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타선의 약점은 좌타자 편중, 거포 4번 타자 부재, 테이블 세터 취약, 도루 능력 부족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하위 타선 역시 허약합니다.
하위 타선은 수비 부담이 많아 타율이 떨어지는 포수, 2루수, 유격수 등 센터 라인의 선수들로 구성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타율이 떨어지는 만큼 하위 타선의 타자는 상대 투수로 하여금 많은 투구를 하도록 괴롭히는 선구안을 지니며 희생타와 진루타 등 팀 배팅에 능해야 합니다. 하위 타선이 돌아오는 이닝에서 무사 혹은 1사에 출루가 이루어지면 진루타로 득점권인 2루에 안착시키고 상위 타선의 적시타로 1점을 뽑는 짜임새 있는 공격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소위 ‘쉬어가는 타순’이 되어 상대를 전혀 괴롭힐 수 없는 하위 타선을 지닌 팀은 중위권을 바라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LG의 하위 타선을 구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센터 라인의 야수들 중에는 선구안이 뛰어난 선수를 꼽기 어렵습니다. 키스톤으로 기용되던 박경수가 그나마 선구안이 좋았으나 공익 근무 요원으로 입대했습니다. 유격수로는 오지환의 주전 기용이 유력시되며 포수 요원으로는 딱히 주전감을 꼽기 어렵지만 유격수와 포수에서 0.250 이상의 타율을 기록하는 타자가 나올지 의문입니다.
선구안과 팀 배팅에 취약한 것은 하위 타선의 타자들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테이블 세터와 중심 타선 역시 선구안과 팀 배팅이 필요합니다. 매 경기마다 폭죽처럼 연속 안타가 터지며 다득점을 하면 좋겠지만 그것은 바람일 뿐입니다. 상대 선발 에이스나 마무리 투수가 등판해 단 1점이 아쉬울 때 출루와 진루, 타점을 중시하며 안타 없이도 득점할 수 있는 짜임새 있는 야구가 절실하지만 LG 야구는 그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상대 팀보다 많은 안타를 기록하고도 집중력 부족으로 적시타나 타점으로 뒷받침하지 못해 패하는 날도 많았습니다. 비효율적인 야구를 했다는 의미입니다. 무사 혹은 1사 3루의 기회에서 홈으로 불러들이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LG 타선이 노쇠화에 이르렀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병규, 박용택, 이진영, 정성훈 등 주축 타자들이 모두 30대를 훌쩍 넘겼으며 그나마 상대적으로 나이가 적은 작은 이병규와 이대형이 우리 나이 서른입니다. 노쇠화로 인해 그야말로 한순간에 기량 급강하나 부상 등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습니다. 많은 유망주를 거느렸으나 꽃 피우지 못했던 것으로 평가받던 LG이지만 장기적인 안목 없이 트레이드 등으로 곶감 빼먹듯 여기저기 내주면서 유망주라 기대할 만한 타자는 거의 남지 않았습니다.
장타력도 짜임새도 없는 가운데 주축 타자 두 명이 이탈했으며 주전급 타자의 보강이 없는 LG 타선의 유일한 보완은 롯데의 강타선을 구축한 김무관 타격 코치의 영입입니다. 하지만 LG 유니폼을 입은 지 반년도 되지 않은 김무관 코치에게 당장 하체를 고정하지 못하는 타격 자세를 수정해 3할 타자로 환골탈태시킨다거나 거포 4번 타자를 키워낼 것을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입니다.
따라서 특정 선수가 갑자기 치고 나오는 만화 같은 상황보다는 LG 타자들의 전반적인 인식을 전환시켜 집중력과 상황에 맞는 팀 배팅을 체득하도록 해 짜임새를 키우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지난 시즌을 망친 가장 큰 원인이었던 부상자를 최소화하기 위한 예방책 마련과 주전과 기량차가 적은 백업 타자들의 육성 또한 필수적입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