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이 치열했던 방송사들의 총선 결과 예측보도가 또다시 빗나갔다. 경합 지역이 많았다는 점을 감안한다고 해도 총선 방송의 정확성과 신뢰도를 주장하기는 어렵게 됐다.

이번 18대 총선에서 예측 결과가 가장 빗나간 곳은 한나라당 의석수였다. 방송 3사와 YTN은 9일 오후 6시 투표가 마감된 직후 발표한 예측결과에서 한나라당이 최소 154석(MBC)에서 최대 184석(YTN)을 얻을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한나라당의 실제 의석수는 최종 153석으로 집계됐다. 방송사들은 앞다퉈 신중하고 정확한 예측결과를 선보이겠다고 강조해왔지만 결과적으로는 하한선조차 맞추지 못해 체면을 구겼다.

SBS는 단독으로 실시한 예측조사 결과를 통해 한나라당이 162~181석으로 압도적인 과반을 얻을 것으로 발표했다. YTN도 한나라당이 160~184석까지 얻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결과적으로 한나라당은 150석 초반에 머물러 양사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한나라당 의석 수는 모두 빗나갔지만 통합민주당의 경우는 최종적으로 81석을 얻어 대부분 방송사들이 예측한 범위 내에 있었다.

비례대표 의석 예측도 차이가 많았다. 한나라당에 대해 KBS·MBC는 27~30석, SBS는 25~27석, YTN은 22석을 예상했고 통합민주당의 경우는 KBS·MBC가 13~15석, SBS는 11~13석, YTN이 14석을 확보할 것으로 발표했지만 실제로 한나라당은 22석, 민주당은 15석을 얻었다.

시청자들을 혼선에 빠뜨린 것은 지역구별 예측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방송 3사는 경남 사천의 경우 모두 한나라당 이방호 의원의 승리를 점쳤으나 최종적으로는 민주노동당 강기갑 후보가 승리해 예측조사가 완전히 빗나갔다. KBS와 MBC 예측 조사는 강 후보가 42.3%를 얻어 이방호 의원(53.4%) 보다 10%P 가까이 뒤진다고 예상했다. SBS 예측조사도 이 후보(53.4%)가 강 후보(42.3%)를 10%P 이상 이길 것이라고 발표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에 대한 예상도 방송사마다 엇갈렸다. KBS와 MBC는 경남 창원을에서 한나라당 강기윤 후보가 권 의원을 이길 것으로 예상했고 SBS는 권 의원이 앞선 것으로 발표했다. 결과는 권 의원이 48.2%를 득표해 강기윤 후보(44.7%)를 눌렀다.

1위 당선자를 맞추긴 했어도 득표율 범위가 너무 빗나가 체면을 구긴 사례도 있다. SBS는 서울 동작을에서 한나라당 정몽준 후보의 득표율을 64.4%, 통합민주당 정동영 후보의 득표율을 29.9%로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54.5%와 41.5%로 나타났다.

KBS와 MBC가 공동으로 실시한 이번 총선 예측 조사는 전화조사와 출구조사로 두단계로 이뤄졌다. 먼저 전국 23만명을 대상으로 두 차례 실시한 전화조사를 통해 전국 245개 지역구 판세를 분석한 뒤 1, 2위 후보가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는 88개 선거구를 출구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단독으로 예측조사를 발표한 SBS는 한국갤럽, KSOI(한국사회여론연구소)와 함께 전화조사로 당선자를 예측했다.

지난 역대 총선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방송사들의 예측 결과가 빗나가면서 선거 예측 보도의 신뢰성과 정확성 문제가 또다시 불거질 수 밖에 없게 됐다. 방송사들은 예측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잡아 '신중함'을 과시하려 했는지는 몰라도 이같이 포괄적인 예측 범위에서조차 빗나간 선거 결과는 그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앞서 방송 3사는 2000년 16대 총선에서 원내 1당으로 새천년민주당을 예상했지만 최종 결과는 뒤바뀌어 한나라당이 1당을 차지했다. 17대 총선 출구 조사에서도 열린우리당의 승리를 예상했지만 개표 결과 보기좋게 빗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