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현대건설의 질주에 막힘이 없다. 핵심 선수의 부상 이탈만 없다면 올 시즌 내내 강력한 전력을 유지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내부적으로 흔들리지 않는 한 이들을 무너트릴 팀이 나오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1라운드 모든 팀들과 대결하며 압도적인 경기를 치렀던 현대건설이 유일하게 힘겹게 승부를 한 팀이 페퍼스였다. 막내팀의 끈끈함과 패기에 현대건설은 흔들렸고 실책이 급격하게 늘어나며 자칫 신생팀 첫승의 제물이 될 수도 있었다. 그만큼 현대건설은 페퍼스와 두 번째 대결에 많은 준비를 할 수밖에 없었다.

페퍼스라고 다르지 않다. 1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기업은행을 잡으며 창단 첫 승을 거둔 후 현대건설과 다시 만나는 만큼 많은 준비를 했을 것이다. 양효진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컸고, 이를 집중적으로 훈련하기도 했다. 페퍼스는 홈경기에서 무패 행진을 달리는 현대건설과 멋진 승부를 펼치기를 꿈꿨다.

양팀 모두 첫 경기에 대한 설욕을 꿈꿨지만 결과적으로 현대건설의 압승이었다. 현실적 지표를 무시할 수 없음이 결과로 드러났다. 현대건설 선수 면면을 보면 신생팀이 이길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기업은행이 신생팀으로 들어오던 시절과는 달리, 열악하게 시작한 페퍼스로서는 1라운드 결과가 오히려 의외로 다가올 정도로 잘했다.

13일 광주 염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프로배구 V리그 현대건설과 페퍼저축은행의 경기. 현대건설 강성형 감독이 팀 득점에 환호하고 있다. [현대건설 배구단 제공=연합뉴스]

이현의 서브 에이스로 시작하며 기분 좋게 시작한 첫 세트는 11-11 상황에서 이다현의 블로킹과 이동공격이 주효했다. 이를 기점으로 현대건설이 페퍼스를 압도해나갔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은 공격을 다변화하며 경험이 부족한 페퍼스를 완전히 공략했다.

주포인 야스민만이 아니라 양효진과 이다현이 각각 3점씩을 기록했고, 아웃사이드 히터 자원인 황민경과 고예림이 각각 2점씩을 기록하며 상대를 압도했다. 높이 배구를 하는 현대건설의 미들 브로커만이 아니라 아포짓의 외국인 선수까지 장대한 벽을 이루는 상황에서 이들의 공격까지 막아내는 것은 쉽지 않다.

누구 하나를 집중적으로 막을 수도 없는 상황에서 상대가 이길 수 있는 방법은 그리 많지 않다. 야스민과 양효진, 이다현이 앞에 서게 되면 중앙과 양 사이드 블로킹이 급격히 높아진다. 어디에서 공격해도 높이와 맞서야 한다는 점에서 페퍼스로서는 부담스러운 일이 될 수밖에 없다.

노련한 팀이라면 코트에서 선수들끼리 논의를 하며 풀어갈 수 있지만, 페퍼스는 연습과 실전을 통해 경험치를 높여가는 상황에서 노련한 현대건설을 막아내는 것은 너무 어려웠다. 이런 노련한 경기력이 실수 없이 이어지자 페퍼스는 열심히 준비한 것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가장 아쉬웠던 것은 주포인 엘리자벳을 향한 토스가 불안정하며 공격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두 번은 어떻게든 공격을 할 수 있겠지만 토스가 제대로 올라오지 못하면 세상 그 어떤 공격수도 제대로 공격할 수가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경기는 아쉬웠다.

13일 광주 염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프로배구 V리그 현대건설과 페퍼저축은행의 경기. 현대건설 양효진이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현대건설 배구단 제공=연합뉴스]

1세트를 25-18로 잡은 현대건설은 2세트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엘리자벳이 살아나며 초반 페퍼스의 공격이 현대건설을 위협했지만 조직력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야스민이 블로킹과 퀵 오프까지 성공하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황민경의 서브 에이스로 추격전을 본격적으로 하는 과정에서 양효진은 노련함으로 역전을 이끌었고, 그렇게 2세트 역시 현대건설의 몫으로 만들어버렸다. 양효진은 2세트에서만 6득점을 하며 팀을 살렸다. 중앙에서 높이를 앞세운 블로킹만이 아니라 자유자재로 공격을 하는 양효진을 페퍼스는 막지 못했다.

페퍼스가 현대건설의 높이 배구를 상대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양효진을 어떻게 막을지 전날 집중 훈련을 했다고 하지만, 그게 실전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다. 양효진은 경기 과정에서 상대의 대응을 보고 공수를 하기 때문이다.

페퍼스는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 준비한 공격이나 수비가 제대로 먹히지 않자 이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했으니 말이다. 대응력이 떨어지면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승기를 잡은 상태에서도 현대건설의 집중 공격에 무너지며 역전을 허용하고 25-17로 세트를 내준 것은 아쉬웠다. 코트에서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이 아직은 페퍼스에 부족하다. 감독의 지시도 제대로 이행할 수 없는 상황은 그만큼 경험치가 부족하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3세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야스민의 강력한 서브를 페퍼스는 막지 못하고 당황해했다.

13일 광주 염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프로배구 V리그 현대건설과 페퍼저축은행의 경기. 현대건설 야스민이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현대건설 배구단 제공=연합뉴스]

현대건설은 자신들의 장기인 높이의 배구를 만끽하며 상대를 압도했다. 1라운드 경기를 복기해 많은 준비를 했고, 그런 준비 과정을 실제 경기에서 완벽하게 구현해냈다. 첫 경기에서 범실이 늘어나며 힘겹게 승리한 것과 달리, 이번 경기에서는 범실 19개로 상대보다 적은 범실(22개)로 페퍼스를 압도했다.

엘리자벳이 14점에 그친 것이 페퍼스의 패인이었다. 이상하게 토스가 제대로 들어가지 않으며 엘리자벳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은 문제였다. 박경현이 46.15%의 성공률로 8득점을 올렸지만 이한비와 하혜진이 각각 20% 초반대의 성공률로 4 득점에 그친 것도 문제였다. 기본적으로 공격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페퍼스와 달리 현대건설은 선수 모두가 고른 성적을 올렸다. 야스민과 양효진이 모두 13점을 올렸다. 현대건설의 핵심 선수들인 야스민과 양효진은 꾸준하게 이 이상의 점수를 내주고 있다는 점에서 자연스럽지만, 이다현의 10득점은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매 시즌 성장을 거듭하는 이다현은 최고의 미들 브로커인 양효진 곁에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음이 잘 드러나고 있다.

이다현은 공격성공률 무려 70.00%를 기록했다. 점유율은 11.36%에 불과했지만 공격 기회에 적극적으로 공격해 높은 성공률을 기록했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블로커로서 이 정도 득점력을 꾸준하게 낼 수 있다면 강력해질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고예림의 7득점에 황민경의 4 득점까지 이어지며 현대건설은 신생팀에 전승팀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여자배구 현대건설 선수단 [한국배구연맹 제공=연합뉴스]

페퍼스는 첫승 후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의도적인 것은 아니겠지만, 어쩔 수 없는 분위기가 경기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전 경기들과 달리 무기력한 느낌과 함께 어설픈 과정이 많이 드러나, 다시 시작한다는 느낌으로 보다 집중해야 할 듯하다. 김 감독이 이번 경기에서 처음으로 화를 내는 장면들이 등장한 것은 이런 분위기에 대한 우려 때문일 것이다.

페퍼스는 자신들이 처음으로 이긴 기업은행과 바로 맞대결을 앞두고 있다. 기업은행 역시 더는 연패를 이어갈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두 팀의 대결은 자존심을 건 승부가 될 수밖에 없다. 과연 두 팀의 승패가 어떻게 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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