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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캠프 윤종신, 깐죽 뒤에 숨겨진 2등의 지혜[블로그와] 탁발의 티비 읽기
탁발 | 승인 2012.02.14 11:54

인간은 누구나 일등이기를 바란다. 그 바람이 없어도 곤란하지만 너무 강해도 또 곤란하다. 일등에 대한 집착이 어떤 재앙을 가져왔는지를 보여주는 영화가 있었다. 모차르트와 살리에르의 관계를 그린 아마데우스는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몇 번은 봤을 명화이다. 사적으로 처음 볼 때는 2등의 질투에 질식해버린 천재 모차르트에 대한 안타까움에 울어야 했고, 두 번째 볼 때는 살리에르에게서 죽어도 1등이 될 수 없는 범인의 고통이 보여 눈물지어야 했다.
 
힐링캠프가 의외의 캐스팅을 했다. 윤종신은 자신이 혼자서 토크쇼의 게스트가 된 것이 처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살리에르에 비교하는 솔직한 모습을 보였다. 자신은 천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토크쇼는 1등을 위한 자리이다. 그래야만 시청자도 볼 맛이 난다. 시류에 따라 1등은 무수한 변화를 보인다. 무명의 한 개그맨이 정치인의 객기 어린 고소로 일약 1등이 되기도 한다.

   
 
윤종신은 꽤나 유명한 연예인이지만 데뷔 후 단 한 번도 1등을 해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능에서 자리를 굳혔으며, 슈퍼스타K에서는 이승철과 함께 부동의 심사위원으로 자리를 잡았다. 아무도 윤종신에게 대세라는 말을 붙이지는 않지만 그는 은근히 방송계 대세쯤 되고도 남을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더니 결국 토크쇼의 단독 게스트가 될 정도로 존재감이 커졌다. 그렇지만 그는 스스로 여전히 2등임을 강조한다.

사실이기는 하지만 겸손한 모습이며, 지혜로운 모습이다. 1등이 되지 못해 평생을 질투와 열등감의 지옥에 빠졌던 살리에르에 비한다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실용적이다. 정평이 난 똑 부러지는 발음만큼이나 잘 정돈된 윤종신의 2등 삶은 그래서 본받을 바가 많지만 딱히 화제가 될 일도 없다. 토크쇼 특히 힐링캠프에 나와서도 굳이 시청자 눈물샘을 자극할 만한 이야기가 없다. 하지 않을 것일 수도 있다.

물론 윤종신도 처음부터 2등에 안주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음악제작자로 나서 처음 잘 나가던 때 모은 재산을 모두 탕진하게 됐다. 그럴 정도로 망하게 된 이유는 무리한 때문이고, 무리하게 되는 것은 성공에 대한 강한 집착 때문이다. 가수로서 나름 인기는 있지만 1등이 되지 못한 윤종신의 콤플렉스가 만든 혹독한 교훈이었다. 그 교훈을 통해서 윤종신은 2등이어도 좋은 존재의 이유를 찾은 것 같았다.

   
 
천재가 되진 못하지만, 그 천재에게 꼭 필요한 관리자가 되겠다는 것이다. 그것이 2등 윤종신을 살리에르가 아닌 지금껏 우리에게 친근한 뮤지션이자 예능인 깐죽 윤종신을 만든 원동력이었다. 자기 분수를 아는 지혜로 열등감을 극복한 윤종신은 그래서 반쯤 해탈한 사람처럼 자신을 도발하는 많은 이야기들을 아주 능숙하게 받아넘길 줄 안다.

힐링캠프에 나와서도 이경규와 한혜진의 독한 말들을 오히려 한술 더 떠서 받아쳤다. 표정을 읽기가 매우 어렵다는 느낌을 주는 그의 표정에서 문득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란 시가 떠올랐다. 토크쇼에 나와서 어느 한 부분은 그래도 자신이 최고라고 한들 굳이 흠이 될 일이 없건만 굳이 2등을 자처하는 작은 모습에서 가을 서리를 이기고 핀 국화를 보게 된다. 어찌 여자만 꽃이 될 수 있겠는가.

좀 수다스럽고, 촐싹대는 면도 있지만 그런 외형의 모습과 달리 2등이지만 많은 단명한 1등들도 견디지 못한 연예계에서 롱런하고 있는 윤종신에게는 그만의 향기가 느껴진다. 윤종신의 힐링캠프는 세상 수많은 2등이 1등과 함께 살아간다는 지극히 당연한 지혜를 준 점은 칭찬할 만하다. 2등은 패배자가 아니라 훌륭한 경쟁자라는 것을 아는 일은 평범하지만 그 실천은 천재가 되는 일만큼이나 어렵기 때문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탁발  treeinu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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