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LG는 시즌 초 1위에 오르는 등 줄곧 상위권을 유지하다 6월 중순 이후 추락해 다시는 회생하지 못한 채 9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 실패라는 오점을 남겼습니다. LG 추락의 가장 큰 이유는 불방망이를 휘두르던 타선이 갑자기 침체되고 부상 선수가 속출했기 때문입니다. ‘타격은 사이클이 있다’는 속설조차 무색했습니다. 일부에서는 LG가 작년 시즌을 앞두고 마무리 훈련과 스프링 캠프를 유례없이 길게 가져간 것이 타격 침체와 부상자 속출의 원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올 시즌 LG 타선은 작년보다 약화되었습니다. 조인성과 이택근이 FA 자격을 얻으며 이탈했기 때문입니다. 조인성과 이택근은 각각 홈런 타자와 중거리 타자이며 동시에 LG에는 희귀한 우타자라는 점에서 이탈이 뼈아픕니다. 좌타자 위주의 LG는 상대 좌투수에 고전하는 팀 컬러를 지녔으나 지난 시즌 초에는 조인성의 분전으로 상대 좌완 선발 투수를 무너뜨리며 부정적인 팀 컬러를 일신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조인성마저 떠나면서 믿을만한 우타자는 정성훈만이 남았습니다. 가뜩이나 홈런 타자가 적으며 좌타자에 편중된 약점이 심화된 셈입니다.

▲ 삼진으로 돌아서는 박용택. 지난 시즌 전 몸을 불려 홈런 타자로의 변신을 도모한 박용택의 시도는 실패로 끝났습니다.

홈런 타자가 없으니 마땅한 4번 타자감도 없습니다. 2009년 페타지니 이후 2년 간 LG는 제대로 된 4번 타자 없이 시즌을 치르고 있습니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박용택이 몸을 불려 홈런 타자로의 변신을 시도했지만 부상에 시달리며 실패했습니다. 올 시즌에는 이병규와 작은 이병규가 주로 4번 타자를 맡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병규는 4번보다는 3번이나 5번 타자에 어울리는 선수이며 작은 이병규는 4번 타자로 한 시즌을 치른 경험이 없으며 무릎 부상의 완전 회복 여부에 물음표가 남습니다. 즉 두 선수 모두 확실한 4번 타자감은 아닙니다.

상대 선발 투수에 따라 몇몇 선수들이 돌아가며 4번 타자를 맡게 될 것이라는 보도도 있지만 2011년 박종훈 감독의 상대 선발 투수에 따른 잦은 타선 변경과 플래툰 시스템 적용이 화를 자초했음을 감안하면 올 시즌에는 어쨌든 4번 타자를 고정시키는 것이 필요할 듯합니다. 삼성과 한화가 각각 이승엽과 김태균을 일본에서 불러들여 확실한 거포 4번 타자를 보유하게 된 것에 비하면 LG의 약점은 심각합니다.

테이블 세터도 문제입니다. 출루 능력과 빠른 발을 동시에 갖춘 선수가 테이블 세터에 적격이지만 LG에는 해당 선수가 없습니다. 이대형은 빠른 발을 갖췄지만 출루 능력이 크게 떨어집니다. 올 겨울에도 연례행사처럼 타격 자세를 수정한다고 보도되는 이대형이지만 데뷔 이후 하체를 확실히 고정시킨 타격 자세를 내내 보여준 시즌은 단 한 차례도 없었습니다. 어느덧 우리 나이 서른인 이대형이 평생 유지해온 타격 자세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대형을 제외한 거의 모든 타자들의 도루 능력을 기대할 수 없어 출루 시 상대 배터리와 내야진을 뒤흔들지 못하는 것 또한 약점입니다. 올 시즌 박용택이 원래의 체중으로 되돌아가 많은 도루를 시도하겠다고 밝혔지만 햄스트링 부상을 앓았던 만 33세의 선수가 많은 도루를 시도할 지는 의문입니다. (계속)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