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창립 33주년 기념 대토론회에서 언론개혁 운동의 방향성을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토론자들이 입을 모았다. 하지만 언론운동진영이 정파화됐다는 진단과 언론노조의 반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교차했다.

언론노조는 23일 <촛불이후 한국 민주주의와 저널리즘>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손석춘 건국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언론개혁 운동 전선이 한낱 특정 정파의 수준으로 몰락한 양상마저 나타나고 있다”며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언론노동운동가, 언론시민운동가 등이 국회와 청와대로 들어갔다. 권력에 편입된 진보언론인들은 기존 권력구도의 변화를 이끌지 못하고 기득권에 편입됐다”고 지적됐다.

손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이나 집권 다수당인 민주당의 정치적 득실을 절대적 기준으로 삼는 수준에서 제시하는 언론개혁론은 실질적 성과도 거둘 수 없다”며 “개혁을 희화화해 오히려 조중동 신방복합체의 정당성을 높여줄 수 있다. 언론운동이 정파화에서 벗어나지 못할 때 언론개혁의 전망은 더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창립 33주년 기념대토론회가 열리고 있다(사진=언론노조)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언론민주화 운동 지형 자체가 완전히 변화했다는 전제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정파적으로 소비되고 있는 언론개혁 운동이 오히려 저널리즘의 건강성을 해치고 있다. 2017년 이후 언론 운동의 주체들이 권력 주변에 포진하거나 권력에 들어가 팬덤에 편성해 오히려 언론 운동의 과제를 역행시켰다”고 밝혔다.

윤 위원장은 “과거 30년동안 민주화 운동, 언론개혁을 말했던 세력들은 촛불 이후 국민들로부터 권한을 완전히 위임받았다. 더이상 핑계가 없다”며 “다음 세대들은 변화한 지형 속에서 더이상 민주화 세대를 사회적 대안 세력으로 인정하기를 주저하거나, 이미 손절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언론개혁 이슈의 정파적 소비가 제대로 해보려는 언론인까지 비판받는다”며 “예전의 구호를 가지고 다음 세대 언론운동 후배들을 설득시킬 수 없다. 근본적인 변화의 메시지를 던지지 않으면 이 파고를 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토론자인 김준일 뉴스톱 대표는 언론노조가 반성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언론노조 운동은 무엇을 해야 하나’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언론중재법 관련해서 기자협회보에서 여론조사를 했는데 그때 34.3%가 동의한다고 했다. 언론계의 대부분은 언론중재법에 대해 반대 스탠스를 취했는데, 기자의 3분의 1은 찬성을 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한마디로 얘기하면 (언론노조가) 기자들도 설득을 못 하는데 국민들을 어떻게 설득하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꼬집었다.

김 대표는 “조합주의는 ‘노조가 조합원들의 생각을 반영하고 관철시키려는 노력을 하는 것인데 언론노조는 이걸 잘하고 있냐는 것”이라며 “언론노조의 방향성에 대해 합의를 봐야 한다. 언론인으로서 합의할 수 있는 운동이 무엇인가에 대해 모색하고 성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예를 들어 보수, 진보 모두 ‘KBS가 정권의 입김에서 자유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러한 공통분모를 찾는 게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또한 김 대표는 “김영란법이 도입됐을 때 언론노조, 기자협회 모두 ‘취재가 제한된다’, ‘정부가 들여다본다’고 극렬하게 반대했었는데 실제 취재 제한이 있었는지 못 들어봤다”며 “관성적으로 반대했던 부분에 대해 처절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주식 직썰 편집장은 ‘기레기’ 담론이 1차원적 정념 발산 구호로 오염됐다고 지적했다. 정 편집장은 “근래에 ‘기레기’라는 단어는 어느 진영 할 것 없이 뜨거운 정념을 갖는 사람들이 이 단어를 쓴다”며 “최근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끝난 후 이낙연 캠프 인사가 김어준 진행자를 ‘친 이재명 방송을 하고 싶으면 지상파 방송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맹비난했다”고 전했다.

이어 정 편집장은 “김어준 씨는 수년간 정부 편향적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자기편에 있을 때는 아무 문제제기 안 하던 사람들이 김어준 씨가 경선에서 불편한 말을 했다고 ‘기레기’로 매도한다”며 “이 장면은 ‘기레기’ 담론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보여주는 장면이다. 언론개혁의 근거가 되는 ‘기레기’ 담론은 허구적이기에 언론개혁의 출발점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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