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09일간의 크레인 고공 농성으로 한국 사회에 큰 울림을 남겼던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10일 KBS를 찾았다.

김진숙 위원의 고공농성에 대해 거의 보도하지 않고 희망버스 행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 때조차 '경찰과의 충돌'에만 관심을 보였던 KBS. 이날도 KBS 사측은 "김진숙 위원은 외부인"이라며 강연장소 앞을 차벽으로 봉쇄했으며, 이에 주최측인 KBS 새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자 겨우 강연 장소를 내어주었다.

▲ 김진숙 위원이 10일 정오, 서울 여의도 KBS 라디오공개홀에서 열린 KBS 새 노조 주최 공개 강연회의 첫 번째 주자로 나섰다. ⓒ곽상아

KBS 새 노조가 개최한 공개 강연회의 첫 번째 주자로 나선 김진숙 위원은 "거하게 환영해 준다고 해서, 방탄복을 입고 왔는데 싱겁다"는 우스개 아닌 우스갯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2011년 1월 6일 크레인에 올라갔던 김진숙 위원은, 당일 TV뉴스에서 동물원의 동물들이 추위에 떤다는 이야기밖에 없어 상처를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제가 크레인에 올라갔던 2011년 1월 6일, 부산은 영하 13도였다. 새벽 3시에 올라갔는데, (기온이 좀 더 높은) 6시에 올라갈 걸 엄청 후회했었다. 그날 온종일 얼마나 떨었던지 어금니가 다 아프더라.

크레인에 올라간 이후에, 혹시 언론에서 제 소식이 나오나 싶어 휴대폰을 켜보니 TV뉴스에는 동물원 동물들이 추위에 떤다는 이야기밖에 없었다. 엄청 상처받았다…. 내가 고라니보다도 못한가?"

실제로, 김진숙 위원이 309일이라는 기나긴 시간을 버틸 수 있는 힘을 준 곳은 기존의 언론들이 아니라 트위터 등 SNS였다.

"지난해 6월 27일 어용 노조 집행부가 사측과 합의를 해버렸는데, 직감적으로 앞으로의 투쟁이 정말 힘들어지겠구나 싶었다. 연합뉴스가 노사 합의해서 만세하는 장면을 보도했고, 이후 다른 언론들도 거의 그대로 보도했다.

그런데 트위터의 힘이 정말 막강하더라. 내가 말하기도 전에, 날라리 외부세력들은 사건의 본질을 정확하게 간파하고 '기만적 합의'라고 비판했다. 정말 놀랐다. 전기가 끊겼을 때도 트위터를 못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

이날 강연의 사회를 맡은 오태훈 아나운서는 "죄송스럽기도 하고, 벅차기도 하고, 더 힘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하며, 김진숙 위원을 향해 "언론으로서의 KBS를 어떻게 보시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김진숙 위원은 "정권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게 언론이지만 크레인에 올라가 있었을 당시 KBS 새 노조 동지들로 인해 큰 힘을 얻었다"고 답했다.

김 위원은 "물론 보도가 됐다면, 저희에게 더 큰 힘이 되었겠지만 (KBS 새 노조에 속한 기자, PD들이) 보도가 되든 안되든 취재를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참 고마웠다"며 "희망버스를 다뤘던 <추적60분> 제작진들에게는 진심으로 고맙다. 소리없이 싸우는 노동자들, 아무도 손잡아주지 않는 노동자들에게 <추적60분>은 천군만마의 힘이었고, 결국 그 힘으로 이길 수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10일 KBS <추적60분>은 '희망버스는 왜 한진중공업으로 갔나' 편을 통해 희망버스를 타는 사람들, 노사합의과정, 정리해고의 정당성 등을 집중조명한 바 있다.

김진숙 위원은 '김인규 KBS 사장 퇴진투쟁' 돌입을 앞둔 KBS 새 노조에게 "지금 힘든 싸움을 앞두고 있는데, 참 언론인이라면 굽힘없이 소신을 지켜나가야 할 것"이라며 "결국 머지않은 시간 내에 역사가 다 판가름할 것"이라고 당부의 말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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