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 출신 스트라이커 루이스 수아레즈(리버풀)를 둘러싼 파문이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경기도중 흑인 선수 파트리스 에브라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해 8경기 출장정지를 당했던 수아레즈는 징계가 풀린 뒤 처음 만난 에브라가 건넨 악수를 거부해 또 한 번 이슈의 중심에 섰습니다. 악수 거부 문제 뿐 아니라 경기 내내 신경질적인 모습을 보였던 수아레즈에 대한 팬들의 반응은 좋지 않았고, 급기야 수아레즈의 소속팀 리버풀의 후원사조차 크게 실망했다는 반응을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이에 따라 향후 수아레즈의 거취가 어떻게 갈릴지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번 일로 수아레즈는 축구계의 악동으로 떠올랐습니다.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문제를 일으킨 선수를 두고 악동이라 칭하는데 수아레즈는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이 악동 이미지로 많은 이들을 실망시켰습니다. 이번 인종차별 문제 외에도 수아레즈는 경기 도중 상대 서포터에게 손가락 욕설을 퍼부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한국팬들에게는 남아공월드컵 16강전 결승골을 넣은 선수로 '얄미운 선수' 이미지가 강한데 긍정적인 쪽으로 이미지를 바꾸기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축구계에 '악동' 이미지가 강한 선수들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경기 중에 비신사적인 행위를 하는 선수뿐 아니라 경기 외적으로 문제를 일으켜 악동 이미지를 굳힌 선수들이 많아졌습니다. 문제는 몇몇 선수들이 이러한 악동 이미지를 즐기는 듯한(?) 모양새도 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 루이스 수아레즈 ⓒ연합뉴스
가장 센 트러블 메이커, 마리오 발로텔리

현대 축구에서 가장 유명한 악동 선수를 꼽으라면 바로 맨체스터 시티에서 뛰고 있는 마리오 발로텔리입니다. 툭 하면 사고가 일어날 정도로 발로텔리는 '트러블 메이커'로서의 명성(?)을 떨치고 있습니다. 최근에도 경기 중에 축구화로 상대 선수를 가격해 출장 정치 처분을 받았던 발로텔리의 '기행'은 이미 많은 축구팬들에 잘 알려져 있습니다.

팀동료와 수차례 싸우는 것은 기본이고, 불법 주차로 수만 파운드의 벌금을 물어내기도 했습니다. 또 집에서 폭죽을 터트리다 화재를 내기도 했고, 유소년 선수들을 향해 장난으로 다트를 던지기도 했습니다. 많은 문제를 일으켜 사생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정작 본인은 억울하다면서 "Why always me?(왜 나만 갖고 그래?)"라는 문구를 새긴 티셔츠로 항의하는 퍼포먼스를 경기 중에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몇 개월, 몇 년 사이에 일으킨 그의 여러 가지 '트러블' 때문에 발로텔리는 세계 최고의 악동(?)으로 찍혔습니다.

EPL의 유명한 악동들

최근 잉글랜드 축구의 핫이슈로 급부상한 존 테리 역시 인종차별 발언 뿐 아니라 전 동료의 여자친구와의 불륜설 등으로 '악동'이 됐습니다. 그라운드에서 성실한 플레이를 하는 선수일 줄만 알았던 테리는 최근 몇 년 사이에 불거져나온 여러 문제들 때문에 '악동 이미지'로 제대로 찍힌 케이스로 꼽히고 있습니다.

또 크레이그 벨라미, 조이 바튼도 프리미어리그에서 유명한 악동들입니다. 이들은 잦은 폭행, 말다툼 등으로 잇따라 구설수에 올랐던 선수들입니다. 바튼 같은 경우, 트위터에 팀 단장을 비난하는 글을 올려 방출된 전력도 있습니다. 그밖에 한동안 악동 이미지가 강했던 웨인 루니 역시 경기 도중 불같은 성격에 따른 잦은 기행, 섹스 스캔들 등 사생활 문제로 자주 문제를 일으켰고, 동료 라이언 긱스 역시 최근 불륜 스캔들 때문에 그동안에 쌓아왔던 이미지가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감독, 구단에 대한 항명 때문에 현재 뛰지 못하고 있는 맨체스터 시티 카를로스 테베즈도 잦은 문제로 악동 이미지가 강한 선수로 꼽힙니다.

기행, 폭행, 말다툼...유명한 악동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를 넘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봐도 악동 기질을 가진 선수들은 많습니다. 현재 브라질 코린티안스에서 뛰고 있는 아드리아누는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선수입니다. 최근에도 그는 총기 사건과 연루돼 문제가 됐던 아드리아누는 잇따른 문제로 악동 기질을 전혀 벗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건강 문제 때문에 뛰지 못하고 있지만 갖은 스캔들과 언행 문제 등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AC 밀란 안토니오 카사노도 대표적인 악동이며, 얼마 전 리오넬 메시의 손을 경기 중에 교묘하게 밟아 논란을 일으킨 레알 마드리드 페페도 있습니다. 레알 마드리드의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잦은 스캔들 문제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적이 많았으며, 교묘한 반칙과 언어 폭행 등으로 논란을 일으킨 마르코 마테라치도 대표적인 악동 선수입니다.

팬들의 뇌리에 깊이 각인된 행동 때문에 악동 이미지가 강해진 경우도 많았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1986년 멕시코월드컵 준결승전에서 '신의손' 사건을 일으켰던 디에고 마라도나부터 시작해 관중을 향해 쿵푸킥을 날린 에릭 칸토나, 자신을 비난한 상대 선수를 향해 침을 뱉은 프란체스코 토티, 박치기를 한 지네딘 지단 등이 그랬습니다. 지단 같은 경우, 지난 2007년 미국 스포츠전문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에서 축구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순위로 '스포츠계 악동 20'에 뽑히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습니다.

결코 좋을 것 하나 없는 악동 양산, 생각해볼 필요 있다

물론 이런 악동 이미지가 축구계에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양산하는 점에서 완전하게 나쁘다고 볼 수는 없는 게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악동 선수가 많아져 좋을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축구, 스포츠는 엄연히 페어플레이(Fair Play)를 기반으로 이뤄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 축구를 통해 꿈과 희망을 얻고자 하는 사회적 약자들, 그리고 어린이들을 위해서라도 좋지 않습니다. 특히 인종차별과 같은 문제는 아주 심각한 부분입니다.

팬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트러블 메이커' 역할은 자신 뿐 아니라 축구를 욕되게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수아레즈 논란을 보면서 축구계 뿐 아니라 스포츠 윤리에 대한 부분을 좀 더 깊게 생각해봐야 하는 계기가 마련돼야 할 것입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창하는 "게임의 선(善)을 위하여(For the good of the game)"라는 모토를 지속적으로 지키기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대학생 스포츠 블로거입니다. 블로그 http://blog.daum.net/hallo-jihan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스포츠를 너무 좋아하고, 글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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