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1990년대까지만 해도 서점은 호황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온라인 서점이 활성화되면서 동네 책방은 물론 지역의 유명 서점까지도 문을 닫고 있다. 실제로 지역 서점은 2003년 3천5백여 곳에서 2019년 1천9백여 곳으로 감소했다.

지난 11월 21일 KBS 1TV <시사기획 창>은 ‘책방은 살아있다’ 편을 방송했다. 불광문고 폐업으로 시작한 이날 방송은 오프라인 서점의 위기 원인 진단과 함께 동네 책방들의 생존전략을 담았다. 취재 뒷이야기가 궁금해 ‘책방은 살아있다’ 편을 취재한 나신하 기자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나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책방은 살아있다’ 방송을 마친 소회가 어떠세요?

”항상 그렇지만 시원섭섭하고 시간이 좀 더 갖고 길게 만들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사실 서점은 단순히 서점 문제가 아니라 문화정책과 사람들의 인식, 사회문화적 수준 등이 굉장히 복잡하게 얽혀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50분 가량의 시간으론 부족한 거죠. 좀 더 깊이 다루려면 두세 편 만들어 우리 사회 문화 전반을 짚어볼 수 있는 영역까지 나갔으면 더 좋았을 거라 생각해요. 물론 53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이 서점이라는 주제에 할당된 것만 해도 감사하지만요.“

KBS1TV <시사기획 창> ‘책방은 살아있다’ 편

‘책방은 살아있다’ 편은 동네 서점에 관한 내용인데 어떻게 취재하게 되었는지요?

“계기는 아마 9월 초인가요. 은평구에 있는 불광문고 폐업 소식이 알려지고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문화적으로 굉장히 큰 문제란 생각을 했어요. 서점이 죽어 가는 나라는 문화선진국일 수가 없겠지요. 서점의 현재를 통해 책과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사회 인식을 점검해본다면 좋겠다 싶었죠.”

서점 자주 가세요?

“저는 좀 특수한 경우예요. 서점을 이틀에 한 번씩은 가요. 서점 근처에 지나가면서는 항상 들르는 편이에요.”

요즘엔 굳이 서점에 안 가도 책을 구입할 수 있는데 이틀에 한 번씩 가는 이유가 있을까요?

“인터넷에 지식이 다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어떤 형태로든 누군가의 가공과 추천을 통해서 저희한테 전달되거든요. 어떤 책이 필요하다는 걸 정확하게 알고 있으면 서점에 갈 필요가 없겠죠. 근데 대부분은 사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르고 살죠. 인터넷을 통해 책을 모두 다 훑어볼 수는 없어요. 리뷰나 책 소개 글을 통해서, 아니면 광고를 통해서죠. 제일 눈에 잘 띄는 것들은 대부분 누군가의 시야나 시각이 들어간 가공된 정보잖아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기 위해 직접 가서 여러 가지 책을 살펴봅니다. 직접 보는 것과 디지털화된 혹은 가공된 걸 보는 것은 굉장히 다르죠. 그리고 인터넷 공간에서 주어진 정보는 진실이 아니죠. 진실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는 힘을 기르려면 책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동네 책방과 대형 서점과의 차이도 있을까요?

“일부에선 오프라인 대형서점과 중소형 동네 서점을 대립관계로 보기도 하죠.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고요. 각자의 필요한 영역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대형서점이 동네 서점의 생존을 위협하는 단계까지 가면 굉장히 위험하지만, 그 접점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사회적으로 소형서점과 대형서점의 접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보고요. 하지만 교보문고 같은 대형서점도 온라인 판매 비율이 오프라인 판매 비율을 최근에 앞질렀을 거예요. 대형 오프라인 서점과 소형 오프라인 서점의 갈등 구조가 아니라, 지금은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이냐에 따라 시장 환경이 달라졌다고 인식하는 게 정확할 것 같아요.”

KBS1TV <시사기획 창> ‘책방은 살아있다’ 편 나신하 기자

그럼 취재는 어디부터 시작하셨는지요?

”대한민국의 최근 5년 이내, 2014년의 도서정가제 관련 법안이 강화되고 2015년 이후 도서 시장이 급변하는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 나온 서점 관련 주요 논문, 문헌 자료와 각종 통계를 일단 다 모았고요. 그다음에 서점인들이 낸 책들을 온라인으로 검색해보니 4, 50권 정도 되더라고요. 그래서 논문하고 각종 통계백서, 저서 등 5, 60편 정도의 문헌적인 연구를 진행했어요. 왜냐하면 현장도 물론 중요하지만 어떤 관점으로 접근하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문헌적으로 일단 이해를 하고 그다음에 거기에 적합한 상징적인 사례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1990년대까진 서점이 호황이었나봐요?

“호황이라고 빌딩 올리고 엄청나게 치부하고 이런 건 아니지만, 서점 내면 먹고사는 데 지장은 없었다면 호황이겠죠. 일부 돈 버신 분도 계시겠지만, 서점 하시는 분들이 원래 돈을 엄청 벌려고 하지는 않아요. 빚지지 않고 살 수 있으면 전 호황이라고 생각해요. 90년대 후반 IMF 무렵만 하더라도 서점을 낸다 그러면 굉장히 힘들지만 먹고 사는 데는 지장이 없는 단계였고, 그런 측면에서 호황이란 표현을 쓰는 건 틀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상황이 많이 바뀌었지요.”

온라인의 영향이겠죠?

“온라인 시장 영향력이 절대적이죠. 기자님은 책을 어디서 사세요? 온라인에서도 사시죠. 그게 이상한 게 아니라 보편적인 일이거든요. 싸잖아요. 5% 마일리지 적립에 카드 할인이 되는 경우도 있고요. 그러니 오프라인 서점들의 몰락은 필연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그렇다고 온라인 시장을 강하게 규제하고 통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요. 그 시장은 그 시장 나름대로 성장하겠지만 또 다른 시장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관점으로 접근해야죠.”

핸디캡을 줘야 하는 거 아닐까요?

“핸디캡을 한쪽에 주는 것과 약자한테 어드밴티지를 주는 방법이 있겠죠. 그 문제는 논의가 필요한 대목인데, 프랑스 사례에 관심을 가져야 될 것 같아요. 프랑스 같은 경우는 도서 무료배송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어떻게든 돈을 내야 돼요. 그러다 보니 있으나마나 한 배송료를 받고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걸 패널티로 보느냐, 다른 쪽에 대한 어드밴티지로 보느냐는 사회적 논의를 거쳐야겠죠. 우린 아직도 그 논의 단계까지 가지 않았고요.

그런데 지금 우리의 시장은 일방적으로 기울어져 있는데 페널티를 조금 준다고 온라인 시장이 영향을 받을까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기울어진 시장을 정상화시켜 주는 부분이 뭘까라는 고민을 해야겠죠. 저는 ‘완전 도서정가제’가 해답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문화산업은 페널티로 풀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지원은 하지만 간섭하지 않는 게 문화산업의 기본이거든요. 여러 가지 정치적인 관점이 들어갈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문화정책은 정교하고 예민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해요. 그러니까 어려운 것이고요.”

하지만 가격이 같더라도 온라인의 경우 배송이 되는데, 오프라인은 직접 가야 하니 오프라인 서점엔 어려운 거 아닌가요?

“같은 가격으로 팔더라도 온라인 시장이 당연히 더 편하죠. 그것까지 막을 수 없죠. 온라인 시장의 장점이 있잖아요. 책을 어디서 사는지도 중요하겠지만, 오프라인 동네 책방들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인식이 있으면 다르게 접근해야겠죠.

가령 내가 원하는 책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면 온라인에서 사면 돼요. 근데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찾아가는 과정으로 서점에 가거든요. ‘여행에 대한 서적을 직접 찾아보고 싶다’거나 ‘동물에 대한 서적이 궁금해’, ‘부동산 투기 근절 대책 좀 알고 싶어’ 등의 궁금증이 있을 때 인터넷에서 그걸 해소해 줄 수 없단 말이에요. 그럴 때 서점에서 여러 가지 책을 직접 보면서 원하는 책을 찾아볼 수 있겠죠. 오프라인 서점의 매력은 그런 데 있는 거거든요.

서점은 그런 여러 가지 오감을 활용한 총체적인 활동이 이루어지는 곳이라는 얘기죠. 그래서 지금도 비싼 줄 알면서도 서점에 가는 사람들이 있고요. 전 서점이란 공간 이용료라고 생각하면 정가대로 주는 게 전혀 아깝지 않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문화 공간을 우리가 체험하는 거잖아요. 그리고 서점 주인한테 ‘이런 책은 어떤 게 좋아요’라고 물어서 추천받았을 때 그건 내가 어쨌든 얻은 거잖아요. 그럼 당연히 대가를 지불해야겠죠.”

KBS1TV <시사기획 창> ‘책방은 살아있다’ 편

방송 보니 독립서점이 나오던데, 그건 뭐죠?

“법적으로 규정되어 있지는 않은데요. 통상적인 전통 서점은 교과서, 참고서 그리고 여러 가지 베스트셀러 단행본들이 다 종류별로 다 들어가 있는 서점이겠죠. 동네 책방은 2015년부터 독립서점 개념이 존재하기 시작했는데요. 기존의 종합 서점이 아니라, 어떤 특정 영역이나 특정 방식대로 자신들의 독특한 영업 방법을 찾아가는 서점들이에요.

작은 책방에서 문학이면 문학, 혹은 서점주가 선별한 책들로 특정 영역에 집중하고요. 이를테면 술을 팔기도 하고 커피 파는 데도 많고, 여러 가지 형태의 이벤트라든가 문화행사도 기획하는 새로운 형태의 서점이라고 보시면 돼요. 협의로 좁혀놓고 보면, 독립출판물이라고 출판사를 거치지 않고 개인들이 자비출판 형태로 책을 내요. 그런 출판물을 취급하는 책방을 독립책방이라고들 해요.”

책방에서 다양한 문화생활이 이뤄지나 봅니다.

“코로나 사태 전후로 바뀌는데요. 코로나 사태 전만 하더라도 지역 서점에서 문화행사를 하면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왔어요. 그리고 유명작가나 저자들이 와서 강연도 하고 대화도 하는 행사들이 굉장히 활성화되어 있었어요.

그런데 잘 모를 수도 있어요. 기자들이 기사 안 쓰니 일반인들은 잘 모르죠. 기자들이 문화 영역은 기사를 잘 안 씁니다. 밑바닥에 흐르는 여러 가지 문화적인 변화라든가 물결을 간과하고 있죠. 대형 매체를 비롯한 매스미디어들이 그 부분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서점이 진행하는 다양한 문화 활동들, 거기에 모이는 사람들의 관심사에 대해서 기자들부터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KBS1TV <시사기획 창> ‘책방은 살아있다’ 편

코로나19 상황에서 동네 서점은 지원도 못 받았나 봐요?

“최근에 어떻게 됐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여러 가지 후속대책이 나오겠지만, 5차인가요? 재난지원금에선 배제됐죠. 전체적인 산업 측면에서 보니 매출이 늘었어요. 코로나 때문에 실외 활동이 어려워지니 집에서 책을 많이 주문해서 읽으셨죠. 통계청 통계 보면, 작년에 매출액이 온라인 거래액으로 30% 이상 늘었을 거예요. 하지만 그렇다고 서점들이 다 좋아진 건 아니잖아요.

그러면 오프라인 서점에 대한 배려가 왜 없었을까요? 그만큼 관심이 없다는 거죠. 왜냐면 알려지지 않으니 공무원들도 관심을 가질 수 없었겠지요. 자영업자, 요식업소들, 유흥산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코로나 사태로 직격탄을 맞아서 굉장히 힘들었어요. 그분들의 목소리는 언론에서 많이 보도됐습니다. 하지만 기자들이 서점들의 어려움을 외면한 부분은 반성부터 시작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정부는 완벽하지 않거든요. 그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라고 매스미디어가 존재하는 건데, 매스미디어는 요식업소나 유흥업소의 어려움은 부각시켰지만 정작 중요한 문화산업의 가장 기본이 되는 서점업계 종사자들에 대한 어려움은 관심이 없으니까 간과했죠.”

취재하며 느낀 게 있으시다면?

“먹고사는 일, 중요합니다. 하지만 먹고사는 문제와 돈을 많이 버는 문제는 다른 문제예요. 그런데 사회는 돈 많이 벌고 남을 밟고 올라서는 데에 열광하죠. 매스미디어는 그런 존재들에게 갈채를 보내고요. 하지만 그건 선진국의 모습이 아니죠. 진정한 선진국은 문화선진국이죠. 문화는 영혼이거든요. 돈은 필수조건이지만 돈만으로 행복해질 수 없잖아요. 그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는 것,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게 문화이고 그런 영역에 대한 관심이 더 커져야 합니다.

언론은 사회의 부정적인 뉴스들을 전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기회를 촉진하는 역할을 해야겠죠. 마찬가지로 사회가 긍정적이고 따뜻하고 아름답고 살만한 세상으로 갈 수 있게, 이웃을 돌아볼 수 있고 힘든 사람 손을 잡아 줄 수 있는 부분이요. 그건 돈이 아니라 문화의 힘이에요. 문화적 소양인만이 할 수 있죠. 그런 부분에 대한 관심이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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