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청년'과 '여성'이 전면에 배치됐다. 그러나 윤 후보 청년공약과 국민의힘 인사들의 행보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 돔에서 열린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윤 후보는 수십명의 대학생 위원과 함께했다. 또 청년들에게 인기가 높은 프로그램인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배경음악으로 사용됐으며 청년 댄서들이 공연을 벌였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빨간 목도리를 들고 청년들과 대선 승리 기원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출범식 주요 메시지도 '청년'과 '여성'이었다. 윤 후보는 "그동안 약해진 지역 당협을 재건하고 청년과 여성을 보강해야 한다"며 "당의 혁신으로 중도와 합리적 진보로 지지기반을 확장해 이들을 대통령 선거 승리의 핵심 주역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 후보가 등장하기 전 국민의힘 대변인 선발 토론 배틀 '나는 국대다'에 참여한 김민규(18) 군과 백지원(27) 씨가 시민대표로 연설했다.

조선일보는 7일 기사 <고3 연설에 스우파 댄스까지... ‘2030 콘서트’ 방불케한 尹출범식>에서 "국민의힘은 대학생들을 무대에 배치하고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을 연사로 세우는 등 청년 세대를 전면에 내세웠다. 청년 비보이 공연과 ‘AI(인공지능) 윤석열’도 무대에 섰다"며 "내년 대선을 '정권 교체론' 뿐 아니라 '세대 교체론'으로 치르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윤 후보의 발언에 대해 조선일보는 "청년과 여성을 대선 캠페인 과정에 적극 동참시키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윤석열 후보를 비롯한 국민의힘은 '청년 갈라치기', '여성 비하'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윤 후보는 지난달 청년정책을 발표하면서 성폭력특별법에 '무고' 조항을 신설하고, 여성가족부를 '양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이 같은 공약을 '공정한 양성평등' '공정한 법 집행' 정책이자 청년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성폭력 무고죄 처벌 강화는 공정을 추구하는 청년 공약"

정치권 안팎에서 이를 두고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제도적으로 용인하는 공약이자 젠더갈등에 편승한 공약이란 비판이 일었다. 2차 가해를 우려해 성범죄 피해 사실을 신고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성폭력특별법상 무고죄를 추가하겠다는 것은 피해자를 한번 더 옥죄는 부적절한 공약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여성가족부를 '양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는 안은 지난 7월 국민의힘 내에서 "분열의 정치"라는 비판이 나왔던 여가부 폐지 논란을 소환한 것으로 해석됐다.

지난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성폭력무고죄 검찰 통계 분석'(2017~2018년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성폭력무고죄 고소 사건의 처분결과는 불기소 84.1%, 기소 7.6%, 기타 8.3%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성폭력범죄로 처분된 인원은 8만 677명인 반면 성폭력 무고로 유죄를 받은 인원 수는 341명으로 집계됐다. 현재 무고죄로 10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윤 후보 대선캠프 장예찬 청년특보는 오히려 "양성평등 공약에 포함된 무고죄 처벌 강화를 매도하는 일부 정치인들이 오히려 젠더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며 "당사자인 청년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사회의 공정을 추구하는 청년공약이다. 엄격하게 적용해 해석한다면 성범죄 신고의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캠프 '민지(MZ)야 부탁해' 캠페인 홍보 영상 갈무리. '민지야 부탁해' 캠페인은 2030 청년세대가 제안한 내용으로 정책을 개발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예쁜 브로치, 혐오주의 유튜버

국민의힘은 지난달 전당대회에서 윤 후보가 선출된 뒤 2030세대 당원 '탈당 러시'가 이어지자 탈당한 당원을 향해 '역선택', '위장당원'이라고 규정했다. 당심이 민심을 거스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윤 후보 캠프 인사들은 언론에 역선택 방지조항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또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2030 유권자를 비하한다는 글이 이어졌다. 당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2030 세대 탈당 인원 수가 적힌 자료를 공개하며 "애초에 역선택이었네 2030이 한 줌밖에 안 되느니, 그런 발언하시는 분들이 평생 살면서 2030 당원 열 명이라도 모아온 실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최근 국민의힘 인사들은 '여성 비하'로 물의를 빚었다.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영입인재 1호였던 육사 출신 조동연 서경대 교수를 '브로치'에 비유해 비판을 자초했다. 김 위원장은 "솔직히 말하자면 적절한 비유는 아닌데, 전투복 비슷한 것 입고서는 거기에 아주 예쁜 브로치 하나를 다는 것"이라며 "악세사리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성차별 논란이 확산되자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은 자신을 페미니스트로 지칭하며 "악세사리나 브로치를 여성만이 사용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놀랍다"는 입장문으로 또 공분을 샀다.

지난 4일 여성혐오 유튜브 콘텐츠를 게재해 돈을 버는 유튜버와 그 지지자 100명이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이수정 경기대 교수 영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 참가자인 유튜버 '시둥이'로 알려진 송시인 씨와 그의 남편인 '신남성연대' 대표 배인규 씨는 N번방 사건 피해자를 조롱하고, 5·18 민주화운동을 '폭동'으로 주장하는 등 혐오주의 유튜버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민의힘 법률지원단장인 유상범 의원, 윤 후보 비서실장 서일준 의원, 양금희 중앙여성위원장 등은 이들을 만나 사과했다. 유 의원은 "국민의힘이 20~30대 청년 목소리를 무시한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것에 대해 죄송하다"며 "국민의힘은 결코 2030 청년 목소리를 무시하지 않는다. 정권을 잡는다면 여러분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당이라는 점을 인식해달라"고 말했다.

지난 4일 여성혐오 유튜브 콘텐츠를 게재해 돈을 버는 유튜버와 그 지지자 100명이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이수정 경기대 교수 영입에 반대하는 시위를 열자 국민의힘은 집회 10분 만에 이들에 호응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사과하는 모습. (사진=세계일보 유튜브 보도화면 갈무리)

공당의 대표가 고3의 정치 소신마저 갈라치기

지난 5일 국민의힘은 피부과 의사 함익병 씨를 공동선대위원장에 내정했다가 7시간 만에 철회했다. 함 씨는 2014년 월간조선 인터뷰에서 "여자는 국방의 의무를 지지 않으니 4분의 3만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며 "의무 없이 권리만 누리려 한다면 도둑놈 심보"라고 말했다. 또한 "병역 의무에서 여자를 빼주는 나라는 한국 밖에 없다. 단 자식을 2명 낳은 여자는 예외", "독재가 왜 잘못된 것인가. 더 잘살 수 있으면 왕정도 상관없다" 등의 '여성비하', '독재찬양'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6일 이준석 대표는 페이스북에 선대위 출범식에서 연설한 김군의 영상을 공유하며 "우리 고3이 민주당 고3보다 우월할 것"이라고 썼다. 7일 민주당 홍서윤 청년선대위 대변인은 "민주당 고3은 다른 나라에 있는 고3인가"라며 "공당의 대표가 고3의 정치 소신마저 갈라치기 하지 말기 바란다"고 비핀했다. 이에 이준석 대표는 "우리 고3 당원 기 살려주는 게 왜 갈라치기인가"라며 "우리는 참여하고 경쟁할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이고 민주당은 그냥 자리를 주는 방식이다. 어떤 방법을 젊은세대가 선호하고 공정하다고 여기는지 붙어보자"고 말했다.

한편, 윤 후보 선대위 출범식은 '반문'으로 점철되었을 뿐 비전제시가 없다는 언론 평가가 지배적이다. 7일 한겨레는 사설에서 "윤 후보와 국민의힘은 '반문재인'을 부르짖고 '반이재명' 공세를 펴는 데 온 힘을 쏟았을 뿐, 많은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민생 비전과 정책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는 못한 게 사실"이라고 했다. 서울신문은 사설에서 "유권자를 향해 윤 후보가 외친 메시지는 'ABM(Anything but Moon·문재인 정부 정책만 아니면 된다)뿐"이라고 촌평했다.

같은 날 중앙일보는 사설 <윤석열, '자리 사냥꾼' 정리하고 비전 제시하길>에서 "선대위 안팎에는 과거 정권에 몸담았던 이들과 정파를 옮겨 다니며 승리의 떡고물을 노려온 구태 정치인이 몰려든다고 한다"고 썼다. 동아일보는 사설 <한 달 허송하고 출범한 尹선대위, 이젠 뭔가 내놔야 한다>에서 "그동안 무엇 때문에 선대위 갈등이 벌어졌고, 뭐가 해소됐는지도 불분명하다. 국민만 우롱당한 느낌"이라며 "문제는 윤 후보가 지난 한 달을 선대위 문제에 매달려 허송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윤 후보 주변에선 반문 깃발만 펄럭였을 분 구체적인 국정 비전이나 정책 공약은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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