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광화문 방통위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사퇴의사를 밝힌 후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은 받기만 한 게 아니라 주기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의 2011년 업무추진비가 공개됐다. 그는 지난해 한 해 동안 1억 1천만 원의 업무추진비를 사용했다. 우선 많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지만 접어두는 게 쿨하게 보일 수 있다는 생각이 뒤따른다. MB의 전천후 요격기에게 업무추진비 1억 원이 무슨 대수였겠는가?

많고 적음의 문제라기보다는 적재적소에 사용했는가를 따져보는 게 그들이 말하는 경쟁시대, 글로벌시대에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쉽지 않은 문제다. 교묘하게 피해갔기 때문이다. 자세한 설명은 미디어스 기사로 대신한다.

그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대단한 체력의 소유자였다. 그는 지난해 거의 매일 외부에서 내부 직원들과 간담회를 열고 관련비용을 업무추진비로 처리했다. 외부 전문가와는 하루걸러 한 번 꼴로 간담회 자리를 만들었다. 여기서 말하는 간담회란 차 마시고 커피 마시는 자리가 아니라 주로 밥과 안주, 술이 제공되는 자리쯤 된다.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은 지난해 8일에 한 번 꼴로 기자와 간담회를 진행했다고 한다. 애매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기자도 최 전 위원장에게 식구는 아니고 '식구쯤'은 됐다. '식구쯤' 이 외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식구란 한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이나 한 조직에 속해 함께 일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방통위 내부 직원은 최 전 위원장과 조직이 같아 식구로 규정해도 뭐라고 하지 않을 듯싶다. 게다가 매일 외부에서 같이 자리를 했다고 하니 식구가 맞다. 물론 방통위 전체 직원에 해당되는 규정은 아니다. 아마 고위직의 몇몇일 것이다.

내부 직원 간담회라는 게 업무추진비 전용을 위한 핑계일 수도 있다. 하지만 혹자에 따라 MB 정부의 멘토라는 분이 그깟 돈 몇 푼 때문에 업무추진비 전용에 나섰겠냐는 의문을 던질 수 있어 전용설은 일단 접도록 한다.

최 전 위원장이 8일에 한 번 꼴로 같은 기자와 간담회를 했다고 믿지는 않는다. 특정한 같은 기자는 적어도 아닐 게다. 기자 일반이다. 이 대목에서도 업무추진비 전용을 위한 기자 간담회설은 접도록 한다. 또한 최 전 위원장이 기자들을 직접 챙길 요량이었다면 방통위 대변인실은 왜 뒀는지 모르겠다는 의문도 접기로 한다.

지난해 하루걸러 한 번 꼴로 했다는 외부 전문가 간담회는 횟수는 많으나 참여 대상의 스펙트럼이 넓어 최 전 위원장의 식구로 계산하기에는 함량이 떨어진다.

그렇다면 외부 전문가 간담회보다는 횟수는 적으나 참여 대상의 스펙트럼이 작을 기자들은 최시중 전 위원장에게 식구였을까? 간담회를 같이한 기자들에게 최 전 위원장은 취재원이라기보다는 식사 자리에 불러준 힘 있는 어르신이었을까?

애매한 문제이지만 둘 다일 가능성이 높다는 데 한 표 던진다. 결과적으로 그렇다는 얘기다.

흔히 기자는 힘 있는 사람들이 불러준 자리는 마다하지 않는다. 가까운 자리에서 듣고 따져볼 게 많아서다. 더구나 불러준 이가 최시중 전 위원장이라면 특별한 사정을 제쳐두고서라도 갔을 것이다. 시간, 장소, 상황을 불문하는 취재 때문이다. 더구나 기자간담회라는 명목까지 달았다.

그러나 취재하러 간 것인지, 결과를 따져보자. 식구쯤 되지 않았는가? 기자 일반이 답해야 할 문제다. 요즘 건달이 되지 못한 반달을 그린 한 영화가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참에 기자 일반이 최시중 전 위원장의 식구는 못 돼도 '식구쯤'은 됐던 것은 아닌지 따져봤으면 한다. 기자가 사회의 불을 밝힌 것보다 해악을 끼쳤던 게 많았다는 주장이 타당하게 들리는 상황이다.

걱정돼 한마디 덧붙인다. 지난해 최시중 전 위원장이 쓴 업무추진비가 많다는 것을 지적하기 위해 장황설을 늘어놓은 게 아니다. 오히려 쓸 곳에 제대로 썼다면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이번 최시중 업무추진비 건으로 금액을 줄이기 위해 매진할 게 아니라 적재적소에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개 같이 벌어 정승같이 쓰라는 옛말이 있는 데 국민의 세금으로 이게 무슨 짓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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