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해외에서 활약을 펼친 선수들의 소식은 연일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박지성, 이영표의 활발한 플레이는 공중파에서 볼 수 있을 정도였고, 일본 J리그 역시 위성방송을 통해 우리나라 선수들의 활약상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들이 실질적으로 개척한 공 덕에 한국 축구는 더욱 많이 각광받기에 이르렀고, 이제는 해외에서 활약하는 선수가 몇 명인지 자세히 알 수 없을 정도가 됐습니다. 당장 일본 J리그에서 활약하는 한국 선수도 1,2부리그 포함해 모두 44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대표가 아니다, 스타급 선수가 아니라는 이유로 주목받지 못했던 선수들 또한 많았습니다. 물론 이른 시기에 해외로 진출하는 것에 대한 찬반론이 엇갈리고는 있지만 나름대로 해외진출을 통해 자신의 기량을 쌓고 알리고픈 선수들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은 하나의 현상임이 분명합니다.

유럽 무대에서 활약하는 '알짜' 선수들

최근 축구계에 깜짝 놀랄 만한 사실이 나와 화제를 모았습니다. 내셔널리그에서 뛰던 강릉시청 소속 김인성이 러시아 명문 CSKA 모스크바에 입단한 것입니다. 이적 시장 마감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김인성은 같은 시기 국가대표 구자철의 아우크스부르크 임대보다 더 깜짝 놀랄 만한 이적으로 존재감을 부각시키며 '모스크바 드림'을 꿈꿨습니다.

김인성 외에도 현재 유럽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 선수는 모두 15명입니다. 이 중에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청용(볼턴 원더러스), 박주영(아스널), 기성용, 차두리(이상 셀틱),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손흥민(함부르크 SV), 지동원(선덜랜드), 정조국(낭시) 등이야 국가대표급 선수로 주목받아 왔지만 그렇지 못한 선수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저마다 각 팀, 각 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통해 자신을 알리고 한국 축구를 알리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있는 선수들입니다.

▲ 박주호 ⓒ연합뉴스
앞서 언급한 선수들에 비해 네임밸류는 다소 떨어지더라도 알찬 활약으로 상종가를 치고 있는 선수들이 있습니다. 바로 스위스 FC 바젤의 박주호와 네덜란드 흐로닝겐의 석현준이 그 주인공입니다. 박주호는 바젤에서 거의 풀타임을 소화하고 있을 정도로 확고한 주전을 꿰찼으며, 팀의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에도 견인차 역할을 했습니다. 허정무 감독 시절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지만 이후 외면 받았던 박주호는 꾸준한 활약을 통해 '제2의 이영표'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계속 다지고 있습니다. 또 네덜란드 명문 아약스에 진출해 화제를 모았다 흐로닝겐으로 이적한 석현준도 꾸준한 활약으로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어서 앞으로의 활약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지난해 U-20 월드컵에서 존재감을 과시했던 김경중은 프랑스 명문 보르도에 입단해 해외 무대에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또 지난해 5월 독일 2부리그 프랑크푸르트에 입단한 윤주태 역시 '제2의 차붐'을 꿈꾸는 또 다른 기대주입니다. 대학 선수 생활을 하다 해외 무대에서 곧바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이들 역시 앞으로 꾸준하게 주목해야 할 선수들입니다.

J리그, 중국리그, 제3세계 무대까지... 점점 늘어나는 해외 진출

현재 가장 많은 한국 선수들이 진출해있는 리그는 일본 J리그입니다. 여기에 최근에는 중국 슈퍼리그에 눈을 돌리는 선수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국가대표급 선수들 뿐 아니라 전도유망한 선수들도 많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홍명보호 올림픽팀, 청소년팀에서 봤던 정동호, 서용덕, 배천석 등이 J리그에서 뛰고 있고, 최근 백성동, 장현수 등 청소년팀 출신 선수들도 이 무대에 뛰어들었습니다. 중국 리그에는 광저우의 조원희를 비롯해 이준엽, 김유진 등이 활약하고 있습니다.

'제3세계' 무대로 눈을 돌린 선수들도 많습니다. 호주 A리그를 비롯해 싱가포르,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 진출한 선수들도 많습니다. 최근에는 이정수, 유병수 등 중동 리그로 진출한 선수들도 많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들 나라 대부분 한국 선수들 특유의 성실함과 조직적인 플레이가 팀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 한국 선수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던 것입니다. 물론 이에 대해 "우수 선수들을 대거 다른 나라로 유출시킨다"는 비판도 있지만 해외 진출 자체가 한국 축구의 우수성을 알리고 자신의 꿈을 다지는 데도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일시적인 도피가 돼서는 안 되는 최성국의 마케도니아 진출

해외 진출 선수들의 이야기를 꺼낸 것은 최근 승부조작 문제로 재판을 받아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최성국이 마케도니아 진출을 노리고 있는 소식 때문입니다. 최성국은 지난해 승부조작 사태로 중징계를 받아 한국 축구 무대에서 더 이상 뛸 수 없게 된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해외에 나가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고 축구선수로서 마지막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의미에서 해외 진출을 모색했고, 때마침 마케도니아의 FK라보트니츠키와 계약을 추진하면서 이 사실이 대외적으로 알려지게 됐습니다. 최성국 외에도 승부조작 문제로 더 이상 뛰지 못하는 몇몇 선수들이 해외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이에 대한 논란이 일었습니다.

▲ 최성국 ⓒ연합뉴스
물론 축구 선수 출신인 만큼 축구 선수 생활을 아예 못하도록 막는 것이 지나친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먹고 살았던 것이 축구였기에 이들의 해외 진출까지 막는 것은 가혹하다는 비판도 일 수 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해외 진출을 통해 재기를 모색하려 한다면 어느 정도 더 자숙의 시간을 가진 다음에 하는 것이 오히려 더 나아 보입니다. 사건이 터진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곧바로 새로운 무대로 진출하려 한다면 이는 도피에 지나지 않아 보입니다. 승부조작 선수들이 해외 진출을 일종의 일시적인 도피처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꿈을 키우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한국 축구를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다른 선수들을 욕보이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어쨌든 한국 축구 선수들의 해외 진출은 이제 일상적인 일이 됐습니다. 해외파 소식 역시 이제는 주요 선수들 정도만 주목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지금은 크게 부각되지 않아도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해외에서 활약하는 한국 선수들은 오늘도 더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하지만 활약상만큼이나 더욱 중요해진 것은 한국 축구 선수라는 자부심, 해외 진출 선수라는 것에 걸맞은 정신, 마인드를 갖추는 것 또한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개인화가 점점 심화되는 가운데서 그것만이라도 제대로 빛을 발한다면 이들을 주목하는 팬들은 더 많아질 것이고, 한국 축구도 지금보다 더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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