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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공정성·포용성 절실한 한국 언론"[인터뷰] 이경숙 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 회장 "언론, 성인지 감수성 키워야"
윤수현 기자 | 승인 2021.11.16 08:43

[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수용자는 미디어를 통해 사회를 바라보고 있지만, 미디어의 내부 다양성은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다. 미디어 조직 내 의사결정권자 대다수는 고학력 남성이다. 콘텐츠 성인지 감수성을 점검하는 내부 조직을 갖춘 미디어는 드물다.

6일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 회장으로 임명된 이경숙 고려사이버대 교수는 미디어스와의 인터뷰에서 “언론계 전반에 다양성·공정성·포용성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언론사 내부에 다양성 관련 조직을 설치하고, 가이드라인을 통해 콘텐츠 생산 활동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래는 이경숙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인터뷰는 서면·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경숙 고려사이버대 교수

Q.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는 어떤 곳인가

여성 미디어 연구자를 지원하고, 여성의 관점에서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을 이해해 가부장적 미디어 문화를 개선하려는 것을 목표로 시작한 단체다. 학회원들은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미디어와 문화를 탐구하는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학회는 한국 사회의 성평등 문화를 고양하고,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려는 여성주의적 미디어 연구를 소임으로 여기고 있다.

Q. 학회장 취임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목표하는 바가 있는가

2018년 미투 보도로 시작된 성평등 의식 확산에 우리 학회도 역할을 했다. 언론의 성폭력 사건 보도를 지속적으로 감시했고, 미디어 조직·관행·문화를 조사해왔다. 언론사 젠더 데스크나 성평등센터 설치를 요구했고, 미디어 조직의 자발적 변화를 위해 목소리를 보탰다. 이후 4년이 흘렀다.

몇몇 미디어 유관 학회의 관심은 기술·산업에 쏠려있다. 우리 학회는 인간 너머의 삶과 공동체에 대해 성찰해 나가겠다. 데이터와 기술이 주도하는 격변의 시대에 젠더·세대·계급 등의 결합으로 생겨나는 차별이나 특권에 대해 탐구하고, 미디어 담론 역할에 대해서도 고민하겠다.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진 여성주의적·생태주의적 삶을 미디어 연구에 담아내고, 학술적으로 탐구할 수 있도록 하겠다. 특히 선거 보도, 디지털 성폭력, 차별금지법 제정 등에 대해 세미나를 개최하고 연구자들의 목소리를 담아낼 생각이다.

Q. 해외 주요 언론사는 뉴스룸 내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특히 뉴욕타임스는 편집국 내 인종·성별 다양성 확보를 위한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한국 언론의 다양성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대표·임원 여성 비율은 현저히 낮다. 임원의 다양성 부족은 콘텐츠경쟁력, 독자·소비자 대응에도 장애가 된다. 젠더뿐만이 아니다. 언론계 전반에 다양성·공정성·포용성이 절실한 상황이다.

BBC 50:50 프로젝트 홈페이지 갈무리

Q. 언론사 내부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이 있는가

미디어 조직이 내부적으로 ‘성평등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임원 성별 비율, 기사 소재와 주제 등을 점검해야 한다. 결과물을 포함한 모든 것을 ‘50:50’ 기준에 맞춰야 한다. 50:50의 기준은 성별, 연령 등이다. 의사 결정 과정에서 어떤 사람이 배제됐는지, 누구의 목소리가 과다 대표됐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뜻이다. (영국 BBC는 2017년 ‘50:50’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BBC는 방송 출연 기자, 논평가, 전문가, 학자의 성비를 동등하게 맞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BBC는 ‘50:50’ 프로젝트 대상을 성별 뿐 아니라 인종, 장애인 분야로 확대할 계획이다.)

Q. 성인지 감수성이 떨어지는 보도·콘텐츠도 일부 보인다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관심이 과거보다 늘었지만, 아직은 멀었다. 특히 언론사 내부에서 성차별 문화와 성인지 감수성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한가한 일로 여겨지곤 한다. 이제는 언론사가 스스로 성평등 목표를 설정하고, 성인지 감수성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물론 초기에는 불편할 수 있지만, 나중에는 문화로 정착될 것이다.

Q. 학회 차원의 지원 계획이 있는가

미디어 현업과 학계는 불가분의 관계다. 그동안 서로가 바빠서 각자의 목소리를 내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는 적극적으로 나서려 한다. 임기 중 젠더보도 관행과 조직 구조를 집중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다. 미디어 현장 종사자들과 교류를 강화하겠다. 성인지 감수성 교육 콘텐츠 제작에 언론인을 참여시키고, 여성혐오 문제·세대갈등 등의 이슈와 관련해 언론인과 적극적으로 교류할 생각이다. 또한 각 언론사의 젠더 데스크, 성평등센터 담당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기회를 마련하려 한다.

Q. 기술 발전과 함께 디지털성폭력이 기승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이 디지털성폭력 관련 정보 확산을 막으려 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할 순 없다. 디지털성폭력을 없앨 수 있는 근본적 방안은 무엇인가

지금과 같은 아동·청소년 보호 중심의 시각에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디지털성폭력은 여성의 몸을 대상화하고 상품화하는 문화에서 시작하기에 지속적인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 문화를 변화시키는 일은 단기간에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디지털성폭력을 미디어 리터러시와 연계해야 한다. 학교에서 디지털성폭력에 대한 교육을 해야 한다. 관련 교육을 정규 교과과정에 넣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또한 디지털성폭력을 폭력으로 인지시키고, 무엇이 가해이고 피해인지를 명확히 알 수 있게 해야 한다. 디지털성폭력은 가해와 피해를 명확히 의식하기 어려울 정도로 광범위하고 경로가 복잡하다. 모든 사람이 디지털 공간에서 벌어지는 언어폭력, 성적 이미지 소비·배포 등을 폭력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를 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디지털성폭력의 경각심을 알리는 콘텐츠를 주기적으로 노출해야 한다. 양성평등 교육처럼 직장인 대상 교육을 실시할 수도 있다. 인터넷 사업자들은 불법 촬영물 등 디지털성폭력 관련 콘텐츠를 기술적으로 막고, 자발적으로 성폭력 예방 교육 콘텐츠를 제작·제공해야 한다. 정부는 관련 정보를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

(사진=퍼플레이)

Q. 최근 주목하게 된 미디어가 있으면 소개를 부탁한다

여성영화 전문 OTT플랫폼 퍼플레이(Purplay)를 소개하고 싶다. 퍼플레이는 성평등 문화 조성을 목표로 하는 플랫폼이다. 주류 영화시장에서 소외된 여성 영화감독의 독립·단편영화,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젠더 이분법에 도전하고 성평등 가치를 담은 영화가 주로 유통된다. 큐레이션 역시 주제, 성평등과 다양성, 장르, 형식 등으로 세분화됐고 다양한 영화제 소식도 제공된다. 젠더 분야에 관심 있는 독자들이 함께 봤으면 좋겠다.

Q. 끝으로, 언론계에 한 마디 부탁한다

성인지 감수성을 키우려는 현장의 노력이 필요하다. 언론인들이 콘텐츠를 만들 때 여성의 목소리와 시선을 배제하지 않았는지 늘 점검해야 한다. 실천적 노력이 따라야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조직의 민주적 다양성을 키우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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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현 기자  melancholy@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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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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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미니즘은불공정 2021-11-16 18:22:44

    임원 성비를 동등하게 한다고 설치기 전에 가장 힘들게 일하는 현장 스태프 성비부터 동등하게 하라. 초박봉 장시간 중노동에 병들어 가는 스태프들은 왜 다 남자들이며, 그들의 노동 문제에는 왜 그 잘난 성인지 관점을 적용하지 않는가? 그리고 언론인들이 여성의 목소리와 시선을 배제하지 않았나 점검해야 한다니, "남성"을 "여성"으로 잘못 썼나? 지금 진보 보수 대다수 언론들이 여성계 눈치를 보며 여기자를 필두로 남성(특히 청년) 목소리를 철저히 짓밟고 깔아뭉개는 게 현실이다. 그야말로 도둑놈이 매를 드는 격이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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