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SBS PD·기자·아나운서·영상기자 등 직능단체들이 무단협 사태를 비판하며 경영진 임명동의제 폐지를 반대하는 성명을 잇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는 22일부터 28일까지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15일 '시사교양본부 평PD' 일동은 “사장님 무엇이 그렇게 두렵냐”고 물었다. 박정훈 사장은 시사교양 PD 출신이다. 이들은 “사측은 ‘단협이 해지되어도 임금 등 근로조건에 변함이 없을 것이고 노조 활동도 보장할 것’이라고 하지만 SBS본부와 조합원인 우리 후배들을 동반자로서 인정하지 않겠다는 선전포고”라고 밝혔다.

이들은 “민영기업에서 이사회의 결정권, 대주주의 경영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존중한다. 하지만 노조원의 50%가 반대도 아니고 전 직원의 60%가 반대할 경우 임명을 철회해달라는 요구가 단체협약을 해지할 정도로 불경한 것이냐”고 물었다.

또한 “‘SBS 구성원이 최고의 지성인이라고 자부한다’는 경영진은 왜 후배들의 의식 수준을 폄훼하냐”며 “구성원들이 명백히 반대하거나 거부할 것 같은 인사를 본부장으로 꼭 앉히기 위해서이냐. 해당 인사가 임명을 동의받는 게 어려울까 봐 두려워서 이러는 거냐”고 물었다. 이들은 사측에 노조와의 교섭에 성실히 임할 것과 임명동의제를 폐지하고자 하는 이유를 SBS 구성원들에게 충분히 소통하고 설득해 동의를 구하라고 촉구했다.

16일 언론노조SBS본부는 '총집결의 날'로 지정하고 점심시간에 SBS 목동 사옥 로비에 모여 피켓을 들었다. 200여 명의 구성원이 함께 했다. (사진제공=언론노조SBS본부)

기술인협회는 “노조 없이는 공정한 SBS도 없다”며 “임명동의제는 SBS 구성원들의 자부심 중 하나다. 이를 없애겠다며 단체협약까지 해지한 사측을 우린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는 성명을 17일 내부 게시판에 올렸다. 기술인협회는 “회사 없는 노조는 없고 노동자 없는 회사는 없다”며 “노조의 싸움에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

영상기자협회는 18일 “임명동의제는 국민과의 약속이지 거래 대상이 아니다”며 “임명동의제 도입 후 SBS는 언론인들이 가장 신뢰하는 언론사로 자리매김했고 한국기자협회와 방송기자협회 등에서 수여하는 ‘이달의 기자상’ 한 해 최다 수상을 매해 기록해 경쟁력을 키워왔다”고 설명했다. 영상기자협회는 “임명동의제는 아픈 과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공정방송’의 대전제일 뿐 거래의 조건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아나운서협회는 19일 “경영진 4명을 위해 SBS 조직원 전체를 등지려 마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임명동의제가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적응하는데 걸림돌이라면 올해의 경영 성과에 대해 사측은 어떤 말로 설명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들은 “사측은 입맛에 맞는 4명의 경영진 인사를 위해 SBS 조직원 전체를 등지려하고 있다”며 “우리는 임명동의제를 핑계로 한 지금의 무단협 사태를 명백한 노조파괴행위로 받아들이며 노조와 함께 행동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기자협회는 “임명동의제는 실패한 역사의 교훈으로, 감시해야 할 권력에 편을 들라는 대주주의 보도지침, 대주주 소유 자회사 실적을 위한 방송 사유화를 막지 못한 데 따른 반성”이라고 했다. 이어 “시민들의 손가락질을 피해 ‘사명’을 가려야만 했던 지난날은 우리의 부끄러운 역사”라며 “역사를 기억하지 못하는 이는 그 역사를 반복하기 마련이다. 임명동의제, 단체협약을 파기하는 건 부끄러운 역사를 반복하겠다는 자기 선언”이라고 했다.

SBS 무단협 상태는 오늘로 48일째를 맞이했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8일 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 신청서를 제출하고 15일부터 SBS본사 1층에서 노숙농성을 시작했다. 사측은 이에 12월 1일부로 노조 활동 보장 조항의 적용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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