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오디션 열풍을 가져온 슈퍼스타K는 시즌3까지 마치도록 그 위력을 과시해왔다. 슈스케는 지금까지 세 번의 오디션을 통해서 한국 가요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견인차 역할을 담당했다. 국내의 톱 아이돌 그룹들이 모두 일본 및 해외로 빠져나간 빈자리는 그렇게 나는 가수다와 슈스케 등의 서바이벌 가요 프로그램으로 채워질 수 있었던 것도 필즉통의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오디션은 단지 우승자와 스타만을 낳는 것은 아니다. 기성곡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편곡과 해석으로 원곡을 뛰어넘는 놀라운 변화도 겪게 해주었다. 슈스케만 놓고 본다면 세 번의 오디션 동안 가장 음악적으로나 대중적으로 화제를 모았던 곡으로 장재인과 김지수가 불렀던 신데렐라를 꼽아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본래 서인영이 불렀던 신데렐라를 어쿠스틱 풍으로 잘 소화해냈던 장재인이 비록 우승은 아니어도 가요계 신데렐라가 될 것을 직감케 한 노래이기도 하다.

그 신데렐라의 기적이 보이스 코리아에서 재현됐다. 그것도 여자 보컬이 아닌 남자라는 점이 우선 놀라웠다. 그 주인공의 이름은 배근석. 이제 갓 스물로 소년의 기운이 폴폴 넘치는 배근석은 보이스 코리아라는 프로그램의 이름답게 대단히 특별한 음색을 가졌다. 첫 회 방송에서 유일하게 코치 네 명의 선택을 받을 정도로 배근석의 매력은 매우 특별하고도 강렬했다.

그런데 배근석을 선택한 코치들은 의자가 돌려지면서 무대를 향하자 모두 깜짝 놀라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노래만 들을 때에는 당연히 여성일 거라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할 정도로 배근석의 목소리는 중성적이면서도 여성성이 대단히 짙었기 때문이다. 음색만이 아니다. 음역도 충분히 넓어 보이는데다가 굉장히 매력적인 바이브레이션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그 장점을 함부로 쓰지 않고 중요한 때에만 쓰는 전략적인 모습까지 갖추고 있었다.

보이스 코리아가 다른 날도 아니고 위대한 탄생2 생방송과 맞대결을 벌여야 하는 금요일에 방송한다는 것은 상당히 무모한 일이라고 생각됐었다. 슈퍼스타K라고 해도 공중파의 위력을 감당해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 아직 인지도가 없다시피 한 보이스 코리아가 본선의 위대한 탄생2에 가려져 전혀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할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결과는 놀랍게도 신출내기 보이스 코리아의 기습에 위대한 탄생2 생방송이 한방 맞은 격이 됐다.

배근석뿐만이 아니다. 라이브 카페에서 칼을 갈아온 하예나, 세계적 거장 퀸시 존스의 아이 정승원 등 막강한 신인들의 모습들은 이 낯선 오디션 프로그램인 보이스 코리아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여주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다음 주에는 슈퍼스타K2의 우승자 허각의 쌍둥이 형 허공이 보이스 코리아에 도전해 이목을 끌고 있다. 과연 허각과 외모만이 아니라 노래실력까지도 꼭 닮았을지 확인할 기회가 될 것이다.

보이스 코리아는 신승훈, 백지영, 길, 강타 등 네 명이 코치로 참여하고 있는데, 첫 번째 스테이지에서 각 코치별로 12명의 도전자를 뽑는다. 그 방식은 블라인드 테스트로 코치들은 의자를 돌린 채 도전자의 모습을 보지 않고 오로지 노래만 듣고 판단하게 된다. 만일 두 명 이상의 코치가 의자를 돌릴 경우 거꾸로 도전자가 코치를 선택하게 된다.

그렇게 1차 관문을 통과한 48명이 2명씩 대결을 벌이는 배틀 스테이지로 넘어가게 된다. 미국에서 하던 방식 그대로 링 위에서 노래를 하게 된다. 미국, 네덜란드 등 33개국에서 같은 방식의 오디션이 진행될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방식인 만큼 보이스 코리아는 오디션에 지쳤을 시청자에게 조금은 신선할 수 있는 서바이벌의 진수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가 된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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