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동조합이 "MBC를 국민의 품으로 되돌리겠다"며 11일째 총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MBC 기자들은 그동안 윗선의 눈치를 보느라 '뉴스데스크'에서 방송할 수 없었던 아이템들을 '제대로 뉴스데스크'를 통해 보도하고 나섰다.

▲ 9일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제대로 뉴스데스크> 1회

9일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제대로 뉴스데스크' 1회에는 △MBC 구성원들이 마이크와 카메라를 내려놓은 이유 △MB 비리 가계도 △엉터리 MB예산, 현장을 가다 △부산일보 사태 해결의지 없는 박근혜 위원장 △집 나간 MBC 사장 김재철을 찾아라 등이 담겨있다.

이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엉터리 MB예산, 현장을 가다' 아이템이다. 이명박 대통령 선영과 이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의 '영일울릉목장' 인근에 추진 중인 남이천 나들목(IC) 신설 의혹을 다룬 내용으로 MBC 기자들이 직접 남이천IC 부지 현장을 찾았다.

'제대로 뉴스데스크'는 "2004년 경제성 부족으로 불가 판정을 받았던 남이천IC가 갑자기 허가난 이유에 대해 예정지로부터 2km 떨어진 곳에서 그 이유를 어렴풋이 추정해 볼 수 있었다"며 "(현재는) 영일목장까지 가려면 7~8km를 돌아가야 하지만 남이천IC를 이용하면 5분도 채 안 걸린다"고 꼬집었다.

이어 "땅값은 들썩이고 있지만, 정작 주변의 차량은 30분에 고작 50여 대도 다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누구를 위한 건설인가?"라고 물으며 "이명박 대통령의 사돈기업인 효성그룹이 남이천IC에서 1km 떨어진 곳에 골프장을 짓고 있는 것은 불편한 진실"이라고 비판했다.

MBC노조는 "지난 1년간 일선 MBC 기자들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보도 책임자들이 권력형 비리 의혹에 대한 현장 취재를 사실상 막아왔다. 지난해 장관 인사 검증 리포트가 사라지고, 내곡동 사저 의혹에 대해 제대로 보도하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라며 "이 리포트는 '현장에 가서 확인하고, 있는 그대로 방송하고 싶은' MBC 기자들의 의지의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제대로 뉴스데스크'는 매주 1회 이상씩 인터넷 유튜브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며, MBC PD들이 만든 <파(워)업 피디수첩>도 첫 번째 편 'MB의 언론장악 어떻게 이뤄졌나'가 다음주에 공개된다.

정영하 MBC노조위원장은 "회사자료와 장비를 쓸 수 없어 열악한 상황에서 제작을 하고 있다"며 "하지만 미디어 투쟁이 이번 파업 투쟁의 승리를 앞당길 수 있기 때문에 파업이 길어지면 미디어투쟁에 더 많은 조합원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회원들이 9일 오후 MBC 파업 집회를 찾아 지지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승욱

한편, 1975년 동아일보에서 강제해직된 기자들로 구성된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회원들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본관 1층 로비에서 개최된 집회를 찾아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명순 동아투위 위원장은 "이 자리에 있는 여러분들에게서 37년 전 우리들의 모습을 보고 있다"며 "오늘 우리들이 37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 넘어, 동지인 여러분들을 찾아온 이유"라고 말했다.

이명순 위원장은 "이명박 정권이 지난 반세기 넘게 피흘리며 얻어낸 민주주의와 통일로 가는 길, 그리고 아름다운 강산을 짓밟고 있다. 이를 정당화 하기 위해 모든 언론을 정권의 나팔수로 만들어버린 이 야만의 시대를 보며 우리의 심정이 어떠했겠는가"라며 "어디에선가 화산이 터져나올 것이라 예상했고, 그 화산의 폭발점은 바로 MBC일 것이라 믿고 기다려왔다"고 강조했다.

▲ 9일 집회에서 강신주 박사가 MBC노조 조합원들에게 강연을 하고 있다.ⓒ이승욱

강신주 <철학이 필요한 시간> 저자는 MBC 구성원들을 향해 "민주주의를 위한 싸움은 결코 만만한 게 아니다. 지금 여러분은 여기에 집단으로 앉아있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이 고독하게 싸워 나가야 한다"며 "1960년 시인 김수영이 '김일성 만세'를 외쳤던 그 정신으로 싸워라. 여러분 한 사람이 힘을 낸다면, 수 천명의 말할 자유를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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