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MBC가 MB氏의 MBC로 전락했고, 이대로는 더 이상 안 된다'는 절박함에서 시작된 MBC노동조합의 총파업에 MBC 보도국 고참 기자들도 속속 참여하고 나섰다.

14일 MBC노조에 따르면, 입사 25년차의 한 논설위원은 "후배들의 파업 대의를 지지한다"며 황헌 논설위원실장에게 파업 참여 의사를 밝히고 조합원 자격으로 파업에 동참했다. 또 다른 논설위원 두어 명도 같은 행보를 취할 예정이며, 80년대에 입사한 보도국 고참 기자 8~9명 역시 조만간 파업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전해졌다.

▲ MBC 노동조합이 1월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 로비에서 열린 총파업 출정식에서 대국민 사과문 발표 후 국민들에 사죄의 인사를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유용석 기자

입사 20년차 이상의 선배 기자들을 후배들의 파업 현장으로 끌어당긴 힘은 무엇이었을까.

최근 MBC노조 총파업에 동참한 한 MBC 고참 기자는 15일 <미디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도 능력도 없이 비열한 꼼수만 부리고 있는 경영진" 때문에 "선배로서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우리 사회에 상식이 살아있다면 후배들의 힘만으로도 문제가 해결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회사가 <제대로 뉴스데스크> 참여 기자에게 경위서를 요구한다든지, 아나운서를 징계하려고 한다든지 등의 행태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회사가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 아니겠느냐.

후배들이 김재철 사장의 출근을 저지하는 것도 아닌데, 사장은 출근 자체를 안하고 있다. 큰 문제다. 집에 불이 났는데 정작 가장은 불 끌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선배로서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MBC 사측이 '1년 계약직 전문기자'를 채용하겠다고 공고한 것 역시 도화선이 됐다.

"계약직 기자 채용도 (고참 사원들이) 분개하는 이유 중 하나다. 비정규직 증가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비판해야 하는 언론사가, 그것도 공영방송이 도리어 기자를 비정규직으로 뽑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

젊은 청춘을 '파업 방패막이의 소모품'으로 사용하겠다는 것 아닌가. 정의에 반하는 행태로서, 비판받아 마땅하다. 현재의 경영진은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도, 능력도 없이 비열한 꼼수만 부리고 있다."

그는 "입사한 지 20년 넘는 간부들이라고 해서, 후배들의 지적에 동의를 안하는 게 아니다. 저 뿐만 아니라 많은 고참 기자들이 후배들의 생각에 동의하고 있다"며 "진작부터 생각은 같이 해왔으나 다만 행동이 늦었던 것은, 최소한 회사가 운영되기는 해야 하기 때문에 물러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회사는 '회유'와 '협박'으로만 일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암 초기부터 병원에 입원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 1기, 2기, 3기를 지나면서 '도저히 안되겠다'는 절박함에서 후배들이 나서게 됐는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입사한 지 20년을 넘게 되면, 패기도 좀 부족해지고 생각도 보수적으로 되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파업에 참여하게 된 것은 그만큼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5년 전, 10년 전과 달리 회사측이 기자들의 문제제기를 전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소통이 완전히 막혔다"고 탄식하며, "MBC 뿐만 아니라 KBS도 언론인으로서 공분을 표출하며 집단 행동에 나서게 됐는데, 공정방송을 요구하는 파업은 정치파업이 결코 아니다. 앞으로 더 많은 MBC 고참 사원들이 파업 행렬에 동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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