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에 이어 프로야구에서도 승부 조작 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습니다. 프로배구의 승부 조작 브로커가 검거된 뒤 수사 과정에서의 진술을 통해 불거진 프로야구의 승부 조작 의혹은 특정 구단과 선수의 이름이 네티즌 사이에서 오르내릴 정도가 되었습니다.

의심을 받는 해당 구단은 단장이 해외 전지 훈련지로 급파되어 선수를 만나 면담한 후 보도 자료를 통해 승부 조작 연루를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프로축구에서도 혐의 선수가 기자 회견을 통해 승부 조작을 강하게 부인했으나, 혐의가 사실로 드러났던 전례를 감안하면 사태의 향방은 짐작할 수 없습니다. 구단의 공식 부인에도 불구하고 언론까지 나서 선수의 실명을 거론하고 있습니다.

현재 8개 구단 1군 선수들이 모두 해외 전지훈련 중임을 감안하면 전지훈련을 마치고 귀국하는 시점에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시범 경기는 물론 페넌트 레이스를 한창 치르는 와중에 선수들이 줄줄이 소환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프로야구 승부조작 의혹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08년 LG 김재박 감독은 ‘선수 간 은밀한 사인 거래’ 의혹을 제기해 KBO가 나서 발언의 진의를 조사한 바 있으며 2009년에는 은퇴 선수 마해영이 자신의 저서에서 ‘사인을 알려주는 어두운 뒷거래’가 존재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야구계에서는 야구는 복잡한 스포츠이기에 승부 조작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아왔습니다. 그러나 ‘1회 첫 번째 볼넷’과 같은 구체적인 혐의 내용이 불거지자 프로야구 승부 조작 의혹은 들불처럼 번지고 있으며 팬들은 언론 속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 승부 조작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며 프로야구는 출범 이후 최대 위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사진은 본문 내용과 무관합니다.

따지고 보면 1군에 8개 구단밖에 존재하지 않으며 소속 구단과 상관없이 지역 및 출신 학교를 통해 선후배 관계로 친목이 다져진 비좁은 야구판에서 승부 조작은 전혀 불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많은 이들이 가담해야 하는 경기의 승패와 달리 볼넷과 같이 경기 중 발생하는 일상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브로커가 선발 투수에 접근해 유혹하면 상대적으로 조작이 용이한 것이 사실입니다. 따라서 승부 조작이 있었다면 특정 구단, 특정 선수에 국한되지 않고 광범위하게 만연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승부 조작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프로야구는 31년 역사 상 최대 위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2004년 8개 구단 50여 명의 선수들이 브로커를 통해 불법적으로 병역을 면제받으려 한 병역 비리가 프로야구 출범 이후 최대 오점을 남긴 사건이었습니다.

병역 비리는 야구장 밖에서 벌어진 사건이었으나 승부 조작은 관중석과 TV를 통해 무수한 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행되었다는 점에서 병역 비리보다 더욱 심각합니다. ‘승리를 위해 정정당당히 최선을 다 한다’는 스포츠의 기본 정신에 정면으로 위배하는 만행이며 시간, 비용, 열정을 들여 응원하는 야구팬들을 모독하는 사건입니다. ‘어린이에게 꿈을’이라는 슬로건을 앞세운 1982년 프로야구 출범 당시의 슬로건이 낯 뜨거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해외파 선수들의 국내 복귀로 올 시즌 700만 관중을 목표로 한 KBO이지만 흥행 악재는 물론 제10구단 창단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KBO는 각 구단과 함께 승부 조작이 있었는지 적극적으로 나서서 조사해야 합니다.

만에 하나 승부 조작 관련자의 혐의가 밝혀질 경우 적당한 선에서 꼬리를 자르는 봉합에 급급해서는 안 됩니다. 유명세나 성적과는 무관하게 프로와 아마를 통틀어 야구계에 다시는 발을 들여놓을 수 없도록 원천 봉쇄하는 영구 퇴출 조치를 밟아 재발 방지를 위해 일벌백계해야 합니다. 승부 조작 사건 이후 구단 해체와 인기 폭락을 거쳐 야구 수준마저 추락한 대만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할 것입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