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의 심장' 박지성이 축구대표팀에서 은퇴하면서 자신의 대를 이을 선수로 김보경(세레소 오사카)을 지목했던 사실은 꽤 유명합니다. 자신이 갖고 있는 강점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무엇보다 성실하며 철저한 자기 관리 능력이 많은 기대를 갖게 했기 때문입니다. 아직은 나이가 젊어(23세),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김보경에게 결정적인 기회가 찾아온다면 정말로 박지성의 대를 이을 선수로 기대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런 김보경이 중요한 경기에서 결정적인 기회를 살려내고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김보경은 6일 새벽(한국시각), 사우디아라비아 담맘에서 열린 사우디와의 2012 런던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4차전에서 0-1로 패색이 짙던 후반 45분에 극적인 동점골을 집어넣으며 조 선두 유지에 큰 역할을 해냈습니다. 멋진 왼발 발리 슈팅으로 골을 넣은 뒤 '반지 키스 세레모니'를 펼친 김보경의 모습은 성인대표팀의 주축 선수급의 그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 사우디아라비아 담맘의 프린스 모하메드 빈 파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2런던올림픽 남자축구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조별리그 4차전 대한민국 대 사우디 경기. 김보경이 후반전 종료 직전 동점골에 성공한 뒤 반지 세리머니를 하며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흔들림 없는 존재감, 눈에 띈다

김보경의 실력은 이미 검증돼 있습니다.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고,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한 깔끔한 경기 운영, 기민한 플레이가 돋보이는 선수입니다. 여기에다 나이에 비해 풍부한 경험이 강점입니다. 성인대표팀, 올림픽대표팀, 청소년대표팀 등 각급 대표팀을 두루 거쳤고, 일본 무대에서도 꾸준하게 상승세를 탔습니다. 가치가 상승하면서 유럽 팀에서도 러브콜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랬던 김보경이 또 한 번 큰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것은 어쩌면 기대했던 것을 보여준 만큼 당연하게 여겨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김보경의 존재감이 유독 돋보이고 높이 평가할 것은 필요한 순간, 결정적인 순간을 놓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김보경은 홍명보 감독과 함께한 시간동안 결정적인 순간마다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며 분위기를 이끌었습니다. U-20(20세 이하) 월드컵 때는 2골을 넣으며 8강으로 가는 데 견인차 역할을 했고,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는 16강 중국전, 8강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쐐기골을 쏘아올리며 메달 획득의 발판을 마련해냈습니다. 올림픽 예선을 치르면서도 김보경은 공격의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상승세를 이끌었고, 결국 오만과의 1차전에서 쐐기골, 그리고 이번 사우디와의 4차전에서 극적인 동점골을 넣으며 빛나는 활약을 펼쳤습니다. 알토란같은 그의 활약에 홍명보호는 소리 없이, 그러나 강한 면모를 드러내며 비교적 순항을 거듭했습니다.

프로 선수 생활을 하면서 지금껏 크게 흔들림이 없었던 것도 김보경을 더욱 돋보이게 했습니다. 물론 어려움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지난해에는 경기 도중 코뼈가 골절되는 부상을 당해 한동안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김보경은 꾸준하게 경기력을 유지했습니다. 남들이 보기에 혀를 내두를 정도의 철저한 몸관리와 훈련 때문이었습니다. 그 덕에 김보경은 소속팀, 올림픽팀 어디 할 것 없이 경기에서 뛰기만 하면 빛나는 존재감을 보였고, 국가대표팀에도 꾸준하게 이름을 올렸습니다.

성인대표팀 출전 기회 많아지면 더 뜬다

▲ ⓒ연합뉴스
그동안 홍명보호에서 꾸준히 두각을 나타냈지만 사실 축구대표팀에서는 이렇다 할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습니다. 조광래 감독 재임 시절, 아시안컵을 전후해 기용되기는 했지만 구자철, 이근호, 손흥민 등 다른 선수들에게 밀리면서 확실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습니다. 김보경을 기용하자는 목소리는 높았지만 주전급 선수들의 전술 운영 안정을 꾀하려 했던 조광래 감독의 마음이 움직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올림픽팀에서의 활약상, 그리고 소속팀에서의 팀 기여도 역시 높은 편이어서 언제든지 성인 대표팀에서도 기회를 얻어 두각을 나타낼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최강희 축구대표팀 감독 역시 전북 감독 시절,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만난 김보경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은 바 있어 중용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표팀에서의 꾸준한 기회와 활약상만 보여준다면 '포스트 박지성'의 위용을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되고 있습니다.

지금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스타 김보경

지금 당장 그에게 박지성급의 플레이, 입지를 기대하는 것은 큰 부담감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시선 속에도 아랑곳 않고 꾸준하게 자신의 능력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을 보면 너무나 대단합니다. 유럽에서도 꾸준하게 러브콜을 받으면서 향후 행보가 더욱 주목되기도 하는 김보경. 어떤 포지션에서든지 맡은 바 묵묵하게 자기 역할을 다하는 김보경의 플레이는 런던올림픽, 브라질월드컵 뿐 아니라 앞으로 한국 축구를 이끌 수준 있는 모습으로 많은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우디전의 천금 같은 동점골은 그런 가능성을 기대하게 했고, 그래서 흐뭇했던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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