 하는 높디높은 궁궐 담장이 원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다행히 기억을 되찾은 연우의 희망은 의금부 홍기태에서 살아나고 있다. 연우가 죽은 후에도 두 시진이나 체온이 그대로였다는 기록에 의심을 품게 된 것이다.
은월각에 던져진 월이는 꿈에서 어린 연우를 본다. 자신을 향해 미소 짓는 어린 연우를 보며 깜짝 놀라 꿈에서 깬다. 그리고는 마치 무덤 속에서처럼 본능적으로 밖으로 나가기 위해 방을 문 쪽으로 기어간다. 그러나 문은 굳게 닫혀 있고, 그 순간 꿈에서 깬 것처럼 연우는 모든 기억을 되찾는다. 믿을 수 없는 일들에 고개를 흔들고 가슴을 쥐어짜지만 돌아오는 기억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는 한참을 피를 토할 듯이 오열한다.
그래서 은월각에서의 신비가 가미된 기억되찾기 프로젝트는 대성공이라 할 수 있다. 흔한 방법으로 연우의 기억이 돌아왔다면 그 자체로 실망스러운 것뿐만 아니라 한가인이 계속 짊어졌던 비난을 잠시나마 내려놓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정좌한 자세로 관상감 나대길을 맞이한 것이 조금 거슬리기는 하지만 어쨌든 연우가 기억을 되찾을 것뿐만 아니라 좋은 연기로 인기도 되찾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