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의 진용이 처음 공개됐습니다. 최 감독은 10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1층 로비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25일 열릴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 29일 쿠웨이트와의 2014 브라질월드컵 3차예선 최종전에 나설 26명의 축구대표팀 명단을 확정, 발표했습니다.

주목할 만한 요소들이 많았습니다. 기대했던 것들이 실제로 반영되기도 했고,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이슈들도 있었습니다. 분명한 것은 전임 조광래 감독의 색깔을 지우고 최강희식(式) 팀 운영을 펼치겠다는 의도가 강하게 들어있다는 것입니다. 7가지 키워드를 통해 최강희호 1기를 살펴보겠습니다.

▲ 최강희 축구대표팀 감독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오는 25일의 우즈베키스탄 평가전과 29일 쿠웨이트와의 2014 브라질 월드컵 3차 예선 최종전에 나설 대표선수 명단을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주영

가장 뜨거운 이슈였던 '캡틴 박' 박주영(아스널)의 발탁은 결국 이뤄졌습니다. 최강희 감독은 박주영의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 지난주 영국으로 갔지만 출장 기회가 줄어든 상황을 안타까워하며 박주영의 발탁 가능성에 물음표를 던졌습니다.

하지만 심사숙고 끝에 박주영이 중요한 경기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자신감을 찾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결국 발탁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습니다. 최강희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박주영이 소속팀에서 경기에 많이 못 나가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지만 한국축구의 재산이다"라며 신뢰감을 드러냈습니다.

박주영으로서는 새로운 기회를 얻은 셈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만약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할 경우에는 향후 최강희호 내 입지에도 영향을 입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박주영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능력을 보여줘야 하는 또 다른 부담감을 안게 됐습니다.

국내파

이번 축구대표팀의 가장 큰 특징은 국내파 위주의 팀을 구성하겠다는 최강희 감독의 의중이 완벽하게 반영돼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선발한 26명 선수 가운데 해외파는 박주영, 기성용(셀틱), 이정수(알 사드) 단 3명에 불과합니다. 그 흔했던 일본 J리그 출신 선수조차 한 명도 없었습니다.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이야 경고 누적으로 이번 경기에 출전할 수 없게 된 것이 반영된 것이지만 지동원(선덜랜드), 차두리(셀틱), 손흥민(함부르크), 남태희(레퀴야SC) 등의 탈락은 최 감독의 의도에 따라 이뤄진 것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졌습니다.

이 틈을 타 23명의 K리그 출신 선수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동국, 김상식, 최태욱이 모처럼 태극 마크를 달았고, 경찰청 소속 김두현도 1년 5개월 만에 대표팀에 승선했습니다. 골키퍼 권순태는 후배 김진현을 밀어내고 처음 대표팀에 발탁됐고, 김치우, 최효진, 하대성, 신형민, 김재성, 오범석, 김형일, 김창수 등 조광래호에서 크게 떠오르지 못했던 이들이 모두 들었습니다.

실전 감각이 떨어져있는 해외파보다 전지훈련을 통해 최상의 수준으로 몸을 끌어올린 국내파에게 이번 쿠웨이트전을 맡겨도 좋겠다는 최 감독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중요한 경기에 새로운 선수들에 기회를 줘서 향후 최종예선으로 가는 과정에서 더욱 경쟁력 있는 팀을 만들어보겠다는 의도도 들어 있습니다. 무한 경쟁을 통해 주전, 비주전이 고르게 활약하는 홍명보호 후배들의 모습을 연상케 하기도 합니다. 어쨌든 국내파 선수들에게는 이번이 눈도장을 제대로 찍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어제의 용사'들의 귀환

앞서 언급한 것처럼 모처럼 대표팀에 이름을 올린 선수들이 역시 눈에 띕니다. 마치 '어제의 용사'들이 귀환한 것과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출전 시간 논란으로 지난해 조광래호에서 잠시 마음 아픈 시기를 겪었던 이동국은 '스승' 최강희 감독의 도움을 받아 다시 대표팀에 승선했습니다. 최강희 감독은 이동국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이동국 중심의 팀을 이번 쿠웨이트전에서 선보일 뜻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 힘을 받은 이동국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또 다른 눈에 띄는 귀환은 바로 '식사마' 김상식입니다. 역시 최강희 감독의 지도 아래, 전북 현대에서 기량의 꽃을 피운 김상식은 이번 발탁으로 5년 여 만에 태극 마크를 다시 달았습니다. 또 수원 코치 시절 자신이 키웠던 제자인 김두현의 발탁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김두현은 사상 처음으로 경찰청 출신 국가대표 발탁이라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외에도 조광래 감독으로부터 별다른 눈길을 받지 못했던 오범석, 김치우, 김형일 등이 다시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최강희 감독은 이들의 귀환이 대표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경험 많은 선수의 승선을 통해 어려운 시기를 잘 넘겨야 한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최 감독은 이번 대표팀이 "쿠웨이트전만을 위한 팀"이라고 잘라 말했지만 소집 훈련, 경기력에 따라서 꾸준한 중용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다시 얻은 기회를 이들이 얼마나 잘 살려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전북 현대

자신이 키웠던 제자들 가운데 믿을 만 한 선수들을 대거 이름에 올린 것도 특징적입니다. 일단 짧은 시간 내에 자신의 축구를 최대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최강희 감독은 얼마 전까지 팀을 맡았던 전북 현대 출신 선수들을 5명이나 발탁했습니다. 이동국, 김상식, 조성환, 박원재 등이 뽑혔고, 올해 새롭게 전북 유니폼을 입은 김정우가 그 주인공이었습니다.

여기에다 상주 상무로 군입대한 권순태, 예전에 최강희 감독과 인연을 맺었던 전북 출신 FC 서울 선수 하대성과 최태욱도 부름을 받았습니다. 전북과 관련이 있는 선수만 무려 8명에 이를 정도로 대표팀 안에 '작은 전북'이 형성된 셈이 됐습니다.

▲ 프로축구 정규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이동국 등 전북 현대 선수들이 우승트로피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군인

군 출신 선수들이 많은 것도 눈길을 모읍니다. 이번 대표에 상주상무 소속 선수는 모두 5명입니다. 권순태, 김치우, 최효진이 이름을 올렸고, 갓 입대한 포항 출신 김재성, 김형일도 포함됐습니다. 여기에 경찰청 김두현까지 승선했습니다. 누구보다 국가대표에 대한 마음가짐이 남다를 이들에게 한국 축구에 아주 중요한 경기에서의 활약상을 기대해 봐도 좋을 듯싶습니다.

올림픽팀

반면 올림픽팀 출신 선수는 많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번 대표팀에 최강희 감독은 올림픽팀 선수로 수비수 홍정호만 발탁했습니다. 22일 오만과의 올림픽 최종예선 직후 피로해 있을 선수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결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최종예선과 축구대표팀 3차예선 결과를 종합해서 향후 대표팀에는 총망라된 팀을 구성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당연히 22일 열릴 오만전에서의 올림픽팀 선수들의 활약을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차별화

일단 최강희 감독의 선택은 본래 그가 주창했던 대로 어느 정도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측면에서 기존 조광래호 대표팀과는 차별화됐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젊은 선수 위주, 해외파 위주에서 벗어나 경험 많은 선수, 국내파 위주로 변화를 꾀했다는 것은 가장 눈에 띄는 스타일 변신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아주 어려운 시기에 '원포인트 팀'이라고 강조한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그러나 선수들의 활약도, 경기 운영 능력 등에 따라 향후 최종예선 등을 운영하면서도 이 같은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은 큽니다. 현재가 중요한 팀이지만 앞으로의 미래도 내다보게 하는 팀이라는 점에서 이번 최강희호 1기는 눈길을 끄는 면이 많았습니다.

최강희 감독의 대표팀은 18일 전남 영암에서 소집된 뒤 '운명의 일전'을 준비하게 됩니다. 대표팀 뿐 아니라 축구계 주변의 일로 온갖 잡음이 많았던 가운데서 힘겹게 닻을 올린 최강희호, 어려움을 뚫고 첫 스타트를 산뜻하게 끊는 모습을 보여줄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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