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김현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부위원장이 SBS의 재허가 조건 이행실적을 면밀히 검토해 행정조치 수위를 보고하라고 방통위 사무처에 주문했다. 방통위 사무처는 SBS에 대한 '행정지도'안을 보고했지만, 김 부위원장은 무단협 사태로 파업을 목전에 둔 SBS에 행정지도와 같은 약한 처분을 내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방통위 사무처는 1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지상파사업자 재허가 조건·권고사항에 대한 2020년도 이행실적 점검결과'를 보고했다. 사무처는 총 49개 지상파방송사에 부과된 443건의 허가조건 중 439건이 이행되었고 4건이 이행되지 않았다(이행률 99.1%)고 밝혔다.

방통위 사무처는 SBS 재허가 조건 이행 여부와 관련해 최다액 출자자 투자 등 SBS 경쟁력 제고를 위한 '미래발전계획'의 구체성이 부족해 이를 보완하도록 행정지도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재승인 조건 상 SBS '미래발전계획'은 종사자 대표와의 협의를 통해 마련돼야 한다.

김현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김현 부위원장은 사무처의 이행실적 점검이 SBS의 현 상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사무처의 '행정지도' 의견을 비판했다. 김 부위원장은 "경영진 측에서 노조 사외이사를 없애고, 올해 사장임명동의제 없애고, 단체협약 파기했다. 이것은 '미래발전계획'을 노사가 협의해 마련하라는 조건에 포함되는 것 아닌가"라며 "SBS 종사자 측에서는 무단협 상태로 '미래발전계획'에 대한 합의가 안 됐다고 얘기한다"고 지적했다.

김현 부위원장은 "(사무처가)SBS 경영진 자료에만 입각해 행정지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SBS 시청자위원회가 의견서를 제출하고, 노조는 파업에 돌입하겠다는 언론보도가 나오는 상황에서 SBS 문제를 일반 방송사 조건이행 문제로 보고 안일하게 판단한 것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방통위 사무처는 이번 이행실적 점검 기간이 2020년도에 한정된 것이란 점을 강조했다. 사무처는 "기간이 있는 내용은 자료를 상반기까지 제출받아 분석해 하반기에 보고하는 형태"라며 "이행실적 점검이 미진하다는 말씀에 2020년도 보고라는 점을 말씀 드린다. 실무적 판단에서 이행실적은 내년에 들어가서 판단하거나 개별적 판단을 할 수 있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2020년까지의 계획서이기 때문에 현재 벌어지는 일에 대해 방통위가 내년에 보고받겠다고 하면 시의성, 현실성, 적절성에 문제가 있다"며 "2017년부터 올해까지의 SBS 상황을 행정지도 조치 정도로만 보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종사자 문제제기는 눈과 귀를 닫고 안보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질타했다. 그는 사무처에 추후 지상파 재허가 조건 이행실적과 관련한 의결안 보고 시 SBS 문제의 심각성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안을 제출해달라고 주문했다.

지난달 23일 서울 목동 SBS 본사 1층 로비에서 열린 '2차 총결집의 날' 현장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SBS 노사는 지난 2017년 방송사 최초로 '사장 임명동의제'를 도입하고 이를 단체협약에 명시했다. 당시 SBS 대주주의 보도통제 의혹, SBS를 이용한 광명 역세권 개발사업 로비 의혹 등이 불거지자 윤세영 SBS 회장은 소유·경영 분리를 선언하며 회장직에서 사퇴했고, SBS는 임명동의제를 도입하게 됐다. SBS 노사 합의문에는 '방통위 재허가 심사위원회에 제출해 성실한 이행을 사회적으로 약속하고 보증한다'는 문구가 적시돼 있다. 당시 윤석민 SBS 미디어홀딩스 부회장(현 태영그룹 회장)이 합의문에 서명했다.

지난해 6월 방통위는 SBS미디어홀딩스의 최다액출자자 변경 건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의결했다. 태영건설이 '태영건설'(건설사업)과 'TY홀딩스'(환경·레저·방송사업) 분할 상장을 공시한 데 따른 방통위 심사 결과다. 당시 방통위는 ▲방송의 소유경영 분리 원칙 준수 ▲SBS의 재무건전성 부실을 초래하거나 미래 가치를 훼손하지 않도록 SBS 자회사·SBS미디어홀딩스 자회사 개편 등 경영 계획 마련 ▲공정거래법 위반 사항 해소 ▲법인 신설에 따른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공익성 제고 방안 마련 ▲이행각서의 성실한 이행 등을 조건으로 부과했다. 특히 방통위는 '경영계획 수립 시 SBS 종사자 대표와 성실하게 협의하라'고 주문했다.

이후 TY홀딩스 출범과 함께 소유·경영분리 훼손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방통위는 지난해 12월 재허가 심사 합격 기준점수에 미달한 SBS에 3년 조건부 재허가를 의결했다. 주요 조건은 'TY홀딩스는 SBS 지배구조 개편과정에서 SBS의 재무건전성 부실을 초래하거나 미래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SBS 및 SBS 종사자 대표와 함께 지배구조 개편계획, 지주회사의 투자계획을 성실히 협의하고 그 결과를 방통위에 제출할 것', 'SBS는 2017년 노사합의문 중 사외이사 관련 합의사항을 성실히 이행하고 현황을 제출할 것' 등이다.

그러나 올해 초부터 SBS 경영진은 노조에 임명동의제 폐지를 요구했고, 결국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했다. SBS는 지난 10월부터 무단협 상태에 돌입했다. 지난달 29일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와 SBS A&T지부는 임명동의제 파기를 저지하기 위한 파업 찬반투표를 가결시켰다(투표율 91.4%, 찬성 86.6%). SBS 구성원들은 2일 오후 파업결의대회를 열고 구체적 파업시기와 방법을 밝힐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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