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대선을 3개월여 앞두고 여권 일각에서 경쟁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가 이뤄지고 있다. 이재명-윤석열 대선 후보 지지율 격차가 한동안 좁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여권이 네거티브 공세로 오히려 역공당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윤석열 후보 배우자 김건희 씨 등장이 너무 없다'는 질문에 "김건희 씨를 접해 본 사람들은 말투나 사용하는 어휘, 구사하는 단어 등이 너무 위험하다는 얘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끝까지 안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김건희 씨가 끝까지 안 나가되 혹시 불가피할 경우에는 어디 봉사활동을 다녀왔다든지 한 뒤에 사진 한 컷과 현장에서 한 몇 마디 이야기 정도를 추후에 공개하는 정도로 가지 않을까"라고 했다. 진행자인 김어준 씨는 "통제된 보도자료만 뿌릴 거라고 예상하는 것"이라며 "국회의원 선거라면 그 정도로 넘어갈 수 있지만 대선에서는(다르다). 그렇게 전망하게 된 건 주변에서 들은 정보가 있기 때문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김 의원은 "그렇다. 김건희 씨를 접해 본 사람들, 아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 보면, 그리고 현재 본인이 보이고 있는 태도 이런 데서도 저는 그렇게 될 거라고 전망한다"고 밝혔다.

(왼쪽부터)김어준씨,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한준호 의원 페이스북)

김의겸 의원은 김건희 씨가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는 이유를 '사법 리스크' 때문이 아니라 "김건희 씨가 보이고 있는 모습 그 자체가 그렇게 좋은 모습이 아니고, 마이크가 주어졌을 때 어디서 폭탄이 터질지 알 수가 없다. 그런 이유"라고 밝혔다.

김어준 씨가 '어떤 경우에도 마이크 앞에서 라이브로 서는 일은 없다는 건가. 원래 기자였으니까 취재를 해본 것 같은데, 그렇게 전망하는 이유가 있다는 것인가'라고 묻자 김 의원은 "네"라고 답했다. 김 의원은 한겨레 기자 출신이다. 김 의원은 사법 리스크가 아닌 김건희 씨 '본인 리스크'를 주장했다. 근거는 누군가에게 건너 들은 얘기, 인상비평, 취재를 했다는 주장뿐이다. 대외적으로 김건희 씨 음성이 노출된 것은 지난 6월 뉴스버스 '윤석열 X파일' 반박 인터뷰 보도 당시 공개된 녹취파일이 전부다.

이어 김 의원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배우자 김혜경 씨와 김건희 씨를 비교했다. 김 의원은 "이재명 후보와 김혜경 여사 두 분 같이 항상 다니지 않나. 다정한 모습을 의도적으로 연출하고 있다"며 "선명한 대비 효과를 보이고 있다. 하여튼 제가 가지고 있는 정보와 느낌으로는 (윤석열 후보가)끝까지 내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의 '말투·어휘' 발언은 이날 상당수 주요 매체에서 인용보도됐다.

이재명 후보 수행실장인 한준호 의원이 지난 17일 페이스북에 '두 아이의 엄마 김혜경 vs 토리 엄마 김건희'라는 글을 올려 '출산 갈라치기' 논란이 불거졌다. '영부인도 국격을 대변한다'며 올린 이 글은 두 아이를 낳아 기른 김혜경 씨가 자녀 없이 반려견을 키우는 김건희 씨보다 낫다는 내용으로 해석됐다.

한 의원은 논란이 일자 게시글을 삭제했지만, 여성을 임신과 출산의 도구로 취급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난임·불임 부부를 비하했다는 비난이 일었다. 김건희 씨는 과거 아이를 유산한 경험이 있다. 민주당 '다이너마이트' 청년 선대위는 24일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의 대표적인 '꼰대 짓'으로 한 의원 SNS 게시글을 꼽고 "아주 부적절했다"고 비판했다.

정의당의 '김어준 방송 보이콧' 부른 심리분석

김어준 씨는 대선후보 심리 분석으로 비판받고 있다. 지난 19일자 유튜브 방송 '다스뵈이다'에서 김태형 사회심리연구소 '함께' 소장은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비판하는 이유가 '사적 욕망'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태형 소장은 심상정 후보가 2남 2녀 중 막내딸이라 인정욕구가 강하다며 성공욕, 명예욕, 인정욕구에 사로잡혀 있다고 말했다. 또 심상정 후보의 서울대 입학, 국회의원 당선 이력을 거론하며 "세속적인 성공과 출세를 했을 때 부모님으로부터 인정받았다"고 했다. 김어준 씨는 "(심상정 후보가 자신을)입증해내고 싶다는 사적 욕망이 공적 욕망으로 승화돼야 하는데 그렇게까진 못 갔다. 그게 승부욕일 수도 있고 용기일 수도 있으나 공적 욕망화되지 못해 위험한 부분이 있다는 건가"라고 말했다.

11월 19일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유튜브 방송화면 갈무리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는 22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김어준 씨가 사과하지 않으면 그가 진행하는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고 '보이콧'을 선언했다. 정의당 강민진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은 24일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심상정 후보에 대한 모욕을 김어준 씨 같은 사람들에게 외주화하는 것이 민주당의 전략은 아니기 바란다"면서 "원희룡 전 제주지사 부인이 '이재명 후보는 소시오패스다' 얘기해 민주당이 굉장히 반발하지 않았나. 김어준씨가 한 건 괜찮나"라고 지적했다.

지난 4주 동안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 김태형 소장은 심상정 후보뿐 아니라 이재명, 윤석열, 안철수 후보에 대한 심리를 분석했다. 이재명 후보를 '공익추구형 정치인'으로, 나머지 모든 후보는 권력욕, 명예욕이 문제라는 식의 심리분석이 이뤄졌다. 김태형 소장은 책 ‘2021·2022 이재명론’의 공동저자다.

"일반상식 넘어서는 네거티브, 효과 없고 역풍"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여권이 판세가 불리하니 윤석열 후보와 배우자에 대한 일종의 인물경쟁력 비교 프레임 전략을 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재명이냐 윤석열이냐, 김혜경이냐 김건희냐는 식"이라며 "하지만 이재명 후보가 가지고 있는 각종 부정적 요인들을 오히려 소환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고 봤다.

엄 소장은 "대선에서는 네거티브 전략이 잘 안 먹힌다. 2017년 문재인 후보에 대한 홍준표 후보의 공격, 2012년 박근혜 후보에 대한 민주당의 공격 모두 잘 먹히지 않았다"며 "해가 갈수록 선거에서 네거티브가 잘 안 먹히는 경향이 있다. 민주당·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도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고 말했다.

윤석열 후보는 네거티브가 아닌 '고발사주' '주가조작' '요양급여 부정수급' 등 본인과 배우자, 장모를 둘러싼 의혹을 '정치공작' 프레임으로 대응해왔지만 높은 정권교체 여론을 바탕으로 비교적 단단한 지지율을 유지해오기도 했다. 엄 소장은 "이재명 후보의 장점인 국정운영능력 등이 대장동 의혹으로 다소 훼손되긴 했지만, 결국 인물경쟁력을 다툰다면 본인의 포지티브 포지션을 지키면서 선거전을 치르는 게 가장 유리한 방법"이라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사진=연합뉴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네거티브는 지지층 결집과 순간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데 효과가 있다"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소위 중도층 확장으로 가는 데에는 한계가 있고, 전체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 일반상식에 비춰 이해될 수 있는 수준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최 교수는 "'김건희 리스크'가 크다는 비판은 수사사건 등을 보면 충분히 가능하지만 예를 들어 '출산 갈라치기' 논란 같은 것은 부적절하고 도리어 역공을 당한다"며 "공격을 하더라도 충분한 검토가 이뤄진 뒤 해야지 아무거나 가져다 공격하는 것은 선거에서 결정적인 중도확장에 상당한 어려움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이재명 후보 지지층 결집이 아직 되지 않았다고 분석하며 이 같은 네거티브가 결과적으로 지지층 결집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고 봤다.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은 높은 정권교체 여론에 기반하고,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문재인 정부에 실망했거나 이재명 후보에 대한 반감 때문에 지지를 결정하지 못한 층이 있는 상황이란 분석이다.

최 교수는 "이재명 후보가 쇄신하고 바꾸겠다 계속 말하는 것은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을 끌어들이려는 의미도 있는데, 일반상식에서 벗어난 네거티브는 도움이 안 된다"며 "쇄신의 의미가 반감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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